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본능

*하이큐 쿠로오 테츠로 드림

*오리주(이름 있음 등장)

*짧음

*캐붕주의..




쿠로오 테츠로의 자각




네코마 고교 3학년, 배구부 주장인 쿠로오 테츠로에게는 아들 하나와 딸이 하나 있다. 물론 쿠로오가 인류의 대혁명적 진화를 이루어 남성의 몸으로 아이를 낳았다거나 무슨무슨 버스적 설정에 기대어 아이를 임신하는 오른쪽 남자 캐릭터의 운명을 지니게 된 것은 결단코 아니다.


그냥 남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으로 낳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라곤 해도 고작 각각 한 살과 두 살 연하인 소꿉친구들이었지만, 아무튼 쿠로오에게 있어서는 일일이 챙기지 않을 수 없는 대상 1, 2에 지나지 않는다.


"테츠오빠는 우리 엄마예요?"

"오빠랑 엄마가 같이 등장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아침드라마?"


쿠로오 본인은 자신이 친절한 것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소꿉친구들을 챙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따름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썩 그렇지도 않은 편모가정 구성이다. 루이에 이르면 종종 쿠로오를 엄마라고 부르고 있을 지경이니까.


"켄마, 그러다 감기 걸린다!"

"쿠로 시끄러워."


첫째 아들은 차갑고


"루이, 아침 먹어야지."

"시러어…."

"아침 먹고 또 자."

"졸려…."


둘째 딸은 게으르니 쿠로오 엄마의 육아는 도저히 쉴 틈이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손이 많이 가는 건 두 살 연하의 소꿉친구 루이였다. 키는 평균치보다 작아서 쿠로오의 가슴께까지 밖에 오지 않고, 빛을 못 받은 듯이 하얀데다 저혈압에 낯을 가리는 여자애. 어릴 때부터 곧잘 넘어져서 무릎이나 팔꿈치를 깨먹어 오곤 했던 루이는, 이제 (쿠로오가 없으면) 덤벙거리고 (쿠로오 뒤에서) 낯을 가리고 (쿠로오를 믿고) 게으르고 (쿠로오가 돌봐주지 않으면) 빈틈 투성이인 여고생으로 자라났다.


루이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진지하게 고민해보아도 알 리가 없는 건 본인이 과잉보호하며 키웠다는 자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 여기."


오늘도 마찬가지다.


"고마워, 테츠오빠."


아침에 마주친 루이가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왔다는 사실을 발견한 쿠로오는 그 길로 매점까지 전력대쉬해서 양말 한 켤레를 사와 루이에게 건넨 참이었다.


"아."

"왜?"

"체육복 안 가져왔다."


계단참에 앉아서 꾸물거리며 양말을 갈아신던(쿠로오는 그 앞에서 치마가 들썩일까봐 안절부절못해야 했다) 루이가 맥빠진 소리를 했다. 오늘은 쿠로오네와 루이의 반이 같은 시간에 체육수업을 받는 날이었다.


"빌릴 사람 없지?"

"응…."

"이따 켄마한테 물어봐서 체육복 빌려다줄게."

"고마워."

"고마우면 매니저,"

"그건 싫어."

"…말 다 안 했는데…."


양말을 다 신고 자리에서 일어난 루이를 교실까지 데려다 준 쿠로오는 다음 쉬는 시간에 메일에 답이 없는 켄마네 교실까지 달려갔다 와서 체육복 중계 퀘스트까지 완료했다.


"고마워. 다음에 쑥쑥 요구르트 사줄게."


쿠로오는 체육복을 받고 눈을 빛내는 루이의 머리를 한 번 토닥거렸다.


"괜찮으니까 딸 먹고 얼른 크세요. 엄마는 늘 걱정이랍니다."

"다 컸거든."


부루퉁하게 입을 내미는 모습이 귀엽다고 쿠로오는 문득 생각했다. 조금 심장 안쪽이 간질거렸다. 요즘들어 소꿉친구의 모습이 가까워지면 박동수가 빨라지곤 한다는 걸 자각은 하고 있지만….


"이따 봐, 엄마."


손을 흔드는 루이에게서 돌아서면서 쿠로오는 문득 떠올렸다.



아.


이게 바로 모성…아니 부성본능인가!



쿠로오 테츠로, 17세 봄.

약간 엇나간 깨달음을 얻어버렸다.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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