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코의 농구 아카시 세이쥬로(오레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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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사자는 아기가 아니라 사자





내가 아카시 세이쥬로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그 애가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던 때였다. 


세 살 아래의 사촌 동생 마유즈미 치히로가 농구부 주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기한 마음 반 응원하고 싶은 마음 반으로 인터하이 예선을 보러 갔던 날이었다. 전 날 치히로에게 말을 걸었다가 매몰차게 보러 오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으므로 아주 비밀스럽게 보러 갔다가 돌아올 예정이었다. 


금방 걸렸지만.


"오지 말라고 했지."


오랜만에 뵙는 시로가네 선생님께 먼저 인사를 드린 후, 대놓고 짜증을 내는 치히로를 앞에 두고 나는 사춘기가 온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에 대한 것을 치히로에게 물은 것이 아카시였다.


"지금 집에 갈 사람."

"너무하네 진짜. 사촌이고 라쿠잔 졸업생이에요."


치히로는 나를 소개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대신 나서서 자기 소개를 한 내 말에 어딘가 치타를 닮은 다른 주전 아이가 그럼 선배님이시네! 하고 소리를 높였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카시는 우아한 미소로 더할 나위 없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나는 예의 바르고 귀여운 미소년 주장에게 마주 미소하면서 전국대회를 기대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너희 주장 귀엽더라."


길이 어두웠던 탓에 시로가네 선생님의 배려로 근처 정류장까지 나를 바래다주러 따라왔던 치히로는 내 말을 듣자마자 팍 인상을 구겼다.


"그거 내숭이거든."

"응?"

"그 내숭 안에 사는 건 완전히 사자야. 맹수라고."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버스가 도착했기 때문에 치히로는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 내 사촌이지만 정말 쿨한 애였다.


나는 버스에 오르면서 170초반대 정도의 키에 귀엽게 단정한 얼굴로 미소짓던 아래의 남자애를 떠올렸다.


사자인가. 적어도 나보다 다섯 살은 어릴 텐데.


…아기 사자?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웃음이 났다. 귀여워라.


"안녕하세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에 종종 나타나던 아카시와 마주칠 때마다 나는 아기 사자를 생각했다. 아마 태도도 절로 친절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겨울이 지나고는 표정도 태도도 변해서 쑥쑥 자랐어도 나에게 있어 아카시는 쭉 귀여운 치히로의 후배였고 사자라기보다는 아기 사자였다.


"좋아해요, 선배."


1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펑펑 울던 나에게 달려온 열 아홉 살의 그 애가 그렇게 고백하기 전까지는, 분명히.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휴일인 주말. 그것도 연말. 즉 친구들끼리 거나하게 술파티를 벌이며 노는 자리를 가지기에 적절한 날이라는 뜻이다. 나도 내 친구들도 그 적절함에서 빠지라면 서러워할 성격들이라서 오랜만에 밥에 가라오케에 술까지 3차를 진행하며 신나게 놀았다.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나는 자리였다. 다만 스물 다섯의 체력이란 스무 살의 것과는 분명히 달라서 잔을 몇 번 돌리기도 전에 나는 제법 취했다. 다른 친구들이 애인이며 약혼자 이야기를 열심히 한 탓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할 말이 없어서 남들보다 더 많이 마신 탓도 있을 것이다.


"좋겠다, 기집애들아!"

"야, 너는 잘 생기고 돈 많고 너 좋다고 따라다니는 스무 살짜리 남자애도 있으면서 왜 그래."

"걔랑 사귀는 것도 아닌데 뭐…."

"그러지 말고 확 꼬셔버려. 니 인생에 그런 행운이 또 있을 것 같아?"

"스무 살이라고…."

"다섯 살 밖에 차이 안 나는데 뭐. 확 자빠트려버려. 연상의 스킬로 혼을 빼버리면 되잖아."

"어우 미쳤나봐."


한참을 깔깔 거리면서 떠들다 보니 막차도 끊길 시간이었다. 택시를 타고 돌아갈까 생각했던 것보다 먼저 메일을 보내온 건 아카시였다.


데리러 갈까요?


그 말에 데리러 오라며 가게 주소를 보냈던 건 분명히 술에 취한 탓이었을 것이다.


아카시가 스무 살 생일 선물로 받은 수많은 호화로운 것들 중 하나인 본인 소유의 외제차를 끌고 나를 데리러 온 것은 메일을 보낸 지 채 20분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혹시 연락 기다리고 있었나? 언제나 그렇듯 깔끔한 차림새의 아카시에게 이끌려 차에 오르며 잠깐 의심했지만…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 뭐라고?"


깜짝 놀라 옆을 돌아보자, 내 안전벨트를 대신 채워주던 아카시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좋아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게 이상해요?"


