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글 전력
*주제: 변함없는 너
*엑스맨 무비 퀵실버(피터 막시모프) 드림
*시리즈물
*변함 없는 설정 날조와 캐붕 주의...여동생 이름은 편의상 완다로 표기합니다(뮤턴트는 아님)
세상에서 제일 빠른 락밴드 매니아
"어느 쪽이야? 이쪽이 나은가? 왼쪽?"
"음…아냐, 좀 더 오른쪽."
"여기?"
"응. 거기."
피터는 아까부터 좋아하는 락밴드의 새로운 포스터를 보다 멋지게 보이게 할 위치를 찾느라 난리였다. 계단 아래, 소파에서 잘 보이는 벽, 스케이트 보드 거치대 뒤, 기타 등등 그 빠른 속도로도 지하실을 쏘다니며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곳마다 포스터를 가져다대고는 어느 쪽이 나은지 계속 물어댔다.
"이렇게?"
"응."
이게 벌써 일곱 번째던가 여덟 번째던가. 뭐 내 눈에는 어차피 잡동사니로 가득한 지저분한 지하실에 썩 멋져보이지도 않는 이상한 포스터들이다보니 어디에 붙여도 창고스럽다는 느낌 뿐이지만, 저렇게 호들갑인데 완전히 신경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까 저쪽이 더 낫지 않아?"
"거기가 제일 좋아. 여기 앉아서도 잘 보이고, 햇빛에 색 바랠 일도 없고, 다른 포스터들하고도 어울리고."
"흠…뭐, 그래. 좋네."
피터는 아주 신중한 태도로―그래봤자 내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포스터를 벽에 붙여놓고는 어느새 내 옆에 앉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내가 추천한 위치가 마음에 든 눈치였다. 옆자리에 앉아서 체스판을 꺼냈으면서도 눈은 계속 포스터쪽을 힐끔 거리는 게, 이번의 새로운 컬렉션이 정말 좋은가보다. 폰을 움직이는 모습도 반쯤 건성이었다. 이건 그동안 너무 체스를 많이 두고 놀아서 서로 패턴이 파악된 탓도 있는 것 같지만.
"이렇게 포스터 계속 늘어나다가 아예 벽이 안 남는 거 아니야?"
"그거 멋진데."
"다 붙인 다음 새 포스터가 나오면 어떡하려고?"
"글쎄, 네 방에 붙일까?"
"누구 마음대로. 우리 할머니가 봤다간 사탄의 그림이라고 기겁하실걸."
문을 열면 보이는 괴상쩍은 포스터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반쯤 뛰어오르는 할머니의 모습이 안 봐도 눈에 선했다. 당장 성호를 그으면서 성수나 안 뿌리면 다행일 것이다.
"흠, 너희 할머니가 음악을 못 들어서 유감이야. 한 번 들으면 좋아하게 될 텐데."
"과연 어떨까. 우리 할머니는 네가 입고 다니는 티셔츠도 마음에 안 들어하셔."
언젠가 한 번은 피터가 다소 괴이쩍은 해골무늬 옷을 입고 왔던 걸 보고, 할머니가 진지하게 나쁜 짓은 하지 말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 어찌어찌 오해는 해결됐지만 지금도 피터의 티셔츠만 보면 미간이 좁혀지는 일이 다반사다. 피터에게 대놓고 말하는 일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오. 그건 패션을 모르는 거고!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너 어릴 때 입고 다녔던 원피스 완전 별로였다니까. 매일 장례식장 가는 줄 알았어."
"언제적 얘길 지금 꺼내. 지금은 그거 안 입잖아."
"지금은 나아졌지. 음, 예뻐졌다고."
"됐거든. 자기는 그때부터 이상한 밴드 티셔츠만 입고 다녔던 주제에."
"그건 그러니까, 변함이 없는 거지."
"나는 발전한 거고."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체크메이트를 선언하고 피터의 킹을 가져가자, 피터가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쪽으로 올 줄 알았더니."
"발전한다니까? 참 나, 새 포스터에 쓸 신경을 나한테 조금만 더 썼어도 알았을 텐데. 오늘 하루 종일 포스터 얘기만 하고. 몇 살을 먹어도 락밴드 얘기밖에 안 하는 점도 변하는 게 없어, 정말."
투덜거리면서 체스판을 정리하고 있던 사이 재빠르게 냉장고에 다녀온 피터가 펩시 병을 내밀었다.
"고마워."
한 모금 입을 축이는 걸 빤히 보고 있던 피터가 얄밉게 한 마디를 건넸다.
"그래서 삐쳤어?"
"뭐가?"
"내가 하루 종일 너보다 포스터에만 신경 써서."
"…아닌데."
대답하는 목소리는 내가 생각해도 조금 힘이 없었다.
"알잖아. 내가 너한테 신경 안 쓴 적은 한 번도 없는 거."
"내가 그걸 어떻게 알,"
문장을 채 끝맺지 못했던 건 고개를 든 순간 피터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건…그게.
"피터."
"오늘 예뻐. 머리 새로 한 것도 예쁘고, 새로 산 원피스도 예뻐. 내 말은, 그러니까. 넌 늘 예뻐."
빠르고 낮은 목소리로 속닥거리면서 다가온 피터의 입술이 거의 닿을 듯했다. 나는 짧게 숨을 삼켰다. 손가락이 살짝 뺨에 닿아, 곧 턱 아래쪽을 감싸왔다.
이럴 땐 눈을 감는 거던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오빠, 오빠 있어?"
"!!"
우당탕 계단을 내려오는 막시모프 가의 막둥이 완다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덕분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펩시를 조금 쏟았고, 어느 새인가 탁구대 앞에 서있던 피터는 탁구공의 모양에 대단히 관심이 있는 것처럼 들여다보다가 완다를 맞이했다.
"오빠!"
"왜?"
"나 마이크네 데려다주면 안 돼? 강아지 낳았대!"
"오, 남자 입장에서 그 작업 수법은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피터는 투덜거리면서 완다를 안아 들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당장은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서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완다에게 손인사를 건네는 것도 잊지는 않았다.
"나, 나는 이거 흘려서 좀 닦아놓고 있을게. 잘 다녀와, 완다."
"…얼른 다녀올게."
계단을 올라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닥에 휴지를 몇 장 얹어놓고, 거의 타들어갈 것 같이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바닥에 파묻었다.
조금 전에 정말 뭐였지.
딱 그때 완다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어쩌면….
"으으으."
정말 타서 없어져버릴 것 같은 얼굴을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몸부림치면서도 이 타이밍에 완다가 나타나서 다행인지 아닌지, 사실 정확히 어떤 마음인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동생을 천천히 데려다 준 피터 막시모프 씨는 초음속으로 집으로 돌아왔으나 드림주는 이미 집에 갔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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