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 무릎베개

*원피스 트라팔가 로우 드림

*캐붕 주의

*오리주 설정(환생자) 주의




내가 수니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선장님이 나빠!




안녕하신가! 힘세고 좋은 아침! 만일 나에게 물어보면 나는 미샤. 아니아니 3300원에서 시작해서 어느새 고급화 전략에 힘쓰고 있는 그 브랜드 아니니까. 이름은 그냥 태어나보니 그렇게 붙여져 있었을 뿐으로, 딱히 코스메틱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아마 그럴 예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기보다 불가능하겠지. 현상수배범인걸. 잡지 기자라길래 완전 예쁜 척하고 찍은 사진이 전세계에 돌아버렸는걸. 현상금은 1500만 베리밖에 안 되지만.


처음 수배지가 뉴스쿠에 실려 왔던 날 샤치가 발견하고 폭소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주먹이 운다. 징징징. 그날 옆에서 웃었던 놈들 죄다 용서 안 할 거야. 아, 캡틴은 빼고. 나는 착한 크루니까.


이쯤 말하면 알겠지만, 그렇습니다. 저는 해적입니다. 하트 해적단 소속입니다.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하트 해적단의 귀염둥이 막내이자 홍일점이라고나 할까. 베포와 함께 더블 마스코트라고나 할까.


"오, 미샤. 일어났냐."

"펭귄, 좋은 아침!"

"오늘은 웬일로 아침부터 기운 차네."

"어제 일찍 잤거든."

"거봐. 내가 평소에도 그렇게 딴짓하지 말고 일찍 자라고 얘기했지? 어린놈이 매일 아침마다 축 처져서 좀비처럼 으어어 하고 돌아다니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아주 속이 터져서 원―"


그리고 잔소리를 듣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 듯하다.


"펭귄만큼 나이먹어버리면 밤새는 게 수명 깎는 짓이 되어버리잖아. 낭랑 18세의 혈기니까 봐줘."

"……크윽…."


그리고 부끄럽지만 일점사도 담당하고 있지.


오늘도 손맛이 좋구나.


HP 0로 리타이어한 펭귄을 넘어 식당으로 들어서니 다른 동료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다들 아저씨지만 좋은 사람들이야. 좋은 사람들이지만 홀아비 냄새 풍기지 말고 얼른 연애나 하면 좋을 텐데.


"좋은 아침! 캡틴은?"

"아까 샤워실에서 봤는데. 곧 올걸."

"오."


모처럼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기도 했겠다, 오랜만에 아침 먹으면서 캡틴 얼굴까지 보면 최고겠다.


개신남.


"나 브로콜리 조금만 줘. 콩 빼줘."


근데 메뉴는 별로 안 신남.


"미샤 너 그렇게 편식하면 키 안 큰다."


닥쳐. 이미 다 컸어. 조용히 해.


"당근도 빼줘."

"미샤. 식사는 영양 밸런스를 잘 맞춰서 하라고 했을 텐데."


지금 당장이라도 식당 바닥을 구르면서 미샤!! 삥끄!! 삥끄 꼬기!!! 를 외쳐야 하는 걸까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극락조 울음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캡틴!!! 캡틴이다!!! 캡틴!! 좋은 아침!!"


캡틴이당. 우리 캡틴! 아이고 아침에 봐도 잘 생긴 우리 캡틴. 머리카락이며 수염이 아직 촉촉하게 젖어있는 걸 보니 씻고 나온 직후인 모양이다. 햐. 불타는 밤을 포기하고 일찍 잠들었다가 일찍 일어난 보람이 막 느껴지네. 크, 수니 막 죽어요. 지금 막 심쿵. 쥬금.


"웬일로 일찍 일어났군."

"어제 일찍 잤어요! 캡틴이 일찍 자라고 해서!"


칭찬해달라는 눈빛을 마구 쏘아보내자, 캡틴은 한 손으로 숟가락을 집어들며 한 손으로 툭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 칭찬 받았다. 오늘 밤에 머리 안 감아야지.


한 손으로 내 머리를 만지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다가, 캡틴에게 말을 건넸다.


"캡틴! 얼굴에 침 묻었어요!"

"뭐?"


방금 씻고 나왔으면서 얼굴 더듬는 거봐. 씹덕사한다.


"내 심장 퍽 침!"


사랑의 총알과 윙크를 보내자 캡틴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쩐지 일찍 일어났다 했더니잠 깨."

"아!! 아퍼!!"


빈 식판으로 맞았다. 아프다. 한 손으로 정수리를 문지르고 있으려니 캡틴은 앞서서 아침을 가지고 빈 자리로 가버렸다. 역시 차가운 해저 남자…자비 없는 캐붕 없음에 또 심쿵해버린다!


