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불면증
*엑스맨: 데이즈오브퓨처패스트 퀵실버(피터 막시모프) 드림
*엑스맨 및 70년대 알못 주의..캐붕 주의..
*드림주 세부 설정 있으나 중요하진 않음
세상에서 제일 빠른 굿나잇 키스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는 별로 낯설지 않은 불면의 밤이다.
어느 날인가 생겨난 나의 이상한 능력에 대해, 꿈에서 보는 어느 시점인가의 미래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잠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던 적도 있었으므로―그때 생긴 눈 밑의 기미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멀뚱히 침대에 누워 눈을 깜빡거리며 영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도 완전히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특히 매년 이맘 때쯤, 그러니까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가 죽는 꿈을 꾸게 된 날 근처에는 거의 잠 같은 것은 포기한 상태라서 앞뒤로 이틀이나 사흘 정도 자지 못하는 것도 늘 있는 일이다. 가끔 10분 정도 졸 때는 있지만 숙면이라고 하기엔 뭐한 수준이고 나머지는 거의 전부 깨어 있다.
머리가 아픈 것 외엔 별로 불편할 것도 없는 일상이었다. 좀 심심하긴 하지만.
한참 뒹굴거리면서 십자말풀이를 들여다보다가 지쳐 축 늘어졌다. 아 심심해. 책은 읽고 싶지 않고 텔레비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피터네처럼 게임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 피터는 자려나? 자겠지? 시간도 늦었는데.
문득 내 유일하고도 특이한 친구에게 생각이 미쳐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터의 집쪽으로 난 창문을 조금 열고 내 방에서 보이는 피터의 침실―지하 아지트에서 자고 있을지도 모르지만―에 대고 이름을 불렀다.
"피터."
물론 대답은 없었다.
…한밤중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 어차피 자고 있을 텐데.
아, 심심해.
한숨을 쉬면서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우려고 돌아서자,
"헤이. 불렀어?"
잠옷 차림의 피터가 내 침대에 앉아서 인사하고 있었다. 인사하는 피터의 손가락 사이에서 열쇠가 짤랑거렸다.
"오, 세상에. 피터!"
얼른 다가가서 옆자리에 앉자 피터가 씩 장난스럽게 웃었다.
"네가 안 잘 것 같아서 낮에 자뒀지. 딱 그럴 시기잖아."
"그거 감동적이네."
"울어도 괜찮은데."
"내일 눈 부을 것 같으니까 관둘래."
피터가 실망스럽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킥킥 웃으면서 아까 풀다 던져버린 십자말풀이를 다시 가져왔다. 내 취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피터는 쓸데 없다며 툴툴거리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같이 답을 찾아줬다.
"다 했다!"
피터가 옆에 있으니 열흘 치 십자말풀이를 푸는 것도 금방이었다. 너무 빨리 풀어서 오히려 문제지. 열흘 치를 쌓아둔 십자말풀이도 동나고, 체스도 스무판 쯤, 부엌에서 쿠키를 만들겠다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거나 노래를 틀어놓고 한바탕 춤을 추거나 하고 나니 밤도 거의 지나버렸다.
"이 다음엔 뭐할까?"
"글쎄. 피터, 안 졸려?"
눈에 잔뜩 졸음이 묻어난 얼굴을 들여다보며 묻자 피터는 원래부터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넘기는 척하며 재빨리 눈을 비볐다(추측).
"아니!"
"거짓말도 재빨라졌네. 나 모르는 사이에 하품했지?"
피터는 정곡을 찔렸다고 말하는 대신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좀 있으면 동 트겠다."
"그러게."
"이제 자, 피터."
어슴푸레 밝아오기 시작한 하늘을 보면서 말한 다음 순간 피터는 이미 내 침대에 누워있었다.
"여기서? 좋아. 얼른 누워. 내 옆에."
"오, 얼른 일어나. 변태."
"아파."
어깨를 한 대 찰싹 때리자 피터는 영 엄살이다. 어차피 피할 수 있었으면서.
"집에 가서 자."
"너무 졸려서 집에 가기 전에 잠들 것 같은데."
"눈 깜빡할 사이면 집에 가서 이불까지 덮고 누워있을 수 있잖아."
"맞는 말만 하네, 미스 로지컬."
피터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내 방 문고리를 잡았다가 돌아섰다.
"가기 전에 잠깐만. 잊어버린 거 있어."
"어떤 거?"
"굿나잇-키스?"
"이미 날도 밝았는데?"
"그럼 음, 굿모닝 키스."
그렇게 말하는 피터는 정말 내가 키스해주기 전에는 나가지 않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러다간 새벽 같이 일어나는 할머니에게 피터를 들키고 만다. 귀는 들리지 않으니까 자는 동안 밤새도록 소동을 피워도 괜찮았지만, 깨어나고서는 얘기가 다르다. 1910년대 도덕관에 고루한 기독교 원론 주의 교리를 철썩 같이 믿는 할머니가 새벽까지 내 방에 있는 피터를 본다면 대소동이 될 것이다. 대소동에서 끝나면 다행이게, 어쩌면 나는 수녀원에 보내질지도 모른다.
"에휴."
한숨을 내쉬며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고개를 숙인 피터의 뺨에 입술을 갖다댔다.
"굿모닝."
뺨에 키스를 받은 피터는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굿나잇과 모닝 사이 어딘가의 키스를 돌려주었다. 잠옷 위에도 꿋꿋이 걸치고 왔던 고글을 눈 위로 덮어쓰려다 말고 힐끔 뒤를 돌아본다.
"아, 사실은 아까 너 모르게 키스 했었는데."
"언제!?"
"날도 밝았다고 할 때 쯤이었나?"
"야!"
이 변태가 진짜.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자 피터가 씩 웃으면서 내 얼굴에 자기 고글을 덮어씌웠다.
"―사실은 거짓말이야. 지금 할 거거든."
눈 안 감아도 돼.
뒤이어진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뺨을 간지럽히는 부스스한 은색 머리카락과, 내 입술에 닿은 감촉이 한없이 거짓말 같았다.
…는 꿈을 꿔버렸는데.
하필이면 내 꿈은, 디테일은 내 행동에 따라 좀 달라질 지언정 결과만은 절대 빗나가는 일이 없는데.
왜 어째서 하필이면 피터랑.
왜 어째서 하필이면 오늘 잠깐 존 사이에 그런 꿈을.
왜 어째서 하필이면 내 능력은 이따위 예지몽이지.
"미쳤나봐, 왜 피터랑…!"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미래에 벽에 이마를 마구 내리치기를 30분. 이렇게 된 이상 당분간 피터를 피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떻게든 오고야 말 미래겠지만 조금이라도 미루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피터…지금 자는 중이겠지?"
슬쩍 창문을 열고 불 꺼진 피터의 창문을 내다보았다. 인기척은 없다. 역시 당분간 다른 곳에 가있거나 하는 게 좋겠,
"헤이, 불렀어?"
안심하면서 몸을 돌렸을 때.
잠옷 차림의 피터가 내 침대에 앉아서 인사하고 있었다.
"오. 세상에. 피터!"
인사하는 피터의 손가락 사이에서 열쇠가 짤랑거렸다.
퐄카퐄카..
노잼이군ㅇㅅa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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