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전력 60분

*주제: 너는 그곳에 있었다

*다이아몬드 에이스 나루미야 메이 드림

*캐붕 주의 노잼 주의




소꿉친구 신드롬





3학년들이 은퇴한 후, 메이는 등번호 1번을 받았다. 뭐 이미 예견된 미래였고 적당히 박수치고 끝날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야, 내 등번호 삐뚤어진 것 같지 않냐?"

"안 삐뚤어졌거든. 내가 자 대고 봤거든. 내가 니 등번호 1,2년 달아주니?"


1번 죽었으면. 등번호 죽었으면.


"아 좀 똑바로 달지."

"사람 말 귓등으로 듣는 부분?"


등번호가 붙은 시합용 유니폼을 들고 징징 거리는 초딩 메이 때문에 홧병날 지경이다. 그럴 거면 애초에 콕 집어서 나한테 지 등번호를 달아달라고 하질 말든가. 중딩 때부터 지 시니어 유니폼 등번호 다는 것 때문에 나는 바늘에 몇 번을 찔리고 바느질 마스터랭을 찍었는데 이 애새끼가 진짜 아오……아 안 돼 심호흡, 심호흡 하자.


"야 이거 다시 달아줘."

"힘들고 귀찮아. 네 거 말고도 달아야 할 거 많거든. 나한테 트집 잡지 말고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사람한테 달아달라고 하든가, 돈 주고 세탁소에 맡기든가."

"내가 이걸 왜 남한테 맡기냐? 걔네 거 다른 사람 주고 내 거 먼저 제대로 달면 되잖아. 다른 번호도 아니고 에이스 등번호인데."


나는 남 아니냐. 야구부 매니저가 니 개인 매니저세요. 니 번호만 달면 다른 매니저들 일은 니가 책임지십니까. 아 제발 김메이 명치 존나 쎄게 한 대만 때리게 해주세요.


"저리 가라, 좀."


물론 정말 때릴 수 없었으므로 메이가 억지로 떠넘긴 시합용 유니폼을 메이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야!!"

"메이. 적당히 해."


나의 분노게이지가 최종 폭발점에 도달하기 전에 메이를 구한 것은 하라다 선배의 목소리였다. 다행이다. 조금만 더 했으면 김메이 강냉이 날릴 뻔(허세).


"마사상, 이거 삐뚤지 않아?"

"않아. 그러니까 매니저 그만 괴롭혀라."

"쳇."


입을 삐죽거리는 메이를 한 번 노려보고 하라다 선배에게 꾸벅 목례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라다 선배는 고생이 많다, 하고 한 마디를 남기고 메이를 끌고 갔다.


"휴."


괜히 먼저 줬나. 김메이 진짜 두들겨 패고 싶다. 터덜터덜 돌아오자 같은 학년 매니저들이 킥킥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나루미야 군하고 진짜 친하구나. 소꿉친구 파워?"

"아…그렇지 뭐…. 할 수만 있으면 무르고 싶은데."


휴,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남은 일거리를 집어들었다. 영 피곤한데 얼른 정리하고 집에 가고 싶다.


"소꿉친구라곤 해도 고등학교까지 같이 오고, 신기할 정도로 친하네. 사실 사귄다거나?"

"…."

"미안."


내 표정을 보더니 재빠르게 사과가 돌아왔다


"그냥…옛날부터 친구가 걔 밖에 없어서 그래."

"헤에?"

"우리 동네에 또래는 나랑 메이 둘 뿐이었거든."


정말이다. 우리 동네는 예전부터 미묘하게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이었고, 메이랑 내가 놀이터에서 놀게 되었을 때쯤엔 우리 막내 오빠도 메이네 언니들은 이미 청소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 연령대에 접어들었으니까. 동네에서 또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건 우리 둘 뿐이었던 셈이다.


"아 그래서 어릴 때부터 친했구나."

