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Girl x Friend

*하이큐 쿠로오 테츠로 드림

*오리주(이름 있음) 등장 왕도의 소꿉친구 설정

*엑소의 Girl x Friend를 같이 들어주시면 아마..조금 더 좋을 것 같아요..(장담은못함)




친구인지 엄마인지




네코마 고교 1학년, 파릇파릇한 신입생 나니가와 루이는 아침부터 거한 하품을 하면서 학교에 도착했다. 아직 입학하고 얼마 되지도 않은 4월, 세상 다 산 표정을 지으면서 걷고 있는 데에는 대단한 이유가 있지는 않았다. 그냥 밤 늦게까지 TV를 봤을 뿐이다.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의 신 시리즈가 방송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입 찢어진다, 찢어져."


신발을 갈아신고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가던 루이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안녕…좋은 아침. 테츠오빠, 켄마."


반쯤 감긴 눈으로 돌아본 곳에는 배구부의 아침 연습을 마치고 온 모양인 소꿉친구들이 서있었다


"안 좋은 아침인 것 같은데. 눈 감겼네. 늦게 잤지?"

"으응."

"애니메이션은 재방송으로 보고 일찍 자라고 했잖아. 머리도 덜 말랐네.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긴 다리로 성큼 성큼 걸어 다가온 쿠로오는 루이의 어깨에서 반쯤 흘러내린 가방끈을 추슬러 들어주고 남는 손으로는 덜 말라서 밖으로 뻗치는 중인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살 모아 정리했다.


"잘못했어요 엄마."

"딸, 언제까지 엄마가 챙겨줘야 해요?"

"죽을 때까지. 장남 켄마가 독립해도 딸은 안 할거야. 평생 캥거루 족으로 살 거니까 먹여살려줘."

"내가 딸을 잘못 키웠네."


바보 같은 대화도 척척 진행되는 건 루이가 쿠로오와 켄마가 사는 동네로 이사온 뒤로부터 쭉 이어져온 인연 덕분이었다.


'배구? 세터? 와 뭔진 모르겠지만 멋있다!'


약간 모자란 것 같은 감탄을 시작으로 이름을 텄고, 인사하고, 친구가 됐다. 루이에게는 선천적으로 운동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어서 배구를 같이 하는 일은 없었지만, 공을 올려주거나 만화에서 본 필살기 따위를 보여준다며 몸개그를 하는 담당으로는 쭉 함께 놀았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루이, 혹시."

"매니저안해싫어안돼요이러지마세요."


배구부 매니저의 ㅁ자도 나오기 전에 먼저 속사포로 거절의 말을 뱉어내는 철벽녀가 되었다.


"…딸, 진짜 이러기야?"

"나한테 엄마의 길을 강요하지 말아요. 딸내미는 이제 사춘기니까!"


본인의 교실에 도착해서 풀죽은(듯한 모습을 연기하는) 쿠로오에게 가방을 돌려받은 루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키 크다…무섭다…"

"1학년을 손 보러 왔나?"

"그거 들었어? 네코마의 붉은 사신이래."


매정하게도 도망가버린 두 살 연하의 소꿉친구를 망연히 보고 있던 쿠로오를 두고 1학년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붉은 사신…그렇지 혈액이니까. 이거 괜찮은데."


뭔 소리야.


켄마는 잠시 극혐하는 눈으로 소꿉친구를 한 번 본 후 매정하게 몸을 돌렸다.




오늘 루이는 하루 수업의 반을 꾸벅꾸벅 조는 데에 투자했다. 그나마 간신히 4교시에는 졸지 않게 된 것은 졸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체육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귀찮다고 몇 번을 투덜거리면서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루이는 꾸무적꾸무적 거의 기는 것과 다름 없는 속도로 운동장에 나왔다.


종 칠 때가 되어서야 조금 떨어진 운동장 한 편에 마찬가지로 체육복을 입은 무리들이 모여있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


"우리 3학년이랑 같이 하나보다."

