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E MAKETH HOGU
*세련님 리퀘 버전2
*상편
*아마도 상/하 이렇게 나감
*쿠로바스 키세 료타 드림
*히무로 드림 아냐
*킹스맨 AU
*사실 킹스맨 내용 잘 기억 안 남
세련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썩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봤자 아주 어릴 적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갔다가 키 제한 때문에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를 타지 못했던 것, 그 날 먹었던 솜사탕이 맛있었지만 창렬했던 것, 여섯 번째인가의 생일날 갖고 싶었던 레고를 선물로 받았던 것….
"부군은 아주 영예롭게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부인. 그 자세한 내막에 대해 저희로서는 설명을 생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요."
어느 날인가 집에서 혼자 선물 받은 레고를 가지고 놀고 있었을 때 찾아온 수트 차림의 신사가 어머니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
"언젠가 이 메달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오, 저런. 너에게 주마. '브로그 없는 옥스포드(oxford no brogue)'. 꼭 기억하렴. 반드시 도움이 될 거란다. 반드시."
그리고 어머니가 받기를 거절했던 못생긴 메달이 자신의 손에 쥐어졌던 것.
그것이 아버지에 대한 세련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세련의 목에는 늘 같은 메달이 걸려 있었다. 썩 예쁘지는 않지만 순금이라서인지 꽤 묵직하기는 한 K 모양의 메달. 패션이나 뷰티에는 썩 관심이 없는 세련이니만큼 딱히 확고한 패션 철학을 담은 시그니처 아이템은 아니다. 그보다는 언젠가 급할 때 팔아버릴 비상금으로서의 의미가 강했다. 그리고 어쩌면 약간의 미신적 의미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도움이 될 거란다. 반드시.'
그렇게 말했던 신사의 얼굴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낮은 목소리가 약속했던 '도움'이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족히 20년은 된 과거에 누군가가 지나가는 말로 약속했던 도움을 철썩 같이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다. 다만 '이걸 RT하면 돈 생겨요!' 하는 트윗을 RT하는 정도의 동심의 발로일 것이다. 워낙 어릴 때부터 하고 다녀서 이제 없으면 허전하기도 하고.
세련에게 있어서 메달은 그 정도의 의미였다.
분명히,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그랬을 것이다.
딱히 그 '도움'에 대해 진지하게 믿어본 적은 없었는데―
"…………."
세련은 바싹 타는 입술을 애써 혀로 축이며 옷 안에서 끄집어낸 메달을 가만히 응시했다.
"'브로그 없는 옥스포드'. 꼭 기억하렴."
그렇게 말하던 묵직한 음성을 떠올렸다.
현실적으로 그런 구두 약속을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세련은 메달에서 시선을 거두며 전화를 요청했다.
'브로그 없는 옥스포드.'
그 말의 위력은 굉장했다. 전화를 끊어버리려던 상담원에게 급하게 외친 뒤로 몇 분 지나지 않아 어느 새인가 세련은 모든 문제에서 해방 되어 있었다.
"……하."
꿈을 꾸는 건가. 몇 번인가 눈을 비벼보아도 한 순간에 급변했던 상황이 다시 반전되는 일은 없었다.
"세련 씨?"
터덜터덜 걷던 세련의 귀에 낮은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
수트를 깔끔하게 차려 입은 젊은 남자였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세련은 조금 전에 본 사람의 얼굴도 금방 잊어버리곤 하는, 안면실인증에 가까운 휘발성 메모리를 가지고 있는 고로 썩 믿을 만한 느낌은 아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련의 앞에서 젊은 남자는 한쪽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입을 열었다.
"히무로 타츠야입니다."
"…아, 예…."
"당신의 아버님께서 20년 전에 제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셨죠."
"…예에……네?"
?????
금시초문입니다만.
세련의 기억 속 아버지는 늘어난 런닝에 꼬질꼬질한 팬티를 입고 정오까지 집에서 퍼자다가 리모콘을 가져가려고 하면 아빠 안 잔다! 하고 말하곤 하는 전형적인 중년 아저씨였다. 이런 미남의 아버지를 구한다거나 미남을 구한다거나, 아무튼 그런 인류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병으로 2년 전에 돌아가셨지만…당신에게 연락이 온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야 한다고 병상에서도 몇 번이나 말씀하셨죠."
"…아, 예에……."
결국 돌아가신 거잖아.
세련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이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느 날 돌아가셨다고 통보 받는 게 아니라 침대에서 편안히 돌아가시게 된 것만으로도 당신의 아버지에게 감사를 다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
아버지 동무,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거요. 북파공작원이라도 되냐.
세련의 얼굴이 의구심으로 물드는 것을 눈치챘는지, 남자가 웃으면서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웨르 웨르…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할까요."
잠깐 따라가도 될까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눈앞의 남자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것은 확실하다. 게다가 남자는 잘생겼다. 옷도 잘은 모르지만 엄청나게 비싸보였다. well의 발음은 이상하지만 목소리도 좋다고 생각한다.
'뭐, 괜찮겠지.'
세련은 가벼운 마음으로 히무로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버지가 '킹스맨'이라는 귀족의 스파이 조직…아무리 생각해도 부자들의 국뽕 한 사발 한 돈지랄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조직에 속해있던 유일한 서민 출신의 조직원이었다는 것. 세련의 아버지를 추천했던 것은 히무로의 아버지였다는 것. 그리고 세련의 아버지는 히무로의 아버지를 수류탄에서 구하기 위해 숨졌다는 것.
"……."
아, 그래서 아무도 세련과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시체를 보여주지 않았나보다. 그야 수류탄 폭발에 휘말리면 멀쩡한 꼴로 죽을 수는 없었으리라. 20년이 지나서야 이유를 알았다.
"아버지와 저는 당신의 아버님께 몇 번을 감사해도 모자랍니다. 아마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저도 태어나지 못했겠죠."
"…아니, 뭐…."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히무로의 모습에 조금 당황하다가 문득 히무로의 말에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저기, 그럼 스무살이 안 되신…?"
"예, 올해 열 아홉입니다."
야 얼굴이 너무 성숙하잖아!!!!
무심코 히무로를 연상이라고 생각했던 세련이 소리 없이 절규한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평화로운 대화의 시간이었다.
아니, 한 가지 더.
"당신을 '킹스맨'의 새로운 공석에 추천할 생각입니다."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가려던 길에 히무로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제외해야겠다.
"스파이 조직에?"
"예."
"제가?"
"예."
"…제정신이신지…?"
공석에 추천했다고는 해도 다소의 검증 절차를 거칠 뿐이지 결국은 탈락하더라도 그럭저럭 평화로운 사무직에 배치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까지는 좋았다. 연봉도 복지도 지금 직장보다 훨씬 잘 좋다고 했고. 좋은 직장에 낙하산으로 꽂아준다는 데에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
다만 이런 상황에 대해서 히무로는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하, 평민이라니 '킹스맨'도 수준이 떨어지네여."
'킹스맨' 후보들의 숙소에 도착해 자기 소개를 하자마자 그렇게 말해오는 금발의 미남이 있을 거라고는.
"………."
"알고 보면 일진 출신 아님까 당신? 과거 기록 좀 봐야겠는데."
그 미남이 세련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어둠에 다크 파괴 충동의 흑룡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저기여. 당신 시간 낭비라고 생각 안 함까?"
'이 새끼 패고 빵 가도 되나? 1타 5강냉이하면 깽값은 히무로가 물어주려나?'
그렇게 진지한 고민이, 키세 료타에 대해 세련이 처음으로 한 생각이었다.
하편은 내일...아마도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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