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멈추다

*원피스 트라팔가 로우 드림

*오리주(이름 있음) 설정 주의




혈중 알콜 농도 면허 정지




캡틴의 현상금이 거침 없이 쑥쑥 올라서 어느새인가 '죽음의 외과의'라는 별칭 앞에 한 가지 수식어가 더 붙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신성.


최근 현상금이 1억을 넘는 루키들의 통칭이다. 우리 캡틴 말고도 유스타스 키드, 살육무인 킬러, 마술사 바질 호킨스, 바다천둥 스크래치맨 아푸, 드레이크 씨, 대식가 쥬얼리 보니, 카포네 갱 뱃지, 괴승 우루지, 밀짚모자 몽키 D 루피, 해적사냥꾼 롤로노아 조로…까지가 소위 말하는 '초신성'의 범주에 든다는 것 같다.


캡틴의 현상금은 그 중에서 다섯 번째지만, 매력 순위는 당당히 1등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솔직히 수배서 다 모아놓고 보면 우리 캡틴이 제일 잘생겼으니까. 게다가 머리도 좋고 의사고! 완전 상냥하다고! 간식은 못 먹게 하지만.


뭐, 외모 순위로는 2위에 롤로노아 조로를 넣어줘도 괜찮을 것 같지만. 걔는 귀걸이가 이상하니까 감점. 유스타스는 립스틱 색이 이상해서 감점. 캡틴의 다크서클은 퇴폐미와 섹시함을 더해주니까 플러스 점수로 쳐줘도 좋다.


아무튼 간에, 그랜드 라인으로 들어온 지 어느 새 1년. 캡틴이 해군 본부와 세계 정부와 수많은 해적 루키들이 주시하는 존재가 된 것을 기념 삼아 오늘 하트 해적단에는 연회가 열리게 되었다.


연회라고는 해도 아저씨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며 시끌시끌 떠들고 술에 취해 갑판에 드러눕는 게 전부인 알콜 파티지만, 평소엔 잘 맛볼 수 없는 특식 같은 것도 먹을 수 있는데다 캡틴도 오늘만은 간식 섭취를 허용해줬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건배!"

"원샷! 원샷"

"선장! 한 잔 받으세요!"


독한 럼주를 물처럼 들이키는 아저씨들과 캡틴 사이에서 베포와 나는 사이 좋게 쿠키를 먹으며 과일 주스를 나눠 마셨다. 베포는 곰이니까 술을 즐기지 않고, 나는 아직 18살이라 음주를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워낙 알콜이 잘 안 받기도 하고, 이 동네 술들은 다들 독하기도 해서 한 모금만 마셔도 취하니까 알콜의 가성비는 좋은 듯하지만 술을 즐길 수는 없는 게 슬프다.


"흐어어어엉. 여자가 없어어어."

"어찌 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우웨에에엑."


…뭐, 저 참상을 보고 있으면 취할 바엔 그냥 술 같은 건 안 마시는 게 낫다 싶긴 하지만.


난간을 붙잡고 바다에 과거 음식물이었던 무언가를 뱉어내는 샤치와 그 등을 두드려주는 베포의 모습을 보다가 시선을 옮겼다. 으, 나까지 속 안 좋아.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미샤."


햄메론을 씹으며 먼 바다를 보고 있던 것도 잠시, 캡틴이 다가와 내가 쓰고 있던 모자(캡틴이 사준 거!)를 한 번 푹 누르면서 옆에 앉았다.


"캡틴!"

"연회는 즐기고 있나."

"응. 완전요! 초코쿠키도 먹고 고기도 먹고 팝콘도 먹고 후르츠펀치도 먹고 햄도 먹었는데."


캡틴의 어깨에 기대면서 종알종알 떠들자 캡틴이 피식 웃는 것이 느껴졌다.


"술도 못 마시는 꼬맹이가."

"음…샤치처럼 토할 바에는 안 마시고 말래요."