"3학년이야? 어떻게 알아?

"저기 닭벼슬 머리 하고 키 큰 사람 있잖아. 네코마의 붉은 사신이래."

"헉. 무무슨 별명이 그래?"

"잘은 모르겠지만 피를 좋아한다나."

"하긴 딱 봐도 무섭게 생겼잖아."


앞에 선 클래스메이트들이 작은 소리로 속닥속닥 떠드는 소리를 주워들은 루이는 닭벼슬 머리에 키가 크다니 테츠오빠랑 캐릭터가 겹치겠네…하는 마음으로 3학년 쪽을 보았다.


"사, 사신이 이쪽에 손 흔들고 있는데?!"

"히이익!!!"


그리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두 살 연상의 소꿉친구의 모습을 보았다


네코마의…붉은 사신?


"이번엔 목을 가리키고 있어!"

"네 목을 잘라서 죽이겠다는 뜻인가?"


잠이 부족해서 눈에 이상이 온 걸까. 손가락으로 눈두덩을 꾹꾹 누른 후에 다시 보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 조금 변하기는 했다. 쿠로오는 이제 목덜미 부근을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쩐지. 체육복이 좀 불편하다 했더니 카라가 뒤집혀 있었구나. 눈치채고 카라를 정리하고 나니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아침 먹는 걸 확인하고 난 엄마 같은 표정이 됐어."

"경고를 완료한 건가?"


그거 아니야. 내 명예 엄만데. 엄마 납치범 같이 생기긴 했지만.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었지만, 루이가 입을 열려고 한 순간 체육 선생님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입학한 후 처음 있는 체육 시간은 감사하게도 자유시간이 되었다. 루이는 적당히 운동장 가장자리의 잔디밭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여기서 자면 안 되겠지.


"루이."

"테츠오빠."


쿠로오는 아직도 잠이 고픈 작은 잠만보의 고민을 알았는지 훌쩍 다가와 옆에 앉았다. 자신보다 훨씬 길고 큰 덩치가 옆에 앉으니 벽이 생긴 느낌이다. 루이는 이럴 때 새삼 쿠로오가 운동부에다 두 살 연상의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수업은?"

"축구한다는데 안 할래."

"왜?"

"사춘기 딸내미가 외로워보여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고요."

"매니저 안 해."

"알았어, 알았어.


커다란 손이 토닥토닥 머리를 두드렸다. 루이는 어리광을 부리듯이 그 손에 머리를 부비면서 웅얼거렸다


"졸려…."

"잘래?"

"여기서?"

"어깨 빌려줄 테니까."

"높아서 불편해. 켄마 정도 높이면 좋을 텐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머리를 옆으로 기댔다. 딱딱한 팔과 어깨가 머리를 받쳐주는 느낌은 썩 편하진 않았지만 딱히 머리를 기대고 싶지도 않을 만큼 싫지도 않았다.


확실히 잠은 안 오지만


"테츠오빠."

"응?"

"…아니야."


약간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


루이는 쿠로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로 잠깐 생각했지만, 직접 심장에 귀를 댄 것도 아니니까 착각할 수도 있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체육 시간이 끝난 후 루이는.


"나니가와, 네코마의 붉은 사신이랑은 무슨 사이야?"


왠지 잔뜩 긴장한 듯한 클래스 메이트의 물음에


"…우리 엄마?"


라고 대답하는 것으로


"네코마의 붉은 사신은 사실 오메가래!!!"


네코마의 8대인가 9대 미스터리 중 하나인 붉은 사신 전설에 한 페이지를 더하게 되었던 것이다.








*

나니가와 루이

고1

오타쿠

운동치 생활치

쿠로오랑은 두 살 차이. 켄마보다도 한 살 어린데 켄마는 켄마오빠라고 안 하는 이유는 별 거 없어여..켄마는 그렇게 부르라고 안 해서 그럼.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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