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코의 농구 미도리마 신타로 드림

*핵포카물

*드림주 이름 및 세부설정 있음

*로미님을 위해 썼따





미스틱 로맨틱 보이프렌드





오늘도 로미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덜 떠진 눈을 비비며 식탁에 앉아있었다. 누군가 덕분에 아침마다 챙겨보게 된 오하아사의 가벼운 방송내용이 한귀로 흘러들어와 한 귀로 빠져나간다. 멍하니 입을 움직이던 로미는 게자리의 운세가 나올 타이밍이 되자 자연스럽게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물병자리의 오늘 순위는 아쉽게도 12위네요.'


앗, 이건 좀 아쉽다.


'게자리의 순위는 1위! 오늘 게자리와 최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건 양자리, 최악의 궁합은 물병자리입니다! 오늘 게자리 여러분의 럭키 아이템은…'


툭.


로미의 손에서 숟가락이 힘없이 미끄러졌다.


'최악의 궁합은 물병자리'

'물병자리'

'물병'


아나운서의 하이톤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말도 안 돼…."


게자리와 최악의 궁합이라니. 다른 별자리는 아무래도 좋지만 게자리와! 이럴수가! 로미는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어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말도 안 돼!!!!"


벌써부터 최악의 하루가 될 것 같다. 울상이 된 로미는 어머니의 잔소리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기운 없게 등교 준비를 마친 로미는 여전히 우울한 기분으로 학교에 도착했다. 차라리 학교를 빠져버리고 싶을 만큼 우울했지만, 어머니가 오하아사 때문에 결석한다는 것을 용납할 리 없으니 결국 쫓겨나온 꼴이었다.


"로미, 안녕."

"안녕……."


시커멓게 죽은 안색을 하고 있는 로미를 보고 친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오늘… 오하아사 12위…"


현재 그녀가 죽을만큼 우울한 것치고는 무척 놀랍게도, 사실 로미는 딱히 오하아사 같은 것에 의미를 두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삶의 의욕을 앗아가버린 게자리의 운세도 본인의 것은 아니었다. 


"아~ 미도리마 오늘도 로미쨩 럭키 아이템 챙겨주러 오려나."


그렇다. 문제는 미도리마였다. 조금 더 장황하게 설명하자면 고등학교 2학년, 옆반, 농구부 에이스, 그리고 로미의 남자친구인 미도리마 신타로가 오하아사의 열렬한 신봉자라는 것이 문제였다. 아니, 열렬한 신봉자라는 말도 그에게는 부족하다. 날마다 럭키아이템을 들고 나타나는 것으로 모자라 특정 별자리와 상성이 나쁜 날에는 그 별자리에 해당하는 사람과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수준이니 오하아사 최적화형 인간이라고 부르는 쪽이 차라리 옳을 것이다.


바로 그런 점이 오늘 로미의 삶의 의욕을 바닥까지 떨어트린 요인이었다.


"그리고 오늘 물병자리랑 상성 최악……."


로미는 물병자리.


미도리마는 게자리.


오늘 물병자리는 게자리와 최악의 상성이 된다.


"오…그럼 미도리마 물병자리 근처에도 안 가는 거 아니야?"


로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뻐끔거리던 친구는 조심스럽게 로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힘내."


힘이 나겠냐.


그러나 태클을 걸 기운도 없다. 로미는 흐느적거리며 자리에 엎어졌다. 이렇게 초장부터 우울한 날이 또 있을까. 울고 싶다. 별자리점 같은 건 그다지 믿어본 적도 없는데, 자기 몸 만한 도자기며 진품 페르시아 양탄자 따위를 짊어지고 등교하는 괴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뒤로는 오하아사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은 정말이었다. 조금 용례가 다른 기분은 들지만.


"여보세요, 로미쨩? 안녕? 살아있어?"


근처에 잔뜩 먹구름을 띄운 채 우울한 기분으로 반쯤 울고 있던 로미가 고개를 든 것은 꽤 시간이 지나서였다. 같은 반의 타카오가 똑똑 책상을 두드리며 그녀를 불렀던 것이다.


"안녕, 타카오…."


