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네가 아는 나
*원피스 상디 드림
*1부 시점
*드림주 이름 및 세부 설정 있음
*아마 시리즈물 예정...
다시 한 번 토스를 불러줘요 요리사
"으으음."
오늘도 뉴스쿠에는 현상수배서가 실려왔다. 에니에스 로비에서 한탕 한 뒤로 훌쩍 현상금이 오른 우리 선장님과 검사의 사진을 팔랑팔랑 지나쳐, 예쁨이 화면 한가득 흘러넘치는 항해사와 고고학자의 사진을 고이 모셔둔 다음 장에 바로 내 얼굴이 있었다.
'명탐정' 스노우 엘리제
B 55,000,000
뭐냐 이 자비 없는 배치. 한껏 빛도 잘 받은 사진인데도 격차 너무하네. 이왕이면 상디 초상화 다음에 넣어주지. 우솝 다음이라든가. 그 뒤에선 대충 예뻐보일 자신 있는데.
투덜거리면서 다른 해적단의 수배서를 뒤적여봤다. 음, 역시 우리 해적단 사람들이 독보적으로 비주얼이 괜찮았던 탓인지 영 별로였던 내 수배서도 다른 사진들 옆에서는 꽤 괜찮아졌다. 약간 마음이 풀려서 내 수배서만 챙기고 나머지는 평소에 하던대로 정리해두었다.
그나저나 21살에 5천 5백만 베리 현상금이 걸린 수배범 커리어라니, 내 인생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좀 경솔한 진로 선택이 아니었나 이제와서 조금쯤 후회가 되기도 한다. 얼떨결에 루피식 동료 영입 대서사시 흐름에 타는 게 아니었다. 무를 수는 없는 일이지만. 환불 화장으로 백까지는 환불 받아봤어도 인생까지 환불 받는 단계에는 못 올라봤다. 좀 더 수련을 쌓을 걸 그랬나보다.
"엘리제 양을 위한 스페셜 유자 샤베트입니다."
턱을 괸 채 내 인생에 대한 회의를 담아 수배서를 들여다보고 있던 중이었다. 뒤에서 다가온 상디가 내 앞에 예쁘게 장식 된 디저트 그릇을 내려놓았다.
"고마워, 상디. 잘 먹을게."
언제나 그렇듯이 여자에게만 보이는 웃는 얼굴을 하고 내 앞에 앉은 상디에게 인사한 후 샤베트를 한 입 떠먹었다.
헉. 유자의 상큼함과 시럽의 적절한 단 맛의 놀라운 앙상블!!
무심코 요리만화 나레이션을 해버릴 뻔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이런 걸 매일 먹을 수 있으니까 해적 생활 정도 감수해도 괜찮은가. 이 배에서 얻어먹은 상디의 요리만 해도 얼추 내 현상금 정도 가치는 될 것 같다. 이 맛을 그랜드 라인의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하는데. 그리고 나만 먹어야 하는데. 약오르게.
"엄청 맛있어! 역시 상디의 요리는 최고라니까. 내가 이 맛에 해적도 하고 살지. 어떻게 이런 요리를 해? 상디는 천재야."
"비법은 바로 제 사랑이 듬뿍 들어가 있기 때문―"
"앗."
숨 쉬는 것 같은 상디의 플러팅을 흘려넘기면서 전투적으로 샤베트를 퍼먹다가 조금 흘렸다. 차가워. 어째서인지 정확하게 손등 위에 안착한 샤베트 한 방울을 내려다보는 것과 동시에 상디가 얼른 말을 끊고 손수건을 꺼냈다.
"닦아드릴게요."
"어…괜찮아."
손가락이 조금 끈적거렸지만 이 정도는 내가 닦으면 된다. 손가락을 꼼질거리면서 대답하자 상디가 웃으면서 내 손끝을 잡아 손등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괜찮은데. 손수건 더러워지잖아."
"엘리제 양의 손을 깨끗하게 만들고 더러워질 수 있다면 손수건도 좋아할 거예요."
"음…손수건의 희생은 잊지 않을게."
그렇지. 상디의 손수건이니까 여자 손 닦는 건 의외로 좋아할 수도 있겠다. 왠지 물건은 소유자를 닮았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손수건은 잊어도 괜찮으니까 저를 좀 더 생각해주시면 어때요?"
어느 새 내 손을 다 닦아준 상디가 손수건을 접어넣으며 잘생긴 얼굴로 속닥속닥 달콤한 이야기를 건네어 왔다. 물론 내가 아는 상디에게 있어서는 거의 여자만 보면 나오는 자동트윗 같은 대사였으므로 구태여 이제와서 설레거나 하지는 않았다.
"상디는 여자랑 대화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머릿속에 따로 있지?"
자동봇이라면 상당히 고난이도의 반응 시스템이다.
"네?"
"그렇지 않고선 매일 새로운 플러팅이 이렇게 술술 나올 리가 없어. 그것도 상대마다 다르게."
"정확히 말하자면 엘리제 양과 대화하기 위해 특별히 용기를 모으고 있긴 해요."
"에이, 또 그런다."
언젠가 상디에게 '여자한테 말거는 방법 100가지' 같은 책을 내보라고 하고 싶다. 픽업 아티스튼지 뭔지 아무튼 이상한 애들이 쓴 쓰레기들도 잘 팔린다던데 상디도 하나쯤 내보면 인세가 우리 해적단 살림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내기도 전부터 수익금 뜯을 생각 만만인 건 미안하지만.
"정말인데."
어쩐지 억울한 기색인 상디를 올려다보며 실실 웃었다.
"내가 상디를 몰라?"
"네, 몰라요. 저에 대해서 아무것도."
바로 나온 대답에는 조금 놀랐다. 상디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내가? 뭘?"
"예를 들면, 제가 엘리제 양에게―"
내 앞에 앉은 전에 없이 진지한 얼굴이었다.
"아주 깊은 사랑에 빠져서,"
"아주 깊은 사랑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고?"
내 목소리와 상디의 목소리가 반쯤 겹치다가 줄어들었다. 입을 떡 벌린 상디를 보면서 나는 다시 소리를 내서 웃었다.
"거봐, 다 안다고 했잖아."
"…엘리제 양?"
"대충 패턴은 파악했어. 나미한테 가서는 사랑의 불길을 걷잡을 수 없다고 할거지? 음, 오늘 컨셉은 진지한 거야?"
상디는 내 정확한 지적에 할 말을 잃었는지 잠깐 입을 뻐끔거리다가 한숨과 닮은 숨소리를 냈다.
"………."
"상디?"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엘리제 양이 보는 나란 대체 뭐하는 놈일까…."
나는 어쩐지 풀이 죽은 상디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음, 실력 좋고 믿음직스럽고 잘생긴 우리 배 요리사님?"
"엘리제 양…!"
왠지 감동한 것 같지만 아직 말 다 안 끝났다.
"여자를 좀 많이 밝히는 게 단점이지만."
"………."
상디는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이번에야말로 고개를 떨구었다
철벽이 다테공고급이여
나오지도 않을 능력 설정하느라 30분 허비함
'짧은 > 원피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피스/드림] 현대 AU 2 (0) | 2015.02.09 |
---|---|
[원피스/드림] 현대 AU 1 (0) | 2015.02.04 |
[원피스/드림/사보] 한밤중 A양에게 일어난 의문의 상담 (0) | 2015.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