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현대 AU 드림
의미 불명~
2.대학 동기들
세상에는 인생에 하등 쓸모가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를 테면 충동구매한 은펄 민트색 섀도우, 신고서는 산길에 가까운 학교 부지를 걸어다닐 수도 없는 12cm 스틸레토힐, 운동을 한다며 사놓고는 두어 번 밖에 들어보지 않은 아령 같은 것.
그리고 아마,
"푸―"
새 학기 첫날부터 강의를 시작할 정도로 열정적인 교수님의 찌르는 듯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옆옆자리에서 꿀잠을 자고 있는 에이스의 교재도 그 범주 안에 들어갈 것이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쓸모를 다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36000원짜리 베개 겸 침받이로.
학생 식당에서 밥을 3인분 쯤 쌓아와서 먹다가도 잠드는 녀석이니까, 교재는 에이스에게 판매된 날 이미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절대 책으로서의 본분을 다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깝게도 말이지.
"에이스. 일어나. 에이스."
옆에서 열심히 에이스의 옆구리를 찌르는 우리 과 수석 사보의 교재가 되었다면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보의 교재와 에이스의 교재는 한끗 차이로 운명을 달리하고 만 것이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어어? 아, 잠들었다."
"하아…."
지금 일어나서 뭐하냐. 이미 강의는 다 끝났는데.
교수님이 강의실을 나간 뒤로도 사보가 몇 번이나 어깨를 흔들고서야 눈을 뜨고 책에서 얼굴을 떼는 에이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옆에서 사보가 연륜 있게 생수를 건네며 3년분 쯤 될 법한 한숨을 내쉬는 것도 이해가 된다.
"사보가 늘 수고가 많다."
나는 사보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까 정문 앞 편의점에서 샀던 초콜릿을 하나 건네주었다.
"고마워, A…너밖에 없다."
사보는 어쩐지 처연한 얼굴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어? 뭐야? A! 나도 줘!"
하여간 맨날 잠이나 퍼자는 주제에 먹을 건 귀신 같이 알지.
혀를 차며 초콜릿 하나를 에이스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오, 땡큐!"
에이스는 여유 있게 한 손으로 받아내고 금방 포장을 까서 입에 털어넣었지만. 왠지 얄미운데. 해리포터에 나오는 강낭콩 젤리 귀지맛 같은 걸 줄걸 그랬나.
입을 삐죽거리면서 가방을 챙기고 있으니 에이스가 활기차게 외쳤다.
"사보, A! 점심 먹으러 가자!"
사보와 나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오전 11시부터 점심을 먹고 싶은 에이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 전공 하나 더 있는데."
"에엑?!"
대실망한 에이스에게는 안타깝게도 사보와 나에게는 아직 한 강의가 더 남아있었다. 에이스와는 과가 다르니까 최대한 교양은 맞춰서 듣는 걸로 결정했지만, 아무래도 전공은 그럴 수가 없다. 의리 챙기다 졸업 못 하려고?
"배고프면 먼저 가서 먹어."
"………. 싫어."
내가 제안했지만 에이스는 퉁퉁 부은 얼굴로 대답하더니 훌쩍 일어서서 내 가방까지 집어들었다.
"기다릴거야. 끝나고 바로 나와."
사보와 나는 다시 한 번 마주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셋이 나란히 다음 강의실로 이동했다. 에이스는 배에서 꼬르를 소리를 내면서도 정말로 강의실 근처 의자에 앉아 기다릴 태세였기 때문에 나는 남은 초콜릿을 전부 에이스에게 건네주어야 했다.
아니 그걸 전부 한 입에 털어넣을 정도면 그냥 먼저 가서 밥 먹으라고. 혼자 밥도 못 먹냐? 초딩이야?
"에이스 왜 저래?"
"글쎄…."
에이스를 제일 잘 아는 사보에게 물어도 애매한 웃음만이 돌아왔을 뿐이지만.
다행히 다음 전공 교수님은 간단히 실라버스 소개와 출석체크 정도로 첫날 강의를 끝내셨기 때문에, 15분 만에 나와 굶주림에 죽어가던 에이스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에이스, 일어나."
덕분에 사보는 4인분 음식에 자꾸 코를 박으려는 에이스를 틈틈이 붙잡아 깨우느라 고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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