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미련
*원피스 트라팔가 로우 드림
*캐붕 주의
*오리주 설정(이름 있음) 주의
*왜 평소엔 죽어라고 안 느는 용량이 전력만 하면 폭발하는가에 대하여...
잊지 못할
캡틴의 현상금이 또 올랐다.
죽음의 외과의
트라팔가 로우
DEAD OR ALIVE
B 150,000,000
캡틴의 현상수배서를 들여다봤다. 사진 좀 바꿔주면 좋을 텐데. 뭐 아무튼.
"우와아아."
현상금 1억 5천만. 처음 섬을 떠나서 걸린 이후로 변동된 적 없는 내 현상금의 딱 열 배다.
이 정도면 그랜드 라인 전반부에서도 제법 눈에 띄는 수준의 현상금이 아닌가. 내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최근 그랜드 라인에 데뷔한 해적 중 캡틴보다 현상금이 높은 건 유스타스 '캡틴' 키드,마술사 바질 호킨스, 붉은 깃발 X 드레이크 정도밖에 없다. 뭐, 조금 더 쳐준다면 1년 전에 데뷔한 백마의 캐번디시 정도까지일까.
그것도 유스타스나 호킨스네는 모거니아급 민간인 피해 태풍이라 걸렸다는 느낌이고 드레이크 씨는 전(前) 해군 소장 버프, 캐번디시는 1년 선배니까, 우리 캡틴이 제일 대단하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뭐, 인상은 웬만한 모거니아 뺨치지만 유스타스네 만큼 민간인 피해자를 산처럼 쌓아놓고 다닌다는 뉴스를 몰고 다닌 적도 없고.
역시 우리 캡틴이 짱이라니까.
"미샤, 그 현상수배서도 모을 거지?"
"응!"
액자에다 모셔놔야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캡틴의 현상수배서를 공손히 두손으로 들었다.
"그건 모아서 어디다 쓰려고 하는 건지."
옆에서 수배서와 함께 온 신문을 보고 있던 캡틴이 태클을 걸었지만 못 들은 척 했다.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시죠.
"이제 캡틴 컬렉션 다 완성한 건가?"
펭귄이 옆자리에 와 앉으며 물어보는 바람에 시무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아직 제일 초기 수배서 못 구했어."
"미샤가 들어올 걸 생각했으면 한 장 정도 남겨둘 걸 그랬네."
펭귄이 한 번 머리를 쓰다듬고는 식사를 시작했다. 내 머리 공공재야 뭐야.
"왜 수배서 모을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을까?"
"그러게…처음 나왔을 때부터 모았으면 지금쯤 식당 벽 도배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그랬어야지 말이야. 온통 아저씨들 뿐이라 섬세하질 못하다니까. 다들 캡틴 빠돌이인 주제에 수배서 한 장도 안 모아놓고 뭐한 거야.
"해군 기록보관소에서라도 훔칠 수 없을까?"
"아서라. 훔쳐서 쓸데도 없는 걸."
옆에서 캡틴이 다시 태클을 걸어왔다.
"왜 필요가 없어요! 내가 나중에 캡틴 전기 쓸 때 참고자료로 넣을 건데."
"훔친 수배서를 참고자료로 쓴다고?"
거짓말이지만.
"그나저나 미샤도 해적 다 됐구나."
"응?"
"미샤가 처음 배에 탔을 때만 해도 완전히 꼬맹이였는데 언제 자라서 수배서를 해군한테서 훔친다고 하고 있는지."
왠지 샤치가 대단히 감상에 빠진 것 같은 와중에 미안하지만, 처음 배에 탔을 때와 비교해도 전혀 요만큼도 자라지 않았습니다만.
"정말 그렇네."
"음음."
뭘 그렇게 다들 동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 모르는 사이에 뇌내 하트해적단의 육아일기라도 찍은 걸까. 알고 보면 내 이름은 미샤가 아니라 재민이였던 걸까.
모르겠다.
고개를 저으면서 캡틴의 수배서를 챙겼다. 구겨질지도 모르니까 방에다 모셔놔야지. 수배서를 두 손으로 들고 일어나려던 때에 캡틴이 손을 뻗어 어깨를 잡아왔다.
