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전력 60분
*주제: 성탄전야
*이런 영웅은 싫어! 사사 드림
*이름 있음(제 닉넴입니다..)
*시간...착각...바보.....
이런 크리스마스 이브도 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머나먼 중동 어딘가에서 태어난 성자의 생일의 전날은 어째서인지 극동에서는 남녀들이 데이트하는 날로 통한다. 성자가 생전에 내 생일 근처에는 보다 깊은 진도를 나가도 좋다는 유언을 남긴 것도 아닐 텐데, 참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뭐 사실 연인들에게야 그런 영문 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기는 했다. 어쨌거나 데이트를 할 수 있으면 뭐든 상관없을 테니까. 다만 기뻐하는 연인들의 이면에는 춥고 쓸쓸하고도 슬픈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었다. 오늘 바로 이 시각, 휴일까지의 철야 근무에 당첨되어버린 사람. 그러니까 바로…….
"누이."
누이가 아니라 루이. 바로 내 얘기 되시겠다.
"사사 선배!"
갑자기 내 이름을 불러주신 이 심장 떨리게 잘생긴 오빠는 사사 선배. 직장 선배님이십니다. 이렇게 잘생겼는데도 어째선지 애인이 없어서 솔로 우선 당첨인 크리스마스 대기조에 나와 함께 당첨이 되셨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영화판에 뛰어들어 말 못하는 미남 역을 맡거나 더빙의 힘으로 중화권에 진출해도 될 얼굴인데 왜죠?
"왜 그덯게 논나."
"잠깐 다른 생각 하느라고요…."
내 크리스마스는 왜 외로운가에 대해 A4 용지 폰트 10 장평 180 사진 자료 별도 첨부로 레포트를 작성할 생각이었습니다. 교수님도 눈물을 흘리며 동정의 A+를 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법한 희대의 명문을 쓸 생각이었습니다.
"여기."
"고맙습니다."
하긴 뭐 스푼은 학점을 보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레포트 같은 건 아무래도 좋나. 얌전히 사사 선배가 주는 커피를 받았다. 아니, 미리 말해두지만 새파란 후배가 선배를 커피 셔틀로 부려먹는 그런 시츄에이션은 아니고. 우리 선배가 워낙 호ㄱ…아니 착해서 후배들한테 뭘 잘 사주십니다. 우리 선배 차카다. 우리 선배 잘생겼다.
"돌리디 아나?"
"아직은요."
벽에 걸린 시계는 어느 새 열두 시에 가까운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자야 할 시간이지만 나는 오늘 오후 두 시까지 자고 온 몸. 지금 졸리면 인간이 아니라 잠만보 혼혈이지.
"선배는요? 안 졸리세요?"
"응. 나도 갠타나."
"오늘 같은 날 바쁘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네요."
아까 열 시 쯤에 모텔 사장이랑 싸웠다는 커플을 두 팀 만났던 것 말고는 딱히 아무 일도 없었다. 크리스마스엔 모텔비가 존나 비싸니까 집에나 처박혀 있으라 이거야. 빌어먹을 커플들아.
"응. 닥년에는 바빴는데 오대는 안 그더네."
"다행이긴 한데…선배, 작년에도 크리스마스 근무 하셨던 거예요?"
"…응."
왜죠. 뭐 때문에 눈썹 없는 것만 빼면 완벽한 얼굴에 성격도 착하고 짬밥킹 공무원인 완벽남이 여친이 없죠.
"솔로 2년차? 아니면 타이밍 안 좋게 크리스마스마다 헤어지신 거예요? 아, 이런 거 물으면 안 되나."
"아니…그던 게 아니고."
"??"
뭐가 아니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여다틴구 이떠떤 덕 한 번도 업떠."
"네에??? 거짓말!!"
모쏠이라니! 사사 선배가 모쏠이라니! 크리스마스에 혼자인 것도 안 믿기는데 모쏠이라니!
"딘딴데.."
"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그냥 감탄사 같은 건데..."