내 말에 캡틴은 아직도 바다에 음식물의 잔해를 내뿜는 샤치와 그 옆의 베포를 보았다. 그리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잘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는 캡틴의 숨결에서도 술냄새가 느껴졌지만, 뭐 취한 것만 아니라면 됐지. 캡틴이 페브리즈 열매 인간도 아니고 그렇게 독한 술을 권하는 대로 받아 마시는데 술냄새가 안 나는 쪽이 이상하니까. 그래도 캡틴은 술이 세서 다행이다.


"캡틴은 많이 마시지 마요. 취하지 말구."


다시 팝콘을 입에 넣으면서 말하자, 캡틴은 손가락으로 한 번 내 코를 튕겼다. 아파! 하지만 캡틴이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내려놓았으니 그럭저럭아, 아프지만…살을 주고 술을 취했다…!


"으으으."

"건방진 소리를 하는 막내 때문에 마음 놓고 취하지도 못하겠군."


건방진 소리라니! 짱팬 1호의 진심 어린 댓글이라고 생각하시죠! 아이돌의 자세가 안 되어있네 캡틴은!


"캡틴, 너무해."


아픈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주스를 집어들어 입에 털어넣었다.


"!?"


그리고 동시에 입 안에서 확 불이 올라왔다.


술이잖아! 캡틴이 마시던 거랑 잔 헷갈렸다!


간접키스…? 이전에 목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이건 뭐 술이야 소독약이야. 이런 걸 목구멍에 좋다고 쏟아붓다니 다들 미친 거 아니야?


"펭귄! 물 가져와!"


화끈 거리는 목을 붙잡고 콜록 거리고 있으니 캡틴이 커다란 손으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것이 느껴졌다. 음치인 주제에 자리를 잡고 앉아 노래나 부르고 앉아있던 펭귄이 후다닥 뛰어오더니 커다란 물잔을 건넸다.


"마셔."


급하게 물을 들이키니 화끈거리던 목도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다. 여전히 목 안쪽이 화끈하긴 하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미샤, 괜찮아?"

"으응…."


펭귄의 물음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면서 남은 물을 죄다 마셔버렸다. 으, 목 아파. 이 동네 술은 진짜 미친 것 같다. 무슨 맛으로 마셔대는 거야? 다들 M인가? 살짝 눈물까지 났다. 일렁거리는 시야에 들어온 캡틴의 술잔을 노려보고 있으려니 손이 눈앞으로 다가와 턱을 붙잡고 눈에 들어오는 광경을 회전시켰다. 시야 가득 캡틴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었다.


"미샤. 정신 차려."

"…어…캡틴?"


눈을 깜빡여 눈물을 털어냈는데도 시야가 불안정하게 휘청거린다.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캡틴의 얼굴이 흔들거렸다. 잘생긴 우리 캡틴. 착한 우리 캡틴. 팬더 같은 우리 캡틴.


"캡티인…캡틴이다."

"이 녀석 취했군."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는 캡틴의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거린다. 안 취했는데. 입을 삐죽거리고 있으려니 캡틴이 손을 뻗어 한 손으로 나를 안아 올렸다. 오, 뜬다. 기분 좋은데. 캡틴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펭귄에게 적당히 뻗은 녀석들을 치워놓으라고 지시하는 측면 얼굴을 보다가 손을 뻗었다.


눈 밑에 뭐가 묻었네. 닦아줘야지.


뻗은 손끝이 캡틴의 뺨에 닿았다. 그을린 뺨이 움찔 움직이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눈가에 닿은 엄지를 움직이자, 모자 아래의 날카로운 눈이 조금 커졌다.


오, 안 지워지는데. 안경 얼룩처럼 입김이라도 불면 잘 지워지려나? 그런 생각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미샤?"


가까이 다가가자 크게 뜨인 눈이 클로즈업 되고, 그 눈밑의 얼룩이…아, 뭐야. 다크서클이었네. 닦을 필요 없었잖아.


손을 떼어내고 그대로 멈췄다.


캡틴도 다크서클이 콤플렉스일 텐데 내가 너무 했네.


나는 캡틴의 옆얼굴을 다시 한 번 올려다 보고, 다크서클을 닦아내는 대신에 그 아래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잘 자요, 캡틴."

"…."


인사했지만 캡틴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그대로 편하게 잠들었던 것 같다.









오늘도 혼자 주제를 대차게 엇나간 느낌!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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