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커플링

*다이아몬드 에이스 나루미야 메이 드림

*핵지각 핵짧음 핵노잼 삼종세트




질투는 너의 적




나루미야는 눈에 한껏 힘을 주고 손바닥 위에 놓인 물건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여자와의 커플링'이었던' 반지다. 맞춘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반짝반짝 거리는 화이트골드의 링이 눈부셨다.


'이거 돌려줄테니까 갖고 내 눈앞에서 꺼져. 아니다, 내가 꺼져줘야지. 내가 차인 걸로 해. 내가 찼다고 하면 너 또 혼자 지랄발광할 거잖아, 에이스님. 넌 모든 일이 니 마음대로만 흘러가야 직성이 풀리니까.'


손가락에서 거칠게 빼낸 반지를 자신의 가슴팍에 밀어붙이며 다다다 쏘아대던 목소리가 귓가에 선명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복도에서 이츠키와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던 (구)여친의 모습을 발견하고 괜히 기분이 나빠졌던 일?

공연히 얼마 전 자신에게 고백했던 취주악부의 1학년 여학생 이야기를 꺼냈던 일?

(자신이 찬) 구여친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데도 아랑곳 없이 계속 고백받은 일을 이야기했던 일?

그러다가 싸우게 된 일?

싸우다가 홧김에 헤어지자며 목에 걸고 있던 커플링을 집어던져버린 일?


전부 문제라는 건 안다. 알지만.


"애초에 내 여친인, 아니지, 여친이었던 주제에 다른 남자랑 즐거운 듯이 이야기만 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거 아니야?!"


그렇게 외쳐봤자 코시엔에서도 (우승은 아니지만) 통했던 투수의 전력투구로 던져져버린 반지는 도저히 찾을 길 없게 되어버렸다. 나루미야에게는 새끼손가락 첫째 마디에도 채 들어가기 힘든 작은 반지 외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너, 지금.'

홧김에 커플링을 던져버렸을 때 자신을 보던 그 녀석의 얼굴을 기억했다. 충격 받은 듯이 파래졌다가, 입술을 깨물었고. 그리고.

'그래, 헤어지자.'

그렇게 말했었다.

젠장, 누가 헤어지자고 하면 겁먹을 줄 알고. 어느 쪽이 아쉬운지 두고 보자.


'헤어지자고.'


반지를 돌려주며 자신을 노려보던 눈가가 붉어졌던 것이 쓸데없이 떠올랐다.


'맨날 이딴 식으로 굴거면 나랑 연애는 왜 하겠다는 거였는데? 내가 우스워?'


살짝 물기에 젖었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웅웅 울려대며 기억을 되살려냈다.


세게 깨물어서 하얗게 질렸던 입술. 반지를 돌려주던 손이 차가웠던 것도.


"우스웠으면 애초에 고백 같은 짓을 하고 커플링 같은 걸 왜 맞췄겠냐고?! 그것도 모르냐?! 바보 아니야?!! !! 아오!!"


나루미야는 짜증스럽게 손 안의 반지를 던지려다가 끄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반지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


나루미야는 돌려받은 반지가 (자신이 찬) 구여친 본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노려보았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반지가 뿅하고 사람이 되어 나루미야에게 미안했어…하고 사과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헤어지자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온힘을 다해 간신히 눈물을 참았던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해졌다.


"~~~~!!!!!"


아 젠장.


"찾아! 찾는다고!! 반지 그까짓거 찾아오면 되잖아!!!"


바닥에 떨어져있던 반지를 주머니에 넣고 대충 집어올린 웃옷에 팔을 꿰었다.


쿵쿵 걸음을 옮기는 나루미야의 등뒤로 방문이 쾅하고 요란하게 닫혔다.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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