사실 좀 안 믿기긴 하지만. 그러고보니 사사 선배가 딱히 여자랑 연락하는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철두철미해서 몰래 연락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하긴 철두철미라니 이 선배랑은 안 어울리지……갭모에 돋는 허당인 걸. 혀 짧은 것도 귀여운 허당인 걸.
"누이는 남다틴구 업떠?"
"네…유감스럽게도…."
같은 모쏠이라고 해도 나는 환경적 유전적 요인으로 만들어진 본투비 모쏠. 사사 선배는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모쏠일 테니 경우가 전혀 다르다. 뮤랑 뮤츠 정도로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억울하네.
뭐 어쨌거나 성자(聖者)가 아니라 성자(性者)로 변질된 성자의 생일, 연인들의 날에 서로 혼자라는 건 마찬가지지.
"처량하네요. 선배나 저나."
어느새 바닥을 보이는 종이컵에 한숨을 담았다. 뭐 생전 처음 잘생긴 남자와 단둘이 크리스마스를 나는 거긴 하지만 딱히 내 남자도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나.
"그대? 나는 그냥 나쁘지 아는 것 가튼데…"
이건 자발적인 솔로의 여유인가. 왠지 좀 얄미운 듯한…선배에게는 보이지 않게 종이컵에 대고 입을 삐쭉거렸다.
"누이는."
"네?"
"나당 가티 있는 게 시러?"
눈앞이 까맸다.
눈을 깜빡였다. 여전히 눈앞은 캄캄했다.
"아."
"덩던인가?"
"그런가봐요…왜 이 시간에."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다들 신나게 전기를 끌어다 쓴 건가. 아니면 남의 생일에 청춘남녀들이 너무 불타는 밤을 보내니까 성자님이 노하셨나.
"어둡다."
근방이 전부 정전인지 사방이 어둡다. 멀리서 들려오는 캐롤이 희미했다.
"밖에 일루미네이션도 다 꺼졌나봐요."
정전이니까 당연하지만.
"응…."
대답하는 선배의 목소리가 왠지 어색했다.
"선배? 왜 그러세요?"
"그게 이따나…아무것도 안 보여."
사사 선배는 까마귀 혼혈이라 밤눈이 어둡댔나. 평소엔 야간투시경 같은 것도 갖고 다니는 것 같긴 했지만 사무실에 얌전히 있는데 굳이 소중히 품에 안고 있었을 리는 없지…. 그렇다고 눈도 안 보이는데 찾으러 다닐 수도 없고.
"잠깐만요 선배.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냈다.
"헐."
화면이 왜 이렇게 어둡나 했더니 배터리 3%………. 정전 되기 전에 충전 좀 해둘걸.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화면 불빛에 의지해, 스타크래프트의 검은 맵을 돌파하는 기분으로 적군(장애물)을 회피하며 사사 선배의 바로 옆자리에 도착했다.
"배터리가 별로 없어요…."
"아……. 나도 그더네."
사사 선배도 주머니를 더듬어 핸드폰을 꺼냈지만, 이쪽 핸드폰은 5%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도찐개찐이다. 3퍼센트나 5퍼센트나 화면이 절전모드인 건 차이 없고. 촛불은 다 타기 전에 가장 크게 타오른다고 하고 사람한테도 회광반조라는 게 있다고 하는데 왜 핸드폰 배터리에게는 그런 헝그리 근성이 없는가. 배터리 회사가 각성해야 할 일이었다.
"초 같은 게…."
수명이 간당간당한 핸드폰의 시한부 액정을 우울하게 들여다보다가 문득, 낮에 잠깐 찾아왔던 듄씨가 떠올랐다.
'이거…크리스마스니까 나눠 드시라고.'
적어도 60시간은 자지 않은 게 확실한 다크서클 가득한 얼굴로 내밀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 바로.
"케이크! 듄씨가 케이크 사왔잖아요! 초 붙어있었던 것 같은데."