"미샤. 피망 남기지 말고 전부 먹어라."
제길. 걸렸다.
잘게 자른 피망을 빵과 함께 돌돌 말아서 삼키고 방에 돌아와 수배서를 얌전히 책 사이에 끼워 모셔두었다. 그리고 전에 모아둔 캡틴의 수배서들을 흐뭇하게 보고 있으려니 어느새 다음 섬에 정박할 때가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불침번도 생필품 조달 당번도 배 담당 당번도 된 적 없기 때문에 오늘도 자유 시간이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별다른 볼일은 없을 예정이었지만, 캡틴의 새 수배서가 손에 들어왔으니 액자를 사러 간다는 스케줄이 생겼다. 캡틴도 오늘 섬에 내리면 좋을 텐데.
내 경우 현상금은 1500만 베리지만 전투력…이라고 해야 할까 애초에 전투 같은 걸 할 수 있을 가능성조차 없고, 굳이 공격력을 금전적으로 측정하자면 1.5베리도 안 되는 수준 때문에 외출 시에는 다른 선원들과 함께 돌아다니게 되어 있다. 다른 선원이라고 해도 대개는 캡틴이랑 펭귄이랑 베포다.
"미샤, 액자 사러 갈거지?"
"응."
"캡틴도 서점에 볼 일 있댔으니까 같이 가자."
"응!"
방으로 찾아온 펭귄의 손을 잡고 갑판으로 나오자 배 지키기 당번에 당첨된 사람들이 마을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부탁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개 예쁜 언니들 사진집 같은 걸 부탁하는 것 같다. 역시 빨리 다들 연애를 하면 좋을 텐데. 불쌍한 노총각들. 고개를 저으며 배에서 내렸다.
"캡틴!"
"빨리 와."
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캡틴과 합류해 희희낙락 팔짱을 끼고 걷기 시작했다. 뭐 팔짱이라고 해도 캡틴의 팔꿈치 아랫부분을 붙잡고 다니는 정도지만. 그냥 어깨 관절의 기동범위 한계의 문제다.
"미샤, 돈은 있어?"
"저번에 나눠 받은 거 그대로 있지롱."
우리 해적단의 경우 다른 해적단의 보물을 털어 얻은 수익에서 공동 생활비 같은 걸 제외하고 남은 돈을 대략 인원수대로 나눠 가지는데, 내 경우엔 전투에 전혀 요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왠지 똑같은 비율로 나눠 받고 있어서 조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도 한다. 캡틴은 신경쓰지 말라고 했지만, 펑펑 쓰기도 뭐해서 아껴두고 있다. 옷이나 신발은 유니폼을 입으면 그만이고, 왠지 다들 섬에 나갔다 들어올 때면 선물을 잔뜩 사다주니까 딱히 돈 쓸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들 하루만 사는 놈처럼 주머니를 훌훌 털고 있으니 언젠가 내 비상금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으로 남은 돈을 계산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섬의 번화가에 도착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는 생기가 넘쳤다.
"와, 사람 많네."
"이 섬은 그랜드라인에서도 알아주는 가죽 장인들이 사는 섬이다. 늘 상인들이 왕래하고 있지."
"헤에."
설명을 덧붙여주는 캡틴과 나란히 걷고 있으려니 과연, 양옆으로 늘어선 상가들은 대개 가죽이나 털, 뿔 세공품 같은 것을 팔고 있다.
"아."
핑크 털가죽 재킷이나 온통 하트 모양 구멍을 낸 가죽 망토 같은 영문 모를 상품들을 곁눈질하며 지나가다가가 모자를 발견했다. 얼룩 무늬가 있는 털가죽으로 만든 코사크캡이었다.
왠지 캡틴 모자랑 커플템 같기도 하고.
한참 높은 곳에 있는 캡틴의 모자를 올려다보다가 캡틴과 눈이 마주쳤다.
"왜?"
"아무것도요, 캡틴!"
