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코의 농구 드림 스터키 드림...?

*아카시 드림 시리즈인데 아카시가 안 나옴....

*라겜 조금 전 시점

*이마요시 야매 사투리 주의





스티키 스터키 몬스터즈





라쿠잔 농구부에서 나와 가장 친했고 내가 가장 신경 썼던 것은 같은 3학년 매니저였던 히구치였다. 


제일 신경을 썼다고는 해도 농구부 시절 후배들에게 오해를 샀던 것 같은 연애 감정 비슷한 의미는 전혀, 요만큼도, 정말 털끝만큼도 아니다. 그보다는 뭐랄까 왠지 풀죽어 있는 동생을 보면 괜히 마음이 쓰이는 누나 같은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같은 학년인데 유난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역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던 건 히구치가 선수에서 매니저로 전향하면서 얼마나 고민하고 힘들어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입 부원들이 들어오고 1학년 아카시가 농구부 주장 자리를 꿰찬 지 얼마 지나지 않은 3학년의 초반이었다.


"나 매니저 하면 어떨 것 같아?"


히구치가 처음 그렇게 물어왔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엄청나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매니저로서 히구치가 입학 당시부터 쭉 2군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가끔은 농담으로 농구부 그만 두고 청춘 생활 해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만 두기는 커녕 연습 한 번 빠진 적 없는 성실한 녀석이라 더욱 그랬다.


매니저 일은 쉬운 줄 아냐고 받아치고 나서야 농담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제야 돌아본 히구치의 얼굴이 전에 없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진심이냐고 묻자 히구치는 굳은 얼굴로 고민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애초에 나는 매니저로 입부했고, 선수들의 고민이라고 해도 피상적으로 밖에 아는 것이 없었다. 히구치와는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라 뭐라고 말해주어야 하는 건지도 잘 몰랐다.


"아카시가 나는 서포트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카리스마 넘치는 1학년 주장이 했던 말을 곱씹는 히구치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없었다. 


그냥 한 번 어깨를 두드리고 매니저 일도 꽤 보람 있으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말라고 말했던 것이 전부였다.


다행히 다음 날 나타난 히구치는 고민을 털어낸 얼굴로 매니저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고마워. 상담해줘서. 이런 고민, 선수인 녀석들하고는 이야기하기 힘드니까…."


감독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온 히구치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했다. 별로 상담이라고 할 말한 걸 해준 적도 없는데 과한 인사라고 생각했지만 히구치는 진심이었던 것 같아서 그냥 알았다고 했다.


히구치는 농구부 남자애치곤 드물게 섬세하고 배려심이 있는 애였고 아카시의 단언 대로 매니저 일도 잘했다. 어떻게 생각해도 내가 히구치에게 불만을 가질 구석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히구치가 빈 체육관에서 혼자 연습하는 것을 못 본 척 해주었다.


같이 일하다 보니 친한 사이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바로 직전에 2학년 매니저가 개인 사정으로 부를 그만 두는 바람에 무척 바빴던 것도 한몫 하긴 했지만. 덕분에 1년이 끝나 갈 때 쯤엔 농구부에서 제일 친한 사람으로 히구치를 꼽을 수 있게 되었다. 


"나, 대학 가면 다시 농구 하려고."


졸업식 날 히구치가 한 말에 진심으로 응원의 말을 건넬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었다.


"열심히 하고, 혹시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어차피 같은 도쿄니까."


내 립서비스에 히구치는 기쁜 듯이 웃었었다.


히구치에게 대학에서도 농구부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있잖아,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전화를 받고 찾아간 곳에는 생각 외의 면면들이 모여 있었다.


"오. 전 라쿠잔의 매니저 씨잖아."

"히구치가 말한 원군?"


전 토오학원의 이마요시, 전 슈토쿠의 미야지에 히구치. 이건 대체 무슨 조합이지. 전국구 플레이어들 사이에 낀 히구치가 자랑스러운 건지 못 미더운 건지 잘은 모르겠다. 채 그것을 판단하기도 전에 이마요시가 샐샐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해왔다.