가끔 물 없이 고구마를 먹은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 정도로 사려 깊은 듄씨라면 분명히 초도 몇 개 넣어서 가져왔을 것이다.
"오, 있다."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아, 저녁에 두 조각 정도 먹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케이크 상자에서 초와 성냥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수색하는 데에 내 핸드폰 배터리의 마지막 남은 3%가 모두 희생되었으니, 우선 3초 묵념.
"사사 선배…성냥 불 잘 붙이세요?"
"어…이, 이딴 해보께."
사사 선배가 긴장된 손놀림으로 성냥을 그었다. 1차 시도는 실패. 2차, 3차 시기를 거쳐 네 번만에야 타오른 불꽃을 얼른 얇은 초 하나에 가져다 붙였다.
"됐다!"
"도심해."
과연 이 얇은 초가 얼마나 오래 탈지는 모르겠지만, 몇 개 더 있었으니까 그걸 다 태우기 전엔 정전도 끝나지 않을까. 부디 그러길 바란다.
사사 선배와 작은 양초의 불빛에 의지한 채 나란히 창가에 앉았다. 어두운 창밖은 흐릿한 달빛 아래로 희미한 웅성거림에 휩싸여 있었다.
무슨 키스타임 이벤트도 아니고. 커플 엿먹어라.
투덜거리면서 다시 사무실 안으로 시선을 돌라다가, 옆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사사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어둡게 일렁이는 촛불에 비친 선배의 까만 눈을 홀린 듯이 올려다보다가…창밖의 일루미네이션에 예고 없이 불이 들어오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아, 저, 전기 돌아왔나봐요!"
"그, 그더네!"
"사, 사무실에도 곧 들어오겠죠?"
방금 뭐였지. 당황했다. 심장이 전력질주하고 난 뒤처럼 쿵쾅거렸다.
"아."
심호흡을 하고 있는 사이에 사위가 환해졌다.
"부, 불 돌아왔네요! 하하."
"그, 그더네. 다행이다."
사사 선배에게서 얼른 떨어져 화끈거리는 얼굴을 식히며 손에 들린 촛불을 얼른 불어서 꺼버렸다. 사사 선배도 묘하게 허둥거리며 손에 들고 있던 성냥개비를 다시 집어넣었다. 와 깜짝이야. 미친. 진정 좀 해라 심장년아.
뻐꾹.
진정이 안 돼. 열이 오른 뺨을 손등으로 누르다가 시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뻐꾸기가 요란하게 울어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열두 시다.
이브가 지난 크리스마스였다.
"아, 그…메리 크리스마스죠, 선배."
뒤를 돌아 서있던 사사 선배가 고개를 들어 뻐꾸기를 보는가 싶더니 성큼 긴 다리로 다가와 앞에 섰다.
"…누이."
"네…?"
사사 선배의 얼굴이 다가온다.
다시 눈앞이 까매졌다.
이번에는 정전이 아니었다.
"……아."
다시 눈을 떴다.
한참만에 돌아온 호흡이 떨리며 흘러나온다. 사사 선배의 숨소리가 코끝을 스쳤다.
다리에 힘이 풀려 스르르 자리에 주저앉는 나를 내려다보며, 사사 선배가 새빨개진 얼굴로 속삭이듯이 인사했다.
"……메디, 크디스마스."
와, 미친.
예수님 미안합니다.
그냥 당신 생일, 앞으로도 쭉 연인들의 날인 걸로 해요.
'짧은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자키군/드림/미코시바 미코토] 미코링을 부탁해! (0) | 2015.07.22 |
---|---|
[겁페/드림/아라키타 야스토모] 덕밍아웃 이상형 (0) | 2015.03.06 |
[겁페/드림/미도스지 아키라] 미모의드림주썰 (0) | 2014.10.24 |
[이영싫/드림/사사] 키 작은 사람이 벽치기 하는 단문 (0) | 2013.08.28 |
[슈단/드림/코마에다 나기토]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첫 데이트 (2) | 2013.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