아카시가 던진 직구에 잠깐 숨이 막혔다. 나에게 고백한 이후로 이 애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나는 눈 앞의 남자애보다 5년을 더 살았어도 이럴 때 뭐라고 해야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사는 맨션으로 향하는 내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카시는 조용히 운전에 집중했다.


"다 왔어요."


차에서 내리는 걸 도와주고 나를 바로 집 앞까지 데려다 준 후 깔끔하게 돌아서려던 아카시의 옷자락을 붙잡은 것은, 분명히. 머리 끝까지 술기운이 올라있는 탓이었던 게 틀림 없다.


"…우리 집에서 한 잔 하고 갈래?"


'확 자빠트려버려.'


딱히 그런 말을 떠올렸던 건 아니다. 아니었을 것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카시는 한숨을 삼키는 건지 놀란 건지, 그것도 아니면 기대하는 건지 모를 얼굴로 얌전히 나를 따라 현관에 발을 들여놓았다.




"갈게요. 잘 자요. 더 마시지는 말고."


내가 씻는 사이 가많이 거실에 앉아 기다리던 아카시는 내가 욕실로 들어가기 전에 꺼내준 맥주를 그대로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물방울이 맺힌 캔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훑으면서 힐끔 현관에 선 아카시의 뒷모습을 곁눈질했다.


"…진짜 갈 거야?"


꼬리를 잡아 끄는 물음에 아카시가 뒤를 돌아보았다. 잔뜩 경계하는 고양이 같은 표정이었다.


아니, 지금 그렇게 경계당할 만큼 만취하지는 않았거든.


"차 가져온 사람한테 술 마시고 가라는 건, 내 1번 추파 대사랄까…흑심 만만이라는 뜻인데…."


이걸로 꼬신 남자가 어언…아니 물론 이건 아카시 앞에서 할 얘긴 아니지. 아직 취기가 남은 탓인가 쓸데 없는 말을 할 뻔했다.


"선배 취했잖아요."

"반 정도만. 그 왜 취중진담이라는 얘기도 있잖아. 맨 정신이면 부끄러워서 이런 거 못해…."


술기운이라도 빌리지 않고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상대는 이제 갓 스무살이 된 남자애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때부터 알았던 남자애. 이젠 나를 좋아하는 걸 숨기지도 않고 다니는 남자애. 나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딱히 교제하는 것은 아닌 사이의 남자애. 


맨 정신으로는 부끄러움에 앞서 양심이 찔려서 이런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은 지금도 조금 양심이 따끔따끔 했다.


"아니야, 나 지금 술냄새 너무 많이 나니까 나중에…."


결국 말을 돌리려고 할 때가 되어서야 현관에 서있던 아카시가 성큼성큼 되돌아 왔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 내 손 안에 있던 맥주캔을 가져가서 열었다. 다시 숨을 한 번 쉬는 사이 맥주를 꿀꺽 삼키는 하얀 목이 눈에 들어왔다.


"후회하지 마."


야 너 반말…이라고 채 생각할 틈도 없이 다가온 손이 나를 끌어당겼다. 코끝에 훅 다가온 어른스러운 머스크향은 확실히 아카시의 것이었지만, 얽히는 호흡에 밴 알코올의 향이 누구의 것인지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


아랫입술을 핥아 열며 진입한 체온이 예민한 혀끝을 건드렸다. 간지러움이라고 해야 할지 부끄러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감각에 살짝 뒤로 빠지자 허리를 감싸안은 팔이 애타는듯이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혀 아래를 핥는 감각에 움찔 어깨가 튀었다. 살짝 더 모로 틀어진 얼굴이 더 가까이 접근한다. 뒤통수가 쇼파 팔걸이에 눌렸다. 더 깊게 스치는 혀끝이 체온을 더해갔다.


"아, 카시…."


입술이 잠깐 공기를 찾는 사이에 이름을 부르자 한껏 타오르는 것 같이 가라앉은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다시 다가온 입술이 내가 부른 이름까지 삼켜버릴 듯이 깊숙이 호흡을 빼앗아갔다. 발끝이 절로 곱아들었다. 


"선배."


귓가와 목덜미에 짧은 입맞춤이 쏟아졌다. 처음도 아닌데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에 몸을 조금 떠는 사이 허리에서 등으로 올라온 손끝이 속옷의 후크 부근을 맴돌았다. 척추를 덧그리듯이 손가락이 간지럽히다가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풀어도 돼요?"

"아니…."


침실의 방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선, 말고…."


마주친 눈이 만족스러운 듯이 휘어졌다. 




맨 등에 차가운 시트가 닿았다. 잔뜩 달아오르고 가라앉은 시선이 피부 위로 떨어졌다. 닿아오는 호흡이 달뜬 듯이 흔들리고 있어서 천하의 아카시도 이럴 땐 평정이 깨지는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왜 웃어요?"

