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에이스 사나다 슌페이 드림
포카포카물
이도류의 에이스
이 시기의 야구부는 꽤 바쁜 것 같다. 야구부 에이스인 남친을 둔 주제에 야구에 썩 흥미는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연습도 상당히 빡세게 하는 듯하고. 야구부 감독이 바뀐 후로 연습량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했던가.
하긴 야구는 잘 모르는 나도 여름대회랑 코시엔이 곧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려면 여러가지로 할 게 많겠지.
뭐 그런 이유로 인해, 사귄 지 한 달 된 내 남자친구랑 나는 변변히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었다.
"미안, 점심시간에 밖에 못 봐서."
"괜찮아."
도시락을 앞에 두고 푹 고개를 숙이는 목덜미가 전보다 더 까맣게 탔다. 선물로 자외선 차단제를 줬지만, 역시 땡볕 아래에서 매일 연습하다보면 탈 수밖에 없겠지. 괜히 마음이 짠하다.
"내 남친이 야구부에 없어선 안 될 존재시라는데 별 수 없지. 야구부 연습하는 데 지나가면 후배들이 매일 사나다 선배 사나다 선배 하고 찾던데."
뭐 야구부에선 에이스라니까 뺏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어쨌든 얼굴은 매일 보고 있고. 불평할 생각은 딱히 없다.
"열심히 해. 응원하러 갈 테니까."
"응. 고마워."
씨익 웃는 잘생긴 얼굴을 한 번 들여다보다가 나도 피식 웃었다. 이렇게 무골호인처럼 보여도 야구를 할 때는 상당히 카리스마 있다는 평인 모양이다. 한 번도 제대로 경기를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친구 말로는 낮져밤이 스타일일 거라고…그러면서 보여준 예시가 꽤…그랬다.
어울리나? 상상해보기엔 딱히 키스도 안 해본 사이지만. …한 달 동안 손잡는 것밖에 안 해봤다고 했더니 친구들 반응이 제법이었지. 운동으로 그런 욕구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게 고ㅈ…아니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애초에 보통 학교에서 만나는데 다른 짓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왜? 무슨 할 말 있어?"
얼굴을 너무 빤히 봤나.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괜히 약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물러가라 마귀마귀!!!
얼른 말을 얼버무렸다. 아무리 그래도 사귄 지 한 달 밖에 안 된 남자친구한테 친구들하고 나눈 망상성 걸즈 토크 얘기를 할 순 없다.
"밥 먹자! 잘 먹겠습니다!"
누가 들어도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한 다음에 도시락을 전투적으로 집어들었다. 얼른 밥이나 먹고 다른 생각을 안 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일 것 같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시락 뚜껑을 열심히 열던 내 손을 저지한 것은 사나다의 목소리였다.
"무슨 얘기?"
고개를 들었다. 약간 웃음기를 머금은 눈과 마주쳤다.
"사귄 지 한 달 째인데 손 잡는 것밖에 못해봤으면 큰 일이라는 얘기를 하더라고."
"……."
그거 참 익숙한 얘기네요. 데자뷰가 일어나려고 해.
"참고로 말하면 난 타이밍을 보고 있는 거지 딱히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건 아니야."
"…………."
"운동하면서 모든 욕구가 충족되는 타입도 아니고."
"………………."
그것 참…네에 그러시군요. 뭐라고 해야 하지. 나도 살짝 의심했었다고 얘기해야 하나?
"친구들 말을 진심을 믿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
어떻게 알았지?
커다랗고 딱딱한 손이 턱, 안절부절못하며 도시락 뚜껑을 생명줄처럼 붙잡고 있던 내 손등 위에 얹혀졌다.
"이것저것 증명도 할 겸."
"으응?"
웃음기가 없는 눈과 다시 마주쳤다.
"―키스해도 돼?"
아. 이럴 땐 뭐라고 해야 하지. 뭘 겪어봤어야 알지.
"여기 학교인데…"
머리 속에 돌이 굴러가는 통에 애써 생각해낸 말이 이따위였다. 내 머리를 때리고 싶었지만 손은 여전히 붙잡힌 채였고…
"…응, 알아."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 다음에는.
다시 뭐라고 말할 틈 같은 건 조금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아직까지도 정신이 없어서 뭐라고 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야구랑 키스 둘 다 잘하는 건 좀 반칙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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