"뭐 그렇지…메이도 나도 서로가 아니면 놀아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메이랑 나는 소꿉놀이를 할 땐 부부였고, 의사놀이를 할 땐 의사와 환자였고, 축구를 할 땐 골키퍼이자 선수였다. 메이가 야구 글러브를 선물 받은 날부터는 캐치볼을 같이 했고, 실수로 던진 공에 지나가던 개가 맞는 바람에 둘이 부리나케 도망쳤던 적도 있다.


'이거 답 이건가?'


놀이도 공부도 늘 함께였다. 우리 부모님이랑 메이네 부모님은 한 사람 분 학습지를 사다가 둘을 공부시켰다. 우리는 늘 머리를 대고 같이 문제를 들여다봤으니까 두 개까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거랑 이거랑 같은 거지!'


메이가 우겼던 답이 정답이었던 적은 거의 없긴 했지만.


'야, 울어?'


내가 우는 걸 제일 먼저 알았던 것도 메이였고(자기 딴엔 위로한답시고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에나츠 유타카 전설을 들려줬었다),


'너 열 나는데?'


열이 나기 시작했을 때 나보다 먼저 내 상태를 알았던 것도 메이였다.


내 일상은 늘 거의 전부 메이로 가득 차있었다. 앞을 보고 싶을 때면 앞에 있었고, 뒤를 돌아보면 거기에 있었다. 그냥 언제나 메이가 옆에 있었다. 메이가 그곳에 있었다.


"휴."


뭐 종종 진짜 깨물어 터트려버리고 싶게 얄밉긴 하지만 어쨌든 메이는 내 소꿉친구니까 모른 척은 못하지. 일단 맡은 번호 다 달고 나서 메이 번호도 다시 달아줘야겠다. 도대체 어디가 삐뚤어졌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까진 이런 걸로 투정부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뭐가 문젠지.


"나루미야 군 등번호 다시 달아줄 거지?"

"응? 아, 응."


얘네들 관심법을 익혔나. 아니면 내가 사토라레 능력에 눈을 떴는가.


"여태까지 나루미야 군한테 하는 걸 보면 알거든."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기분이 묘하네…."


웅얼거리자 또 킥킥 웃음이 돌아왔다. 이번에야말로 기분이 묘해져서 입을 꾹 다물었다.





일을 정리하고 기숙사 앞에서 메이랑 만났다.


"메이."

"왜."

"유니폼 내놔봐."

"왜."


이거 삐쳤구만.


"등번호 다시 달아줄 테니까."

"됐거든."


단단히 삐쳤구만.


"메이."

"……."


어깨를 쿡쿡 찔렀는데 대답이 없다. 아 그놈의 등번호가 뭐라고 진짜…소꿉친구 다 망해라…. 


"번호 삐뚤어졌다며."

"안 삐뚤어졌거든."


그거 니 입으로 말했거든. 초딩 놈아.


"아니면 말고. 나야 일거리 하나 줄어서 좋지. 안 그래도 할 거 많은데."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댓발 나온 입을 한 번 꼬집어줄까 하다가 관뒀다.


"야."

"왜?"

"내 거 제일 열심히 단 거 맞지?"


기숙사 불빛을 등지고 선 메이의 얼굴에서 눈만 파랗게 빛났다.


"무슨 당연한 소릴 해. 개인 시간 내서 달아주는 거 네 거 밖에 없거든."

"…그럼 됐어."


한참 튀어나왔던 입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또 뭐가 문제였어?"

"아-무-것-도."


아유 진짜 이걸 그냥. 한 대 때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다시 돌아섰다.


"나 간다."

"엉."


메이에게 인사하고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일찍 자야지.


그런데 진짜 등번호 다시 안 달아줘도 되나?


영 신경이 쓰여서 다시 힐끔 뒤를 돌아봤다.


"엇."


메이는 그때까지도 그 자리에 서있었다.











ㅇㅅㅇ...?

?

의미불명? 주제 어디?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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