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1 공개
드림합작 참가작
하이큐 오이카와 토오루 드림
*오리주(이름 있음) 등장
시선의 끝
오이카와 토오루에게 에가미 코토네는 그저 같은 반, 바로 앞자리, 출석번호도 가까웠지만 신기할 만큼 아무런 교류도 없는 여자아이였다.
수업 시간에는 단 한 번 뒤를 돌아보는 일조차 없는 성실하고 얌전한 학생.
가끔 학교에 일찍 도착해 안녕, 하고 인사를 두어 번 나눠본 것이 전부인 클래스 메이트.
늘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운동장을 내다보며 사색에 잠겨있는 여자아이.
오이카와 토오루가 에가미 코토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은 그 정도가 전부였다.
아마 계절이 지나 자리가 옮겨지고 학기가 흘러가 반이 바뀐다면 이름도 금방 잊어버리겠지. 제대로 눈조차 마주쳐 본 적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여자아이와 처음으로 제대로 눈을 마주쳤던 건,
하필이면.
"오이카와 선배, 좋아해요."
"어…미안해?"
고백해오는 여자 후배를 거절해서 울려버리고 만 순간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로 말할 것 같으면, (내실이야 어쨌건) 제법 인기가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제까지 여자아이에게
고백 받는 일이 드물었던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타이밍 나쁜 고백을 거절해서 때때로 울려버리고 마는 것도 거의 일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장면을 이와이즈미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버리고 만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그 낯선 상대로 말할 것 같으면 이야기해 본 횟수가 손에 꼽힐 정도, 관계성 점수를 10점 만점으로 치면 1점도 채 채우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
하물며 남자도 아닌 여자아이.
여자애가 우는 장면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려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못했던 것은 그런 이유였다.
'……….'
오이카와가 정신을 차려,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기 시작한 여자 후배에게 채 신경을 쓰기도 전에 에가미 코토네는 묵묵히 그를 한 번 훑어보고 그대로 자리를 떠버렸다.
해명은커녕 아주 약간의 이미지 회복조차 하지 못한 채로 방과 후 시간을 보내는 건 생각보다 꽤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에가미는 거의 말 수가 없는 편인 듯하니 현실적으로 누군가에게 말을 옮길 걱정은 덜 할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기는 했지만….
'나, 굉장히 차가운 시선으로 경멸당한 것 같단 말이야.'
아무튼 섬세한 사춘기의 남자 고등학생 감성에는 대단한 타격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덕분에 질풍노도의 청소년 중에서도 제법 특출하게
섬약한 편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오이카와는, 다음 날 교실에서 에가미를 마주했을 때 어떤 얼굴로 무슨 말을 할지
밤새도록 고민하고 번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끄으으응."
생각을 해도 해도 대체 무어라고 해명을 하면 좋은 문제인지 조금도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것치고는 소득이 전혀 없는 고민의 밤을 무쓸모하게 흘려보내고 난 뒤에도 필연적으로 아침은 찾아왔고, 다음 날 오이카와 토오루는 해답이 없는 고민에 잠긴 상태로 같은 반 앞자리의 에가미 코토네를 마주치게 되었다.
"아, 안녕!"
"…안녕."
덕분에 평소보다 반 톤 정도 높은 목소리가 나갔다. 말한 본인이 당황하는 것과는 별개로 에가미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색이 엷은 얼굴로 담담하게 인사를 돌려줄 뿐이었다.
'없던 일로 해주는 건가?'
오이카와는 조용히 가방을 정리하고 책을 꺼내어 드는 앞자리 여자아이의 자그마한 등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비록 입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등은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았지만, 친구가 와도 인사밖에 하지 않은 무거움을 생각하면 조금쯤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추측 정도는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다행……인가?'
애초에 목격당한 것부터가 다행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 목격자가 에가미라는 점만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정말로 며칠이 지나도 오이카와가 여자애를 울렸다는 소문은 조금도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이카와는 정말로 다행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과묵한 여자애.
오이카와는 조심스럽게 에가미 코토네에 대한 평가를 한 줄 추가했다.
그리고 그 날부터 그의 시선 끝에는 에가미의 모습이 걸리기 시작했다.
바로 앞자리에 앉은 여자아이의 등은 손쉽게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다.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던 때에도 그랬지만, 앞자리 여자애의 이름을 도저히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태에 이르면 더더욱 자연스러운 관찰 대상이 되기 마련이었다.
덕분에 오이카와는 스치듯 보았을 때는 언제나 꼿꼿하게 칠판을 보고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에가미의 등이, 눈여겨보고 있으면 예상 외로 부산스럽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따금 다른 생각을 했는지 수업 중에 넘어가버린 페이지를 찾아 허둥거리거나 교과서 귀퉁이에 의미 없는 낙서를 하거나 하는 동작이 눈에 들어오고.
"―because of the bad condition…"
지금도.
