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드림 전력
*주제: 여름, 안아달라고도 못하고
*쿠로코의 농구 아카시 세이쥬로 드림
*매우 짧음...전력 20분
지상최고의 프로포즈
교토의 여름은 끔찍하게 덥다.
정말 끔찍하다는 말 이외의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덥고 습하다.
에어컨의 수호가 없는 지역으로 섣불리 나갔다간 땡볕에 내놓은 눈사람처럼 되고 말 것이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교실마다 에어컨을 틀어주는 편이지만 밖은 너무 더워서 가능하면 이동 수업도 가고 싶지 않다.
이런 날씨에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도 멀쩡한 얼굴을 할 수 있는 건 역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온이 높다…."
"무슨 소리야."
"나를 덥게 하면 기상청이라도 죽인다…."
"그러니까 무슨 소리야."
그런 의미에서 아카시 군은 역시 사람이 아닌 게 아닐까.
헛소리를 늘어놓는 나를 향해 이 날씨에도 어딘가 차게 식은 눈길을 보내는 걸 보면 확실히 사람이 아니다. 냉혈 동물 같은 것이 틀림 없다.
"너무 더워."
"확실히 덥긴 하네."
그렇게 안 더워 보이는 얼굴로 동의해도 딱히 신뢰가 가진 않는데.
"역시 부자랑 결혼해야겠어."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중얼거리자 아카시가 의아한 듯이 돌아본다.
"밤낮 없이 에어컨을 19도로 틀어놓고 이불 덮고 살 거야."
"그렇게 낮은 온도를 설정해두면 냉방병 위험이 높아져."
"부자라면 병원비 쯤이야."
영 핀트가 엇나간 대답을 하는 나를 보며 아카시가 한숨 비슷한 것을 쉬었다.
"나는 아직 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연령이 아니야."
"나는 할 수 있는데."
아카시보다 2년을 더 살았는데 아카시보다 나은 점이 결혼할 수 있다는 것뿐인 인생 괜찮은가.
"그보다 네 나이랑 무슨 상…."
아니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뜻은 아니겠지.
부자라고 말했을 뿐이잖아. 자의식 과잉인 거 아니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아카시가 양쪽의 색채가 다른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몇 년만 기다리면 쾌적한 온도를 1년 내내 유지하게 해줄 수 있는데."
"19도는 안 돼. 냉방병 위험이 있으니까."
"아니면 여름 동안에는 홋카이도 있는 별장에 갈까."
내가 채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멋대로 가이드 온도도 설정해주고 바캉스 예정까지 잡아준다.
물론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나이 되면 연락해…."
한여름의 교토는 끔찍하게 덥다.
당사자의 나이만 빼면, 최고의 프로포즈였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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