"너 지금 좀 귀여워서…."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하얀 얼굴이 가늘어진 눈매로 물어왔다.


"평소엔 안 귀여웠어?"


목덜미를 살짝 깨물렸다. 으, 하고 짧게 신음하자 그 위로 웃음과 함께 짧은 입맞춤이 떨어졌다. 그게 얄미워서 귀를 잡아당겼지만 별로 아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아."


가소롭게도 아픈 척을 하는 게 얄밉다. 한 번 노려보고 뒷목을 당겨 키스했다. 달래듯이 입안을 간지럽히는 혀를 가볍게 한 번 깨물었다.


한껏 뜨거워진 호흡이 뒷목에 닿았다.


"왜 이렇게 긴장했어?"


창문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만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달아오른 아카시의 눈가가 몸 안쪽을 홧홧하게 만들었다.


"처음이라서."


어.


어어.


어어어…?


"뭐?!"


번쩍 고개를 들자, 눈앞의 뽀얀 얼굴이 정말 부끄러운 듯한 색을 입은 걸 알 수 있었다. 


아니 어쩐지 반응이 순진하다 싶긴 했지만…!


"………"

"선배?"


술도 얼마 전에야 마실 수 있게 된, 나를 좋아하는, 나를 선배라고 부르는, 갓 스물 먹은 남자애의 첫경험.


가슴 안의 양심이 따끔거리며 존재감을 키운다.


아니 역시 이건 좀 아니었어. 술에 꼴아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 틀림 없다고. 바로 십 몇 분 전만 해도 제정신이라고 우겼었지만 아니었던 거다.


"미아……"


미안하니 여기서 그만하자고 말을 꺼내려던 찰나, 아카시가 불쑥 하얀 얼굴을 들이밀어 입을 맞춰왔다.


이런 상황인 것 치고는 담백하게도 닿았다가 떨어지기만 하는 베이비 키스였다.


커튼을 제대로 치지 않은 창문으로 스며드는 먼 바깥의 가로등 불빛이 아카시의 긴 속눈썹을 빛내듯이 맺혔다. 처연한, 아카시에게 이런 표현을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그 이외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눈이 시선을 마주쳤다가 쓸쓸한 듯이 떨어졌다.


"…처음인 건 싫어요?"

"……."


그렇게 물어오는 얼굴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던 건, 양심이 지나치게 아파오는 이유와 동일했다.


사실은 조금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수위 삭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을 만큼 지쳐 아직도 팔팔한 품에 안겨있자니,


'그 내숭 안에 사는 건 완전히 사자야. 맹수라고.'


언젠가 치히로가 했던 말이 이제야 떠올랐다….


확실히, 사자는 아기라도 사자.


맹수였던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아카시는 종종 내가 사는 맨션에 불쑥 방문하게 되었다. 주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맥주를 든 채로.


확실히 그날 이후로 관계에 대해 정확히 언어화해본 적은 없지만…사귄다고 해도 좋은 관계겠지. 거의 매일 오고, 가끔 퇴근할 때나 회식할 때 맞춰서 데리러 오고, 연락도 자주 주고 받고, 무엇보다 엄청…엄청 자주 하고….


아닌가? 요새 애들은 좀 더 확실하게 말하는 걸 선호한다고 전에 TV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카시가 요즘 애들에 속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으음."


오늘도 찾아온 아카시와 맥주를 맞이해놓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외투를 벗어서 걸어두고 온 아카시가 옆에 앉으며 내 맥주캔을 대신 열어주었다. 


"선배."

"응?"

"결혼식은 봄이 좋겠죠?"


맥주 시원하죠? 와 비슷한 말투였다.


"…어?"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소리야.


"…너 결혼해?"

"응. 선배랑."


???


금시초문인데.


입을 뻐끔거리는 나를 내려다보며 아카시가 내숭 어린 태도로 고개를 갸우뚱 했다.


"책임 안 질 생각이었어요? 선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


아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또…그…양심의 가책이….


"다음 주말에 반지 보러 갈까? 드레스는 뭐가 좋아요?"


아카시는 입을 뻐끔거리는 나를 두고 달력을 폈다. 멋대로 일정을 짜다가 나를 돌아보며 당연한 것을 확인한다는 듯이 물었다.


"나랑 결혼할 거지?"

"…응…."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하얀 얼굴이 웃었다.


"정식 프로포즈는 새해가 되면 근사하게 할게요."


그야말로 배부른 사자의 미소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한 번 날려먹고...하얗게...불태웠다....

마지막 남은 양심으로 성인 설정을 넣음 그래서 보쿠시가 아닙니다...(매우 양심적임)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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