시야에 들어온 에가미는 아까부터 수업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운동장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바로 뒷자리에 앉은 오이카와조차도
계속 보고 있지 않았다면 잘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조심스럽고도 꾸준한 한눈팔기였다. 그야말로 프로 한눈팔기러라고 할 만한
스킬이다.
"…이와…미! …해!"
운동장 저편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쯤 열린 창문을 넘어 들어온다. 오이카와는 어렴풋이 소꿉친구의 이름을 들은 것 같은 느낌에 저도 모르게 창문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이와쨩도 저기 있을까.
축구를 하는 중인지 운동장 양끝의 골대 사이를 뛰어다니는 한 무더기의 남자아이들이 눈에 띈다. 다른 어느 반인가가 체육시간을 즐기는 중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 안에서 사람을 찾으라니, 좀 무리지.’
애초에 지금 나와 있는 것이 이와이즈미의 반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체육복을 보아 하니 3학년인 것은 분명하기는 했지만 학교에 반이 두 개 뿐인 것도 아니고, 아무리 친해도 남의 시간표까지 외우는 재주는 없었다.
한 뭉치의 사람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다른 반 남자아이들에게서 금세 흥미를 잃은 오이카와는 운동장에서 시선을 떼어내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에가미는 의외로 아직도 대단히 흥미로운 듯이 운동장을 연신 힐끔거리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걸까.
오히려 운동장보다는 운동장을 계속 구경하는 에가미 쪽이 흥미로울 지경이다. 오이카와는 여전히 단조로운 목소리로 영어 지문을 읽어내려가는 선생님을 한 번 곁눈질로 확인하고 다시 에가미를 관찰했다.
'축구를 좋아하나?'
저런 동네 조기 축구 같은 것도 축구라고 할 수 있다면 축덕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딱히 그렇게 볼만한 것도 아니지 않나?
오이카와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운동장에 시선을 준 순간, 운동장의 오합지졸 중 누군가가 골을 넣었다. 먼 교실에서도 크게 출렁이는 골대의 그물이 선명했다.
"아."
그와 동시에 앞자리 에가미의 아주 작은 감탄성도,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언제나 거의 닌자급으로 딴 짓을 클로킹하던 등이 조금 들썩이는 것도 보였다. 에가미가 이렇게까지 눈에 띄게 반응하는 건 처음 보았다.
그렇게 대단한 골이었나? 잘 모르겠는데.
오이카와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운동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골을 넣고 의기양양하게 두 팔을 치켜든 남학생의 모습이,
아.
이와쨩이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확인한 오이카와는 나중에 배구부 연습하러 갈 때가 되면 이와이즈미의 옆에서 저 동작을 똑같이 모사해줄까 생각하며 턱을 괴었다.
그리고 문득 다시 앞자리의 에가미에게 시선을 던졌다. 오늘따라 부산스러운 에가미의 등이 조금씩 들썩거린다. 기분 좋은 듯이 교과서 귀퉁이에 하트 모양 같은 것을 그려넣는 손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
…하트?
오이카와는 다시 한 번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이와이즈미와
'설마.'
창밖의 축구에 여전히 정신을 빼앗긴 채인 에가미를 번갈아 보았다.
설마, 하고 애써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뒷자리에서도 살짝 보이는 에가미의 뺨이 웃음기를 눌러참고 있는 기색이 확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냥 축구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반응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어쩐지 에가미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사랑과 기침은 숨길 수 없다고 하던가….'
오이카와는 손 안의 펜을 만지작거리며 어딘가에서 들은 적 있는 표현을 떠올렸다.
기침은 감기 걸렸을 때를 생각하면 맞는 말인 것 같고.
사랑은.
"……."
…그것도 아마 틀림없는 것 같다.
오이카와는 마음 속의 '진리' 서랍에 문장을 정리하며 눈앞에 있는 시간표를 들여다 보았다.
월요일 3교시와 목요일 4교시.
성가셔하는 이와이즈미에게 어떻게든 알아낸 시간표에 의하면 이와이즈미가 속한 반이 체육 교과 수업을 위해 운동장에 출몰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앞자리에 앉은 에가미의 시선이 눈에 띄게 산만해지는 때이기도 했다.
지난 한 달 동안의 관찰 결과에 따르자면 평소에 눈에 띄지 않게 딴 짓을 하는 에가미는 그때만 되면 은신 스킬 랭크가 떨어지곤 했다.
이와이즈미가 축구에서 골을 넣으면 눈에 띄게 기뻐하고, 캐치볼을 하다가 공을 맞으면 본인이 더 아픈 듯이 움찔거리고, 뜀틀이라도 하고 있으면 기도하듯이 양손을 모아 잡는다. 이와이즈미가 지나가는 궤도를 따라 고개도 같이 움직인다.
그야말로 아이돌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상하는 소녀팬처럼.
이쯤 되면 아니겠지 생각하는 것도 우스울 정도다.
