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감출 수 없는
*엑스맨 무비 찰스 자비에 드림
*퐄카퐄카물~~
교수님이 듣고 계셔
"와, 날씨 좋다."
구름이 반쯤 드리워진 어두운 하늘―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보다 훨씬 내 취향이다―을 올려다보면서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니 뒤에서 불쑥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씨가 좋아요? 구름이 잔뜩인데."
"행크. 안녕하세요."
말을 걸어온 건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행크였다. 일한다고는 해도 행크는 교수님 비서에 아이들 선생님에 뭔가 시간 날 때면 발명도 하고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달려가 막는 역할까지 하는 데에 비해 나는 얼마 전부터 이 학교의 도서관을 맡게 되었을 뿐이지만.
"커피 드실래요?"
"고마워요."
행크에게 커피를 조금 따라 건네고, 창문 근처에 적당히 기대어 서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은 할 만 해요?"
"그게,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혼자서 이렇게 큰 도서관을 관리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이래저래 헤매긴 하네요."
"다들 새 단장한 도서관을 아주 좋아하던데요. 아이들도 그렇고 교수님도 꽤 마음에―"
행크는 갑자기 말을 끊고 뒤를 돌아보았다.
"행크?"
"찰스."
식당 입구에서 교수님의 휠체어가 모습을 드러낸 건 그때였다. 행크의 등 뒤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인사하자, 교수님도 파란 눈에 웃음을 담아 인사를 돌려주었다.
"좋은 아침이네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좋은 아침. 잘 잤어요?"
"음, 네."
자기는 잘 잤지만 오늘도 역시나 할 일이 태산인 걸 생각한 덕에 현실이 더 괴로웠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니, 말하지 않아도 교수님은 이미 알고 계시려나.
"음, 아! 그러고보니 전 할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
"어, 안녕히 가세요…."
잠깐 다른 생각을 한 사이 행크는 재빨리 자기 몫의 커피잔과 들고 왔던 책을 챙겨 식당을 나가버렸다. 인사나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다.
"행크는 바쁜가보네요."
"네, 뭐…."
교수님은 어쩐지 말끝을 흐리며 대답하고는 흠, 짧게 기침했다. 목이 안 좋으신가?
"커피 드실래요?"
"고마워요."
교수님에게 새로 커피를 한 잔 따라드리고 잠시 쓸데 없는 이야기를 했다.
"아, 교수님은 안 바쁘세요? 제가 시간 뺏은 거 아니에요?"
"아니, 괜찮아요. 그게…중요한 일은 바로 여기, 아니 좀 전에 정리해서."
"일찍 일어나셨나보네요. 교수님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딱히 그렇지도 않지만요."
겸손하게 대답하면서 커피잔에 입을 대는 교수님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마침 구름 사이로 비친 햇살을 받은 파란 눈과 긴 속눈썹이 잠시 반짝거렸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교수님 진짜 잘생기신 것 같은,
"콜록."
"교, 교수님? 괜찮으세요?"
생각을 채 끝맺지도 못했던 건 교수님이 갑자기 무언가에 놀란 듯이 사레들린 기침을 뱉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나 더 콜록거리던 교수님은 내가 허둥지둥 등을 몇 번 두드리고 나서야 기침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물 드릴까요?"
"아니, 괜찮, 콜록."
"…음, 안 괜찮아 보이시니까 그냥 드릴게요. 잠시만요."
급하게 새로 물을 떠와서 교수님께 건네자 교수님은 기침을 너무 해서 새빨개진 얼굴로도 젠틀하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별 말씀을요. 아, 물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그건…괜찮아요. 고마워요."
"그럼 다행이구요."
교수님이 말을 더듬거나 갑자기 사레들리거나 하는 걸 보면 왠지 신선하단 말이야. 첫인상은 인텔리 그 자체인 젠틀맨이었는데. 의외로 허점이 있는 점도 생각보다 귀엽다고나 할까…의외로 내 취향인….
"크흠."
"교수님?"
"첫 면접 때도 말했던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네."
"…생각하는 거 전부 들려요."
………….
……………………………….
그러고 보니 처음 이력서 합격하고 면접하러 온 날 '어차피 생각은 전부 들리니까 꾸며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 기억이….
하하.
창문? 창문으로 나갈까? 여기 몇 층이었지?
"…죄송해요. 실례 되는 생각을…."
"아니, 나는 괜찮으니까 창문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요."
교수님이 다급하게 휠체어를 움직여 다가와서는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 그래도 정말 제가 무슨 실례를 저질렀는지. 저 언제까지 일하면 될까요?"
"평생…이 아니라 실례도 아니고 정말 괜찮아요. 칭찬이었잖아요. 기분 좋기도 했고…그러니까 내 말은."
"죄송해요…."
면목이 없는 얼굴을 양 손에 파묻고 있자니 교수님이 손을 뻗어 내 손등을 살짝 건드렸다.
"내 말은, 그러니까. 내가 당신의 마음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조금."
"……?"
힐끔 고개를 들었다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는 교수님의 파란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교수님은 잠깐 깊게 심호흡을 했다가, 조금 아래로 내려온 내 손을 살짝 잡았다.
"교수님?"
"어쩌면 다음 휴일에 데이트 신청을 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면."
"………."
"…싫은가요?"
교수님이 초조한 듯이 눈을 깜빡였다.
"어…."
고민하는 것처럼 뜸을 들였지만, 대답이 정해져있다는 건 나도 교수님도 알고 있었다.
"그…어디 갈까요?"
"고마워요."
소년처럼 웃는 얼굴 앞에서는 도무지 생각하던 것은 물론이고 얼굴이 달아오른 것까지도, 전혀 감출 수가 없었으니까.
교수님 드림은 처음이라..........................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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