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드림 전력

*주제: 청첩장

*쿠로코의 농구 아카시 세이쥬로 드림

*대학생 설정/처음 써보는 오레시 드림...





첫사랑 졸업식





내가 아직 고등학생이고 농구부 매니저이던 때, 마지막 윈터컵 결승이 있던 날이었다. 


상대는 의외라고 밖에 할 수 없었던 신생 세이린 농구부. 기적의 세대 못지 않은 재능의 소유자가 있었다든가 기적의 세대 환상의 식스맨이 있었다든가, 존이 이러쿵 저러쿵 어쩌고 저쩌고…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그 누구도 아닌 세이린의 1학년 매니저 여자애였다. 테이코 출신이라고는 해도 토오의 매니저처럼 특별히 정보 수집에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닌 평범한 애였지만, 아마 나는 내 뇌가 정상작동하는 한 그 애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농구부 주장이었던 아카시가 그 여자애에게 이렇게 선언했었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승리할 테니 라쿠잔으로 와서 내 옆에 있어.'


늘 자기 잘난 맛에 살며 승리가 어떻다느니 자기가 늘 옳다느니 별 말을 다 떠들어대던 농구부 주장 아카시가 한 말이라기에는 너무 대단한 고백이었다. 거의 프로포즈 수준이었지. 누가 봐도 아카시가 그 여자애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거기에 그 여자애의 반응은 애매하기 그지 없었던 데다 세이린의 식스맨과 너무 가까워 보여서, 아카시의 짝사랑이라는 초유의 빅뉴스를 눈치 채고 조금 흥분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시합이 끝나면 아카시의 짝사랑을 근처에서 관찰할 수 있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아무튼 나도 어렸으니까 말이지.


물론 누구나가 알다시피 결과는 패배였다.


그게 아카시의 생애 첫 패배였다고 했다. 덕분에 승리만을 위해 존재하던 아카시는 사라졌다…고 완전히 돌변한 아카시가 자신의 인생사와 함께 설명해주었다. 은퇴식도 지나고 졸업이 가까워오던 어느 겨울날이었다.


'그랬구나.'


평이한 리액션을 보이는 내 옆에서 아카시는 어째서인지 물어본 적도 없는 인생에 이어 자신의 첫사랑 스토리까지 줄줄 풀어놓았다.


테이코에 입학해 처음 그애를 보았을 때는 늘 밝다고만 생각해서 별로 호감은 없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자신의 중압감을 이해해주었던 그 애에게 갈수록 호감이 생겼다는 이야기. 중학교 2학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 애를 좋아하고 있었지만―'또 다른 자신'이 그 애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아카시도 그 애를 쭉 좋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그 애가 자신에게 받은 상처로 쿠로코를 쫓아 세이린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나는 정말로, 단 한 번도 그의 첫사랑 이야기를 물어본 적이 없었는데.


'쿠로코를 따라 세이린으로 갔다면 이미 걔한테 지고 있었던 거잖아. 윈터컵이 첫 패배도 아니었네. 바-보.'


그렇게 묘하게 날 선 대답을 하고 말았던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놀란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한 아카시에게서 도망치다시피 자리를 피한 다음, 졸업할 때까지 다시 아카시와 이야기 한 적은 없었다.


아무튼 두 살이나 어린 애한테 너무 까칠했다고 후회했다. 후회만 한다는 게 나의 제일 최악인 점이었지만.


'…선배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졸업식 날 아카시는 고민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나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니 내가 아는 아카시에게서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 신선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확실히 알았어요. 이제는 후회할 일은 하지 않아요.'


그런 다짐을 나한테 얘기해도…라고 생각했던 것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의 가장 선명한 기억이다.


나는 라쿠잔 고교를 졸업한 뒤 교토를 떠나 머나먼 도쿄의 대학으로 진학했고―


그로부터 2년 뒤, 아카시는 고교에 이어 대학교에서도 나의 후배가 되었다. 왠지 막연히 미국에 유학이라도 갈 것 같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꽤 의외였다.


'오랜만이에요, 선배.'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의 표정 따위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얼굴로 웃는 아카시는 아마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제법 극복한 것 같았다.


극복했다고 생각한 건 적어도 나와 어울려 다니는 동안 아카시가 그 첫사랑 여자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카시에게 내가 졸업한 뒤로도 여자친구를 사귀었던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선배, 식사는요?"

"아직."

"저도 아직인데 같이 먹으러 갈까요."


같이 밥이라도 먹자는 여자애들이 한 트럭은 될 텐데도 나에게 굳이 이런 식으로 말을 붙여오는 건 역시 첫사랑의 잔상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었겠지 싶어서 이해했다.


"안 사준다."

"제가 살게요."

"됐어. 선배 가오가 있지."


그렇게 말하면서 앞서가면 아카시는 영 적응되지 않는 착한 얼굴로 웃으면서 내 뒤를 따라왔다.


"넌 진짜 얼른 첫사랑 졸업해라."


내가 술 기운을 빌려 진심으로 충고하자 아직 나이가 되지 않아 앞에 앉은 채 음료수만 홀짝거리던 아카시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미 졸업했어요."


글쎄, 아직 졸업예정 정도인 것 아닌가.


"그럼 얼른 연애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 아직 상대가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서."


허세는.


코웃음을 치며 술을 홀짝 넘기고 나면 아카시가 요상한 표정으로 내 빈 잔에 술을 채워주었던 것이 지난 몇 달 간의 일상이었다.