"이야, 잘 부탁한데이. 내는 이마요시. 이쪽은 미야지. 알제?"

"어, 안녕. 두 사람 다 알아. 반가워."


얼떨결에 손을 맞잡으며 히구치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선수를 쳐서 설명을 시작한 건 이마요시였다.


그러니까 이 셋이 대학 농구부의 합동 신입 환영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끝에 새로 팀을 꾸려 길거리 농구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는 얘기였다. 우승자는 미국 스트리트팀인 재버워크와 겨룰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나 뭐라나. 


얘네도 참…대학까지 와서도 농구부인데다 또 길거리 농구까지 하고 싶다니 어지간히 농구에 저당잡힌 인생이군.


"그래서 가끔 도와줄 수 있을까 하고. 자주는 아니야. 가끔이면 돼. 밥 살게."


어쩐지 필사적이기까지 한 히구치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거절하기도 좀 그렇다. 시간은 있고 밥도 산다고 하고. 문제 없네 뭐.


"그건 상관 없지만…팀원은 셋 뿐이야?"


둘은 더 있어야 하지 않나. 일단 이 팀의 주장격인 듯한 이마요시를 올려다보자, 안경 너머의 실눈이 더 깊은 곡선을 그렸다.


"남은 두 사람은 오늘 가서 얘기 할라꼬."

"그래? 대회 언젠데?"

"내일."


…?


이 자식 진심인가?


아니 당장 내일인데 오늘 가서 얘기한다고? 거절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럴 일은 없데이."


깜짝이야. 소리 내서 말한 줄 알았네.


"오라 하면 바로 올 사람으로 골랐제."

"누군데?"

"카이조의 카사마츠하고 요센의 오카무라."

"그건 또 화려한 라인업이네…."


정말 영입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전국구 캐스팅이다. 기적의 세대나 무관의 오장이 없는 세대로서는 거의 탑시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음, 히구치만 빼고.


"그런데 어떻게 얘기 하게? 전화 번호나 메일 알아?"


선수들끼리는 또 커넥션이 있나. 왠지 이마요시라면 일방적으로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스팸인 줄 알면 어떡하려고. 약간 의심을 담아 이마요시를 올려다보자 이마요시는 안경을 밀어올리며 지나치게 평범해서 오히려 수상쩍어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 오카무라 집으로 찾아갈끼다."


……스토커……?


"아니야."


아까 악수했던 손을 옷에 문질러 닦으며 슬쩍 뒤로 물러나는 나를 보고 이마요시가 어째서인지 표준 도쿄 억양으로 부정했다.




다음 날 12시, 오카무라와 카사마츠는 정말로 대회장에 나타난 모양이었다. 나는 그 날 대회가 한참 진행된 다음에야 보러 갔기 때문에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히구치의 말에 따르면 이마요시가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감언이설로 꼬드겨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는 사이 이마요시는 어쩐지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아니 그렇게 쳐다봐도 말이지….


이마요시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자니 잠시 수돗가에 갔다던 오카무라와 카사마츠, 미야지가 돌아왔다. 이미 어제 인사했던 미야지와 가볍게 인사하고 난 후 다른 두 사람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2미터의 남자는 허둥대며 입을 뻐끔거렸다.


"어, 아, 라, 라쿠잔의 매니저였던…?"

"안녕, 오카무라 군."


단순히 당황해서 이쪽으로 손가락을 향하고 있는 것뿐인데도 2미터가 그러고 있으니 박력이 다르다. 네부야도 꽤 올려다보기 버거울 정도로 컸지만 오카무라보다는 작았고……몸무게도 잘은 모르지만 0.1톤 정도 되지 않을까. 이쯤 되면 인간이라도 세부적으로 뭔가 종이 다른 거 아닐까 싶은데. 약간 신기한 생물체를 관찰하는 기분으로 오카무라의 한참 높은 얼굴을 올려다보다가 눈이 마주쳐서 사회적인 미소를 지었다. 오카무라는 입을 뻐끔거리다가 돌연 지나치게 정중한 태도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왜 존댓말 쓰는 건데. 나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냐.