힘없이 상체를 일으킨 로미가 타카오에게 우울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타카오가 교실에 있다는 건 농구부의 아침 연습이 끝났다는 뜻이다. 보통 아침연습이 끝난 후 보통 미도리마와 로미는 짧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HR 시작까지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의 일이지만, 사귀게 된 후로는 한 번도 빼놓은 적 없는 소중한 하루 일과다.


다만 그것도 오늘은 예외일 것이었다. 누가 뭐래도 오늘 게자리와 물병자리는 상성이 최악이니까.


오하아사 폭발해라!


"어, 로미쨩 혹시 어디 아파?"


기운 없이 책상에 앉아있는 로미를 보고 타카오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아침 연습이 끝날 시간만 되면 신나게 복도로 튀어나가 미도리마를 보고 오는 로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마음이.


"아파?!"


마음이 아프다니까.


"신쨩, 잠깐 와봐! 로미쨩 아프대!"


물병자리와 상성이 최악인 게자리의 남자를 불러봤자…흥. 오하아사 폭발해라. 삐뚤어진 생각을 하던 로미는 타카오가 이름을 부른 것과 거의 동시에 교실 뒷문으로 성큼 들어서는 키 큰 남학생의 모습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어…!"


미도리마였다. 뭔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눈을 비볐지만 틀림 없이 그녀의 남자친구다. 하루 사이에 슈토쿠 고교에 이변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 키 195, 단정한 녹색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는 남자가 미도리마 신타로 외의 다른 사람일 리 없었다.


"로미, 몸이 안 좋다고?"

"…신쨩?"


미도리마가 로미에게 한 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철컥철컥 소리가 났다. 키가 큰 만큼 넓은 교복 앞판에 캔뱃지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덕분이었다.


"보건실에 가자.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것도 학생의 본분인 것이야."

"아니, 아니야. 아픈 거 아닌데, 신쨩…."


왜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말을 걸어?


오하아사 신자 미도리마는 달리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로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플 땐 아프다고 제대로 표현 해야 인사를 다 하는 법이지."

"정말 아픈 거 아닌데…."


로미가 말을 우물거리는 사이 미도리마가 가뿐하게 로미를 일으켰다.


"그럼 타카오, 선생님에게 전달을 부탁한다."

"오케이~"


손을 붙잡은 채 보건실 방향으로 성큼성큼 걷는다. 로미는 그 옆을 따라가며 마음 속으로 수십개의 물음표를 떠올렸다.


"신쨩, 나 정말 안 아파. 그냥 우울해서…."

"우울해?"


미도리마가 그제야 자리에 멈춰 로미를 내려다보았다. 로미는 미도리마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웅얼웅얼 오늘의 오하아사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았다.


"오늘 게자리랑 물병자리는 상성이 최악이라길래…알고 있었어?"

"알고 있는 것이야."

"나 물병자리인데 혹시 몰랐어?"

"모를 리가 없잖아."


그럼 왜?


미도리마는 로미의 손을 붙잡지 않은 쪽의 손으로 안경을 밀어올리며 대답했다.


"오늘의 상성을 보완하기 위해 오늘의 럭키아이템인 캔뱃지를 108개 준비한 것이야."

"……."

"게다가 오늘 게자리는 오하아사 1위다."


그러고 보니 등판에도 캔뱃지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상성 최악이라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럭키 아이템 같은 건 제대로 못 들었던 것 같다. 로미는 미도리마의 몸에서 증식하고 있는 것 같기까지 한 캔뱃지들을 보며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그래도 캔뱃지 108개면 교복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지적해야 하는 타이밍일까.


"이 정도의 럭키 아이템으로 인사를 다한 데다 1위로 천명이 따르고 있어."


럭키아이템이라는 말에 반응하듯 108개의 캔뱃지가 걸음마다 철컥철컥 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상성이 나빠도 우울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야."


미도리마가 공연히 다시 한 번 안경을 밀어올렸다. 로미는 108개의 캔뱃지를 단 남자친구의 얼굴을 올려다 보다가 결국 웃었다.


"…그런 이유로 내가 너를 피할 일은 없으니까."


고개를 한참 위로 꺾어야만 볼 수 있는 옆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농장판 보세요 두 번 보세요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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