나랑 베포 빼곤 선원들도 다들 모자 쓰고 있고(하긴 베포는 머리 자체가 털모자이긴 하지), 캡틴이랑 커플 모자(!)를 쓰고 싶은 기분도 조금은 들었지만. 오늘은 액자를 사야 한다. 돈도 얼마 안 들고 나왔고. 뭐 딱히 모자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
"히히. 아, 저기 서점! 캡틴! 빨리 가요!"
의아한 듯이 눈을 좁히며 내려다보는 캡틴의 팔을 끌어안고, 눈에 띈 서점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아아."
캡틴은 한 번 뒤를 돌아보더니 별 말 없이 함께 따라와주었다.
베포와 함께 가게를 둘러보다가 테두리가 가죽으로 장식 된 커다란 액자를 샀다. 계산하고서 짐을 드는 건 베포 몫이었다. 액자는 예전에 다른 섬에서 산 것보다 별로 비싸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 섬에 세공 같은 게 발달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가게에서 모자 좀 보고 올 걸 그랬나. 괜히 좀 미련이 남는데.
"미샤."
"캡틴! 펭귄!"
펭귄만 데리고 서점에 갔던 캡틴은 책을 얼마나 샀는지 손에 큼지막한 꾸러미를 들고 왔다. 캡틴이 책 욕심이 많은 건 알았지만, 대체 무슨 책이 그렇게 살 게 많은 거야.
"볼 일은 다 끝난 건가?"
"나는 끝."
"배로 돌아가자."
그렇게 말하며 앞장 서는 캡틴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캡틴, 레더 초코라는 게 이 섬 명물이라는데 하나 사면 안 돼요?"
"안 돼."
캡틴은 수술수술 열매가 아니라 단호박단호박 열매를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 건진 건 수배서를 넣을 액자 뿐이었다. 걸면 예쁠 것 같으니까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간식은 좀 사고 싶었는데.
내 선실로 돌아와서는 액자에 수배서를 잘 넣고 벽에 예쁘게 고정시켜두었다. 좁은 벽 한 면이 온통 수배서 액자로 장식된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제법 기분이 좋다. 뿌듯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려니 누군가 밖에서 선실의 문을 똑똑 두드렸다.
"누구세요?"
"나다."
"캡틴?"
캡틴이 웬일이지? 얼른 달려가서 문을 열자 한 손에 아까 섬에서 사온 꾸러미를 든 캡틴이 서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간식 안 먹었어요."
남은 것도 없고.
얼른 그렇게 말하자 캡틴이 한쪽 입꼬리만 올려서 피식 웃었다.
"손."
"에?"
뭐지. 악수하자는 건 아닐 테고. 손을 내밀자 캡틴이 내 손 위에 꾸러미를 올려줬다. 뭐지. 꽤 가벼운데.
"이게 뭐예요?"
"풀어봐라."
"??"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자 안에서 나온 건,
"어."
아까 가게를 지나가면서 봤던 모자였다.
"어! 캡틴, 이거!"
"써봐."
우와.
우와아아.
입이 옆으로 찢어지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모자를 얼른 머리 위에 눌러 써봤다. 조금 크지만 그럭저럭 맞았다. 따뜻하다.
"잘 어울리는군."
"이거 나 주는 거예요? 진짜로??"
"그래."
"우와아아아!!"
역시 우리 캡틴이 최고다. 초콜릿은 못 먹게 하지만!!
"캡틴!! 우유 좋아해요?!"
"무슨 우유."
"아이럽우유!!!"
외치면서 달려가서 캡틴의 허리를 껴안았다. 캡틴은 잠깐 움찔하더니 모자를 푹 눌러 내 눈까지 가려버렸다.
"미샤,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모자는 압수다."
우리 캡틴이 최고다!!
치사한 것도 말이야!!
"근데 캡틴."
캡틴의 팔에 매달려서 식당으로 향하며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나 모자 말고 초콜릿 사주면 안 돼요?"
아무래도 명물 레더초코에 미련이 남는단 말이야.
"…………."
그늘진 눈으로 나를 내려다본 캡틴은 잠시 후 모자를 진짜로 압수해갔다. 그리고 잘못했다고 빌 때까지 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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