아카시가 만나자는 메일을 보내온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오늘은 딱히 대단한 일정도 없었던지라 나는 가볍게 학교 앞 카페로 아카시를 만나러 갔다.


"무슨 일로 불렀어?"

"부탁 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그런 말고 함께 아카시가 내민 것은 심플한 기본형의 청첩장이었다. 웬 청첩장이람? 의아한 마음으로 그것을 열어 이름을 읽은 순간,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신랑, 쿠로코 테츠야. 신부…."


신부 측에 쓰여 있는 것은 세이린의 매니저였던 그 여자애의 이름이었다. 다시 말해, 아카시의 첫사랑이었던 그 애가 쿠로코와 결혼한다는 얘기다. 쿠로코라는 건 확실히…그 세이린의 식스맨이었지? 어쩐지 가까워보이더라니.


"……."


나는 조심스럽게 청첩장을 덮으면서 맞은편에 앉은 아카시의 얼굴을 힐끔 보았다. 하지만 완전한 어른의 얼굴이 된 아카시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일찍도 결혼하네……괜찮아?"


잡담인 척 하면서 그렇게 한 번 물어보는 것이 전부였다. 내 말에 아카시는 그냥 웃었을 뿐이다.


"괜찮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내 안에는 묻지도 않은 자기의 첫사랑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던 아카시가 강하게 남아 있었다. 2년하고도 또 거의 몇 달이 더 지나가는 길인데도 아직 생각나는 걸 보면 아무튼 강렬한 기억이었던 건 확실한가보다.


"갈 거야? 여기."

"네. 친구의 결혼식이니까요."

"……."


얘는 아직도 센 척하는 버릇이 안 버려졌나. 재버워크 때의 일도 있고, 꽤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연애 관련은 또 딱히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나는 한숨을 쉬며 청첩장을 접어 아카시에게 돌려주었다.


"진심으로 축하 못 할 것 같으면 참석 안 하는 것도 방법이야."


진지하게 충고했지만 아카시는 딱히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원래 남의 말은 안 듣는 애였으니 그러려니 하긴 했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은 게 뭔데?"


한숨을 담아 묻자, 아카시가 청첩장을 접어 가방에 집어넣으며 가볍게 대답했다.


"참석할 때 동행인이 되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그, 결혼식에?"


모르긴 몰라도 내 표정은 꽤 볼만했을 것이다. 아카시가 턱을 괴며 낮게 웃었으니 틀림 없다.


"혼동되게 말했던가요? 네, 선배가."

"……왜?"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아카시라면 동행을 위한 파트너 쯤은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딱히 결혼식에 파트너 동반이라는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혼자 참석해도 될 거고. 외로워 보일까봐 그러나? 아, 이 경우엔 그건가. 결혼한다고 하니까 왕년의 짝사랑은 신경 쓰지 말라고 파트너를 대동해 보여주는…뭐 그런 로맨스 소설 같은 흐름인가.


"이미 첫사랑은 졸업했다고 해도 도무지 신뢰해주질 않으니까, 확인해줬으면 해서요."


그거 내가 인정해줘야 하는 일이니. 졸업장이라도 발부해줘야 하나.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느껴졌는지 아카시가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왠지 어리광을 부리듯이 물어왔다.


"안 되나요?"


너 말이지, 그렇게 귀여운 척 한다고 내가 알았다고 할 줄 알았으면……


"네? 선배."


아주 정답이다. 이 망할 놈이 내가 자기 얼굴에 약한 걸 너무 잘 알고 있어.


"…상관은 없지만…, 나랑 가도 괜찮겠어?"

"물론. 선배가 아니면 무의미해."


너 갑자기 말이 짧아졌다. 옛날 생각 나네.


"정리가 완료 되었다고 확신시켜주기 전이면 선배는 내가 어떻게 고백해도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


어.


음.


어…?


"…?!"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잘못 듣지 않았어요."


아니 소리 내서 묻지 않았잖아. 대답하지 마.


입을 떡 벌린 채 할 말을 잃은 나를 보며 아카시가 손을 뻗어왔다.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흘러내린 머리카락 몇 가닥을 부드럽게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녀가 첫사랑이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

"그 첫사랑을 당신 덕분에 졸업할 수 있었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해."

"……………."


아니 이거 실화냐.


"응? 선배. 같이 가요."


아카시가 다시 내숭을 떨듯이 웃었다.


"아…어…어어?!"


그리고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허둥대는 나에게 아카시는, '결혼식에 다녀온 후에 고백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며 이상한 고백 비슷한 것을 해두는 것으로 내 멘탈의 대혼란 2차전을 예약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대충 테이코 시절 아카시는 테이코중 역하렘물을 찍었던 것이고 역하렘 히로인은 멘탈이 털려서 세이린 포카포카물을 찍다가 쿠로코 루트에 돌입..아카시는 서서브남 정도로 밀려났던 것입니다.........교토라서 어쩔 수 없엇다 아카시 힘내서 텔레포트를 익히지 그랬냐

아무튼 그래서 서서브남은 첫사랑에 대한 자기 마음을 묘하게 흔드는 여자 선배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털어놓았지만 그랬다가 죽빵 맞는 것임 연애는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알겠냐 아카시

그걸 깨달은 아카시는 이제 내숭남으로 다시 태어났다!! 뭐 이런 결론입니다 장편 스토리를 하나에 우겨 넣으니 이렇게 해설이 길어진다 알겠냐 신루이 반성해라............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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