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약속
*다이아몬드 에이스 나루미야 메이 드림
*다야 초보자 주의
*의미불명 주의
귓구멍 병목현상 주의보
그것은 지난 봄의 일이었다.
슬슬 배가 고파오던 점심 시간, 벤치에 앉아 사랑스러운 도시락에 채 젓가락을 대기도 전에 갑자기 시야에 난입해온 나루미야가 내 새우튀김을 스틸해갔다.
"헐."
이 새끼가 지금 야구부 에이스면 다냐.
"야. 나랑 사귀자."
별로 놀랍지 않게도 분노에 찬 내 손이 나루미야의 멱살을 잡는 것보다 나루미야가 툭 뜬금 없는 말을 꺼내는 쪽이 빨랐다.
"…??"
예상 외의 방향에서 훅 치고 들어온 말이 잠시 연산 회로에 과부하를 걸었던 듯, 대략 10초 정도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나루미야.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그 '사귀자'는 의미가 친구가 되자는 뜻이니? 어…같이 하라다 선배의 속을 썩이자거나."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혹시나 해서 확인해봤지만 나루미야의 코웃음을 대가로 받았을 뿐이다.
"코시엔 우승 투수의 여자친구가 되게 해준다고."
하늘 높이 차오른 자신감을 담은 2차 멘트는 덤이었다.
"…………."
대체 이 자신감의 높이를 어디다 비유하면 좋은 건지 모르겠다. 헬륨 풍선도 어느 정도 올라가면 터지고 에베레스트도 꼭대기에 오르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기 마련이거늘.
"감격스럽지?"
어느 부분에서 감격하면 좋은 건지 감도 안 잡힌다.
"…아, 일단. 나루미야."
"어. 뭐 지금부터 사귀면 100일은 못 챙겨줄 것 같긴 한데―"
뭐라는 거야 이 정신 나간 제멋대로 왕자님이.
"내 새우튀김부터 물어내 미친놈아!!!"
새우튀김이 너무 아까운 나머지 마음 속 호칭과 입 밖으로 낼 호칭이 바뀌어버렸다. 내 손이 자연스럽게 나루미야의 멱살을 쥐었던 것을 생각하면 무의식이 너무 열심히 일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너무 튕기면 재미 없다, 너."
누가 나루미야에게서 일본어를 좀 빼앗아주길 바란다. 나루미야 혹시 바벨탑이라고 관심 없니. 꼭대기에서 스트라이크 던져보면 어때.
"도대체 뭐가 문제야?"
너요 너. 니가 문제요.
"일본 고교 야구 최고 투수의 여자가 되게 해주겠다는데."
이미 자존심과 자신감으로는 바벨탑 꼭대기를 정복하고도 남았겠는데 아직도 나루미야가 일본어를 쓰고 있는 건 하나님도 이 자식을 포기한 증거라고 봐도 좋을까.
"너 말이야…."
"응?"
"자신감 넘치는 건 좋은데 일단 되고 나서 말하는 게 어때?"
마음 속의 장갑을 풀스윙했다. 받아라 시속 160km 핵직구!!!
"작년에도 코시엔 갔었잖아, 너."
썩 나루미야를 배려하는 화법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이쯤 말해놓지 않으면 절대 튕기는 것뿐이라고 생각할 놈이잖아, 이거. 본인이 거절당한다는 가정법 문장을 아예 만들질 못하잖아. 그래도 폭투가 어쩌고 그렇게까지 자세한 워딩은 하지 않았다. 이쯤했으면 인간의 최저 도리는 지켰다고 본다.
"~~!"
인생 최대의 아픈 곳을 찔린 나루미야는 잠깐 할 말을 잃은 듯이 입을 뻐끔거리다가,
"그래서 올해! 한다고! 우승!!"
빽빽 소리를 질러제끼며 나에게 척 검지를 겨눴다.
"그럼!! 이나시로가 우승하면 나랑 사귀는 거다!!!"
"????????????"
아니 이건 또 무슨 전개세요.
"약속이다!!!"
"??? 나루미야?? 저기요 나루미야 씨?!?!"
그렇게 일방적인 약속(일반적으로 사회에서 통용되는 의미는 아닌)을 내건 나루미야가 씩씩 대며 몸을 홱 돌려 멀어졌다.
"아 미친 놈아!! 사람 말 좀 들으라고!!!!"
물론 내가 그렇게 애타게 외친다고 해서 돌아본다면 그건 나루미야 메이가 아니다. 나루미야의 탈을 쓴 다른 놈이지. 오 나의 귀신님이지.
그리고 정말로 코시엔에 진출해 뉴스며 신문이며 온통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나루미야를 보며 마음을 졸이던 것도 잠시.
"나루미야, 우는 거 진짜 못생겼네…."
온 얼굴을 찡그린 채 우는 나루미야의 모습을 신문에서 보게 된 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루미야....너를 조아해....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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