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데이트 신청
*다이아몬드 에이스 나루미야 메이 드림
*캐붕 주의
데이트를 신청하는 가장 나쁜 방법
"이번 오프날 영화보러 갈거야."
내가 이츠키랑 사이 좋게 자기 흉을 봤다는 이유로 거의 하루 종일 삐쳐있던 메이가 입을 열어서 한 첫마디가 저거였다.
"웬 영화? 너 영화도 볼 줄 알아?"
"내가 무슨 원시인이냐?"
"그런 줄 알았지."
"야!!!"
소꿉친구로서 지금껏 십여 년을 지켜봐온 바, 취미 특기 인생 목표 좋아하는 것 일상 전부 야구에 꼴아박은 야구 성애자 야구 머신 야구드로이드 입에서 영화라는 소리가 나왔는데 안 놀라는 게 더 이상하다고 본다.
"자율연습은?"
"영화 보고 와서 할거야."
"아 예에."
웬일이래. 뭐 대단한 야구 영화라도 나왔나. 입은 댓발 나온 채로 툴툴 거리는 메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화관 예매 어플을 찾았다.
"뭐 예매해줘?"
"내가 할 거거든."
"진짜 웬일이래."
여태까지 야구 말고는 머리 말리는 것까지 나한테 시키던 놈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공연히 아 왜 뭐!! 하고 짜증을 낸다. 뭐 여자애랑 보러 가기라도 할건가. 하긴 저번에 누구한테 고백받았단 얘길 들었던 것도 같고? 거기까진 내 알 바 아니지만.
"아침 8시 40분 영화면 어때?"
"혼자 갈 거야? 데이트 아니고?"
"내가 왜 혼자 가냐? 데, 데이트…뭐 그런 거긴 한데…."
"근데 그 시간에 영화를 보러 간다고? 미쳤어? 여자한테 데이트 준비할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냐. 누나가 둘이나 있는 주제에 보면서 배운 게 없어요."
이놈은 안 된다니까. 혀를 쯧쯧 차면서 적당한 시간을 지정해줬다. 내친 김에 영화관 근처에 맛있는 식당도 알아보고 코스 지정도 해줬다. 와 진짜 나 같은 소꿉친구가 어딨냐. 나루미야 메이는 나한테 절해라.
"이 시간으로 해. 이거 보고 그 다음 여기 가서 밥 먹고 좀 얘기하고 헤어지면 되겠네. 이래야 데이트 코스지. 하여간 야구밖에 안 해본 티를 내요. 넌 진짜 나 없으면 어떡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야!! 나 인기 완전 많거든?!"
"아 예예. 그러세요."
빽빽 짜증을 부리는 초딩메이의 목소리를 무시하면서 메이가 영화표 두 장을 예매완료하는 것까지 확인해주었다.
"됐다. 이 정도면 됐지?"
"됐겠지."
영화표까지 확인해줬으면 됐지 뭘 더 나한테 물어서 어쩌려고.
"데이트 하면서 야구 얘기나 하지 마라."
"알았다고."
툴툴 거리면서 자리로 돌아가는 메이를 한 번 보고 나도 마저 하던 일을 정리했다.
겨울 방학,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연습 오프날은 늦잠을 자는 날로 정해져 있다. 선수들은 그날도 자율연습 같은 걸 하고 있겠지만 매니저인 나와는 상관 없는 얘기고. 이외에 달리 쉬는 날은 없으니까 휴일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중요한 법이다.
그러니까 오늘도 눈을 떠보니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후아아아암."
오빠네 부부는 일하러 나갔고 고양이는 캣타워에서 잔다. 고요한 집안은 썰렁했다. 어깨에 걸친 카디건을 추스르며 소파에 앉아 티비 채널을 마구 돌렸다. 딱히 재밌는 건 안 하는군. 지나가는 영화 광고가 눈에 익었다고 생각했더니 얼마 전 메이가 예매한 그 영화였다.
걘 데이트 잘 하고 있으려나. 야구 얘기나 안 하면 좋겠지만.
-딩동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응?"
택배올 게 있나? 있다면 말해주고 갔을 텐데. 의심의 눈초리로 인터폰을 들여다보았다.
"야! 뭐하는데 안 나와!!"
어라.
"…메이?"
데이트하러 간다던 놈이 여긴 왜. 벌써 바람 맞았나? 의문에 차서 문을 열자 깔끔한 사복 차림(얼마 전에 내가 골라줌)의 메이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뭐했냐? 오늘 영화 보러 간다니까."
"그건 아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
"넌 무슨 여자애가 아직까지 세수도 안 해?"
"엥?"
"빨리 씻고 나와. 그, 데…이트 하러 가자."
?
??
?????
"………나랑?"
할 말을 잃은 내 앞에서 메이는 뭐라 뭐라 쫑알쫑알 떠들면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빨리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나오라고!"
뭔진 모르겠지만 야구부 존나 망했으면 좋겠다. 김메이 존나 망했으면 좋겠다.
메이에게 등을 떠밀려서 세수하러 화장실로 쫓겨나면서 멍하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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