"안 들어보인데이. 오카무라가 이상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아니 사람 마음 그만 읽으라고.


이마요시를 한 번 노려보고 오카무라의 그림자에 반쯤 가려져 있는 카이조 출신 포인트 가드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

"……."


못 들었나?


"안녕, 카사마츠 군. 초면이지? 나는."


한 발 가까이 가서 나름 성의 있게 자기 소개를 했는데 카사마츠는 나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어어."


짧은 한 마디가 그의 입에서 나온 전부였다.


아니 얘 대체 뭔데. 내가 그렇게 맘에 안 드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라쿠잔 농구부에도 아무튼 이유 없이 나를 별로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은 꽤 있었지만 초면에 이렇게까지 사람을 무시하는 녀석은 없었다.


얘 진짜 어이 없네. 너만 마음에 안 드냐. 나도 마음에 안 든다. 팔짱을 낀 채 빤히 올려다보자, 카사마츠는 한 술 더 떠 오카무라의 등 뒤를 빙 돌아 가버렸다.


"쟤 뭐야?"


한껏 소리를 낮춘 내 물음에 히구치는 곤란한 듯이 눈만 껌뻑거렸다.




길거리 농구 대회에는 좀 오버스펙인 전국구 선수들의 팀 Strky(이름 센스 하고는)는 승승장구하며 프로 선수가 속해있는 팀에도 승리했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확실히 화려한 라인업이다. 히구치만 제외하면 작년에 고교 농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다들 알 이름들이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유명한 녀석들의 이름을 몇 번인가 쑥덕거렸다. 유일하게 아무도 모르는 히구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실력이 부쩍 늘어 있어서 괜히 좀 뿌듯한 기분이다.


대기 장소에서 히구치 외 녀석들의 활약을 구경하는 것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버저 비터를 넣은 카사마츠가 착지를 잘못 했는지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일단 발목은 확실히 꺾였다.


"!"


카사마츠가 대기 장소로 돌아오자마자 스프레이와 테이프를 들고 성큼 다가갔다. 아무리 내가 마음에 안 들어도 부상 위험이 있는데 싫다고 하진 않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가 가까이 갈 때마다 카사마츠는 뒤로 한 발씩 물러났다.


뭐하자는 거냐, 진짜.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카사마츠의 유니폼 자락을 잡았다.


"너 말이지,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알겠지만 적어도 부상 정돈 확인하게 해달라고! 선수잖아!"


소리를 한껏 높인 내 외침에 카사마츠는 화들짝 놀랐다가 새파랗게 질렸다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를 반복했다.


"…아니…."

"뭐? 확실히 말해! 그 전에 발목이나 먼저 대고!"


내 말에 카사마츠는 슬그머니 뒤로 뺐던 발목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내가 스프레이를 준비하는 동안 내내 삶은 문어 상태로 입을 뻐끔거리더니,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처방을 내려줄 때까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얌전하니까 이렇게 좋은 걸.


진짜 매니저 해먹기 힘드네. 그런 의미에서 히구치, 오늘은 초밥이다. 회전 안 하는 걸로.


"…아니…라고…." 

"뭐?"


히구치의 지갑을 털어먹을 궁리를 하던 내 귀에 카사마츠의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숨죽여 기어들어왔다.


"…시, 싫은 게 아니라 그냥………."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소리를 내지 못하는 카사마츠를 대신해 이마요시가 뒷말을 붙였다.


"야는 그냥 여자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것뿐이데이."

"………………."


뭔데.


아니 진짜 뭔데.


왜 이제 와서 하는 얘기가 그런 건데.


"알고 있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이 너구리가!!"

"아니, 재밌어서."

"장난 하냐 진짜!!!!"


진짜 이상한 애들 밖에 없네, 이 팀!!


"어이쿠."


손에 들고 있던 테이프를 이마요시에게 던져버렸던 것은 감정적인 의미에서 더할 나위 없이 타당한 판단이었다.









아카시가 안 나오는 드림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근데 라겜 시점도 쓰고 싶어요..........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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