앞자리 클래스메이트는 이와이즈미를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감이든 이성이든 전부 그렇게 말한다. 오이카와는 그 가정에 이번 발렌타인에 받은 초콜릿 전부를 걸 수도 있었다.
'…아니 뭐 그게 어쨌다는 말은 아닌데.'
뭐
사실 예전에 딱 한 번 보이기 껄끄러운 모습을 보인 것뿐인 여자애가 친구를 좋아하건 말건, 그 사실 자체는 오이카와가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얌전한 여자아이들은 의외로 이와이즈미 같은 타입을 진지하게 좋아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어쨌다는 건 아닌데.'
오이카와는 펜의 꽁무니를 입에 물며 앞자리 짝사랑 중인 소녀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와쨩의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인 거야?'
그러니까 아마 이것은 단순한 궁금증일 것이다.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어떤 점이 그렇게 여자애를 사로잡는 건지 궁금한 것뿐이다.
'딱히 잘생기진 않았잖아? 내가 더 잘생겼는데. 아닌가?'
힐끔 교실 저편에 걸린 거울에 시선을 던졌다. 거울 안의 자신은 확실히 잘생긴 게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에가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40분 째 운동장을 힐끔거리는 중이었다.
오이카와가 여자 후배를 거절하는 장면을 들켰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시선을 거두던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이다.
보통 고백 하는 여자애를 울린 남자를 그렇게 감흥 없이 보나?
아니,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는데도.
고백하는 여자애를.
……고백하는.
'에가미가 이와쨩한테 고백…같은 건.'
의식의 흐름으로 에가미가 이와이즈미에게 수줍게 고백하는 장면을 상상했다가 어쩐지 불쾌해졌다.
아니 애초에 요 한 달 간 이와이즈미에게 말을 걸어본 적조차 없는 에가미가 고백 같은 걸 할 리는 없지만. 그래도.
"흥."
오이카와는 펜 꽁무니를 한 번 세게 물었다가 이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던 펜을 책상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오이카와. 내 수업에 불만 있으면 말로 해라."
그리고 마침 오이카와를 보고 있던 교과 담당 선생님에게 걸려 혼이 났다.
"……."
키는 큰 편인가. 그래도 나보다 작아.
얼굴은, 역시 잘 모르겠다. 평범…한가? 인상은 더러운 것 같은데.
"으음. 진짜로 이와쨩의 어디가 장점이지. 하나도 모르겠네."
"뭐? 쿠소카와, 맞고 싶다고?"
입도 험해.
"열 셀 동안 안 들어가면 맞는다. 1…2…"
"아!! 아직 3도 안 세어놓고 때리는 게 어딨어!!"
"닥치고 들어가. 속 터지는 만큼 패고 싶으니까."
게다가 성질도 급해.
정말로, 어디가 좋은 거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오이카와는 인상을 구기는 이와이즈미를 피해 신발을 갈아신으면서도 내내 이와이즈미의 매력에 대해 고민했다.
보통 여자애들은 좀 더 이렇게 잘생기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그런 타입을 좋아하지 않나?
'나처럼.'
이와이즈미가 들었더라면 재수 없다며 한 번 더 걷어찼을 것 같은 생각을 잘도 하며 배구화에 발을 밀어넣었다.
'내가 더 인기 많은데.'
입고 온 저지의 지퍼를 내리면서도 내내 절찬 재수 없는 생각을 하며 고민하던 오이카와는 저지를 벗으며 고개를 들었다. 때마침 체육관 쪽을 보고 있던 에가미와 눈이 마주친 건 타이밍의 장난이라고 할 만 했다.
이와이즈미를 보러 온 걸까.
여자애들이 체육관 근처를 서성거리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닌데도 왠지 심술이 난다.
오이카와는 이미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버린 이와이즈미를 한 번 돌아보고, 에가미에게 입모양으로 말을 걸었다.
'이와쨩 불러줄까?'
애초에 에가미가 그래달라고 덜컥 응할 정도로 용감한 여자애라면 이미 이와쨩에게 이미 고백하고도 남았겠지.
"!"
그 얄팍한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오이카와의 말을 알아 들은 에가미는 금세 데친 새우처럼 새빨개진 얼굴이 되어 몸을 돌려 도망치듯이 달려가버렸다.
"흠."
가버렸네.
애초에 불러줄 생각도 없었지만.
오이카와는 한동안 에가미가 사라진 방향을 보고 서있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체육관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이카와 선배, 오늘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스트레칭을 도와주던 후배가 말을 걸어왔다.
"내가?"
"네. 어…뭔가 홀가분해 보이시길래."
"………."
그 말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도망가버리던 여자아이의 뒷모습이었다.
"아,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죄송할 거 없어."
오이카와는 손을 내저어 안절부절 못하는 후배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큰일인데…."
정말 큰일이다.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불행하게도,
오이카와 토오루는.
에가미 코토네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정도의 용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모양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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