*평일 드림 전력
*주제: 애매한 사이
*슬램덩크 양호열(미토 요헤이) 드림
*고유명사는 한국판 기준으로 통일함
*캐..붕..노..잼..
옆자리 일진군
집에서 가깝고 학비가 싸다는 이유로 고민 없이 북산을 골랐던 건 어쩌면 일생일대의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최근 들어 매우 강하게 들고 있다.
학비가 좀 들었어도 전철을 타고 통학해야 했어도 성적에 맞춰 능남에 가는 쪽이 나았을 것 같다. 매일매일 학교 가는 게 귀찮았겠지만 그래도….
"안녕."
"어, 아. …안녕."
…적어도 등교할 때마다 옆자리에서 왠지 친근한 듯이 인사를 건네어 오는 양호열 때문에 공포에 떠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양호열.
그 이름은 중학교 때부터 내내 교실 구석에서 책이나 보고 오타쿠 짓이나 하고 놀았던 나도 알고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유명했던 빨간 머리 강백호와 양호열…그리고 기타 등등 양아치 군단의 실세라고 알려진 양아치 오브 양아치, 깡패계의 블루 블러드, 일진 상위 1퍼센트의 남자 아닌가.
중학교 때까지는 같은 학교이긴 했어도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어서 남의 일처럼 일진이 있구나 멀게 생각했을 뿐이었지만…대체 어째서일까. 북산 고등학교에 진학해 어쩌다 보니 강백호와 양호열과 같은 반이 되어버리고, 그 며칠인가 뒤부터 양호열은 나에게 왠지 친한 척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이것저것 영문 모를 말을 많이 걸어오긴 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도 영 아니고 양호열이 유난히 내 자리에 가깝게 몸을 기울이고 있기도 해서 더 긴장했다.
"괜찮아?"
"으, 응?"
"안색이 나쁜데."
네 탓인데요.
물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괘, 괜찮아. 원래 시체 같은 얼굴이야. 문제 없어…."
"? 그게 뭐야. 하하."
왠지 사람 좋아보이는 듯한 웃는 얼굴로 착시를 일으키지만 거기 넘어가면 안 된다. 건너 건너 전해들은 강백호 군단의 주먹 전설만 해도 웬만한 양키 만화 한 권은 찜쪄 먹을 정도니까.
컨디션도 컨디션이고, 어쩌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학교 뒷산에 파묻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이건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정말로.
"정말 괜찮아?"
"그…으응. 컨디션이 좀 안 좋은 것뿐이야."
"양호실 갈래?"
"어? 아, 아니, 괜찮아. 그냥 감기 기운이 조금 있는 것뿐이라서…."
내 말에 양호열은 잠깐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뒤로 물러났다. 휴. 간신히 숨 쉬어진다. 안심했던 것도 잠시, 양호열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
빠른 걸음으로 교실에서 나가는 양호열의 모습을 나 말고도 몇 명이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강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는 바람에 눈이 마주칠까봐 조용히 시선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곧 수업 시작하는데 어디 가는 거지. 역시 일진이란 수업 시간도 마음대로 무시하고 그러나?! 무서워! 뭐가 무서운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워!
혼자 오들오들 떨며 양호열의 빈 자리를 힐끔거리고 있자니 곧 종이 쳤다. 선생님이 앞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양호열이 뒷문으로 뛰어들어왔다.
"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또 너냐, 양호열! 얼른 자리에 앉아!"
선생님이 한 소리 했지만 양호열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자리로 돌아와 느긋하게 의자를 빼고 앉았다. 대단하다, 역시 일진의 패기….
"아."
양호열은 한동안 책상서랍을 덜컹거리나 싶더니 흠, 하고 자기 책상을 내 책상 근처로 붙여왔다.
"나 교과서 안 들고 왔는데 좀 보여주라."
"어…."
어차피 수업도 안 듣는 주제에 상관 없잖아.
거절의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라 간신히 참아냈다. 힐끔 선생님 쪽에 SOS의 시선을 보냈지만 선생님은 웬일로 양호열이 책을 다 보려고 하는지 감동한 듯한 기색이라 별로 도움은 안 될 것 같았다.
"………."
역시 자리에 수맥이 흐르는 게 틀림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편 책을 양호열 쪽으로 조금 밀었다. 양호열은 턱을 괸 채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 책의 책장을 멋대로 팔랑팔랑 넘겨보았다.
양호열의 손에서 이리저리 넘겨지는 책을 힐끔거리다가, 펼쳐진 책장 아래로 슬쩍 양호열의 손이 내쪽으로 오는 걸 발견했다.
"?"
양호열이 학교에 유일하게 들고오는 몽당연필 한 자루가 책 귀퉁이에 글씨를 써내려갔다.
<약 받아왔는데 먹어>
양호열의 손바닥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눈에 익은 감기약이었다.
…설마 이걸 나한테 만 엔에 강매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안 먹어? 물 안 마셔도 된다던데>
"………."
이어서 쓰여지는 글씨를 들여다보다가 살짝 손을 뻗어 약을 끌어당겼다. 양호열의 손가락에 살짝 손끝이 스쳤다. 손에서 옮겨진 온기인지, 미지근한 포장을 만지작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책 귀퉁이에 글씨를 썼다.
<고마워>
내 글씨를 확인한 양호열이 씩 웃었다.
"별 거 아닌데."
속닥속닥 소리를 낮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씩 웃는 얼굴이 장난스럽다.
음…생각보다 꽤 친절한…가?
그냥 옆자리에 앉는 학생1일 뿐인 나에게 왜 친근한 듯이 굴거나 친절을 베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에 한해서는 영문 모를 친절을 마냥 무서워 하기만 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하다.
?
???
자캐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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