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불공평해

*다이아몬드 에이스 코미나토 하루이치 드림

*이전 하루이치 드림(☜새창)과 연결되는 내용..이지만 안 읽어도 큰 지장은 없다고 생각해여

*엑소의 불공평해 같이 들어주시면 좀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오늘도 장담은 못함)




본 드림은 확실히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어느 순간인가부터 학교에 올 때 입술에 뭔가 바르고 싶어졌다. 친구들은 대개 간단한 메이크업 정도는 기본 얼굴 스킨으로 장착하고 다니고 있었고 늘 나에게 화장품을 영업했지만 정작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도.


화장을 하느니 아침에 5분이라도 더 자고 싶고 머리를 드라이 하느니 밥 한 술이라도 더 뜰 거라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1학년 겨울.


"이 색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 날 점심 시간, 같은 반의 코미나토 하루이치가 지나가면서 한 말이 내 생각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은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날도 로션만 대충 치덕치덕 바르고 학교까지 급하게 뛰어온 나를 앉혀놓고 친구들이 화장품을 사라는 둥 이걸 발라보라는 둥, 평소처럼 미래의 방판사원 예행 연습을 충실히 시행하고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향수는 뿌리면서 1년 365일 민낯? 언밸런스도 정도가 있지."

"안 씻은 것 같잖아."


그렇게 구박해도 딱히 화장에는 흥미 없었고, 친구들이 꺼내놓은 네다섯개 쯤의 립글로스인지 틴트인지 하는 것들의 색깔 차이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었다.


"한 번 발라봐. 무슨 색이 어울리나."

"발라서 예쁘면 언니가 큰 맘 먹고 생일 선물로 사준다."

"어…그거 말고 파이널판타지 이용권 끊어주면 안 돼?"

"죽을래?"


한참 게임을 하던 중에 전원을 차단 당해 폭력성이 폭발해버린 것 같은 무서운 여자에게서 슬쩍 몸을 피하고 있자니 다시 앞으로 그 뭐가 다른지 모를 입술연지들이 들이밀어졌다.


"얼른 골라봐. 야, 뭐라도 찍어바르고 돌아다녀야 남자가 생기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이러다 대학 갈 때까지 남친 못 사귀고 졸업한다 너."

"평생 게임만 할 거야?"


남이사 0과 1의 남친만 사귀건 말건.


"이번에 이 언니한테 화장 빡세게 배우고 같이 미팅하러 가자고."

"진짜 괜찮게 잡았다니까?"


그거 안 한다고 했잖아….


"얼른 골라봐."


그렇게 말해도 얘네가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고. 핑크랑 연한 핑크랑 좀 진한 핑크랑 어두운 핑크랑 밝은 핑크랑 엄청 핑크…잖아.


"봐, 얘는 코랄 핑크. 얘는 핑크가 섞인 코랄, 이건 체리핑크 이건…."


나 혹시 색맹?


진지하게 내 원추세포의 기능 저하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했던 때에, 뒤에서 불쑥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색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어?


등뒤에서 뻗어온 하얀 손가락이 세번째 진한 핑크…체리 핑크인지 뭔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코, 코미나토 군?"


돌아본 곳에서 예상대로 핑크…아 핑크 탈트 붕괴…아무튼 분홍색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아. 나랑 비슷한 냄새.


등받이에 걸쳐진 코미나토의 손이 살짝 팔에 닿아서 몸을 긴장시켰다.


"미안, 놀랐어?"

"아, 아니야."


놀라긴 했지만.


긴 앞머리 아래 코미나토의 입술이 살짝 웃었다.


"이 색이 예뻐. 잘 어울릴 거야."


재차 하는 말에 홀린 듯이 세번째 색을 집어들었다.


"오, 코미나토 센스 좋은데."

"예쁘다, 야."


이런저런 호평으로 봤을 때 그 색은 나에게 아마도 꽤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로 돌아오면, 진짜로 친구들은 십시일반 모아서 간단한 화장품들을 선물해줬다.


더해서 오늘은 친구들이 몇 번이나 말했던 미팅날이고, 준비하고 나오라는 말에 어찌어찌 배운대로 화장하긴 했지만.


"음…."


역시 이 색은 좀 화려하지 않나. 코미나토는 어울린다고 해주긴 했는데.


"뭐해? 심각한 표정으로."


일단 바르긴 했지만 살짝 지우는 게 나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손에 들린 핑크색 립스틱을 노려보고 있었을 때 드륵 뒷문이 열리고 코미나토가 들어왔다.


"어? 아, 코미나토 군. 연습 안 갔어?"

"응, 책을 두고 가는 바람에 잠깐. 이제 갈 거야. 뭐하고 있었어?"

"어 오늘 저기 그 일정이 약간 있어서 잠깐 화장을 할까 하고…."


그냥 미팅이라고 말하면 됐을 텐데 저기 그 일정이 약간 있는 건 뭐야 도대체. 코미나토 앞에서는 괜히 허둥거리게 돼서 늘 혀가 꼬인단 말이야.


"있잖아, 잘 모르겠는데 이 색 정말 나한테 잘 어울려?"


그렇게 묻자 코미나토는 미소 띈 얼굴로 내 입술을 뚫어져라 보더니(눈이 보이지는 않아서 그냥 짐작이지만),


"응, 굉장히 예뻐."


하고 직구를 던져왔다.


"…고, 고, 고마워."


아마 어울리기는 하는 모양이다.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에서도 정말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아, 여기 살짝 번졌다."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코미나토의 손가락이 살짝 입가를 훑고 지나갔다.


"!!!"


깜짝이야.


"응, 됐어. 오늘 진짜로 예뻐."

"고마…어?!"


재차 이어진 낯뜨거운 칭찬에 손부채질을 하려던 찰나, 코미나토가 손을 뻗어 살짝 내 손을 쥐었다. 




"그러니까, 오늘 미팅 안 가면 안 돼?"


나만 보고 싶은데 욕심 같아?




손톱 끝까지 뜨거워진 피부 위로 교차된 코미나토의 하얀 엄지 끝에, 진한 핑크색 립스틱이 아주 살짝 묻어나 있었다.













이미지 컬러 맥 허거블 체리글레이즈..에 핑크 약간 더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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