"넌 매일 혼나면서 왜 매일 헛소리야?"

"헛소리라니! 사랑의 세레나데겠지!"


노래는 아니지만.


"사랑은 무슨…."


이 세계에 DSLR이 있었다면 나는 캡틴 대포홈을 열었을 것이다. 포토북도 냈을 것이다. 그리고 수익금으로 조공을 넣었을 것이다. 전생에 모 아이돌을 팠을 때도 사지 않았던 시즌 그리팅도 샀을 것이다.


그래. 이건…사랑이야! 깊고 깊다는 빠순이의 사랑이지. 아무 대가 없이 퍼주는 그런 사랑이라고.


이보다 깊은 사랑이 대체 어딨다는 거지.


"사랑을 논하기 전에 브로콜리나 빼놓지 말고 먹어."


걸렸다. 젠장.


세륜브로콜리…사라져주세요.


"미샤."

"넴."


먹어요, 먹는다니까요. 캡틴의 눈총을 받으며 브로콜리의 산을 입으로 밀어넣었다.


보아라! 이것이 브로콜리도 뛰어넘는 나의 사랑이다…!!


"우웩."




그리고 거짓말처럼 체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완전 심한 급체. 아침 먹은 걸 다 토해버렸다.


어쩐지 속이 안 좋다 했어. 토할 것 같다. 죽겠네. 열도 나고. 머리도 아프고.


침대에 누운 채로 여기까지 나를 업어다 준 샤치를 향해 투덜거렸다.


"샤치가 아침부터 브로콜리 먹으라고 하니까 그렇잖아."

"내 탓이냐?!"

"욱."


또 토할 것 같으니까 말 걸지 마.


"네가 먼저 말걸었잖아?!"


혼자 있고 싶네요. 다들 나가주시죠.


"너…낫기만 해봐라…."

"환자 상대로 뭐하는 거야. 나가 나가."


다른 크루들이 샤치를 달래 방 밖으로 밀어냈다.


"정말 캡틴한테 진찰 안 받아도 되겠어?"

"응…자면 나아지겠지…. 캡틴 바쁘잖아…."

"글쎄어쨌든상태 다시 안 좋아지면 불러, 미샤."

"응…."


다들 나가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고 눈을 감았다. 좀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려나. 괜찮아지겠지.


애써 잠을 청해보았다.


캡틴이 한 명…캡틴이 두 명….


아냐, 이건 심쿵해서 잠을 못 잘 것 같다.


베포가 한 마리…베포가 두 마리…베포가 세…. 젠장 그나저나 베포 자식 매일 캡틴 베개나 해주고. 곰탱이 자식이. 자존심도 없냐. 젠장 부러워죽겠네. 나도 캡틴 베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든 것 같다.


꿈에는 베포가 나왔다. 그리고 캡틴의 베개가 되고 싶다면 살을 찌우고 털을 두른 다음 도전하라며 배를 흔들었다. 솔직히 나도 좀 베고 눕고 싶더라. 존나 폭신폭신하게 생긴 새끼 같으니라고. 그 몸으로 캡틴도 유혹했겠지! 제길! 나도 살 찌울 거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아니, 깨어났다고 생각했는데.


"…."


어라. 왠지 눈앞에 캡틴의 흉물스러운 점박이 바지가 있는 것 같은데.


"몸 상태는? 미샤."


커다란 손이 살짝 젖은 앞머리를 넘겨주는 감촉이 느껴졌다.


"열은 없군."


꿈인가.

꿈인가보다.


다시 자자.


"자지 마."

"캡틴…?"

"그래."


뻑뻑한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캡틴의 얼굴이 제법 클로즈업 돼서 보였다.


"어…캡틴이다…."

"속은?"

"괜찮은…데…."


잠긴 목소리로 웅얼웅얼 대답하자 캡틴이 살짝 한숨을 쉬는 기색이 느껴졌다.


"아프면 말하라고 전에도 얘기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것 같은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아닌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안 들기도 하고.


"미샤. 넌 내 선원이다."

"…."

"나는 내 선원이 아픈 게 싫어. 혼자서 아픈 건 더더욱."


캡틴의 말에 눈물이 날 것 같아졌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 쓰자 캡틴이 이불 위로 머리를 토닥거렸다.


"미샤."

"…응…."


다음엔 꼭 얘기 할 테니까.

정말로.


"그래. 뭐 필요한 건?"


왠지 밖에 나갈 듯이 구는 캡틴의 말에 이불을 조금 걷고 빼꼼 눈을 내밀었다.


"어옆에 있어주면 안 돼요?"


그렇게 말하자 캡틴이 의자를 끌어다 옆에 앉았다.


"또 다른 건."


다른 건. 다른 거.


꿈에서 캡틴을 유혹한 몸을 흔들던 베포(※캐붕)를 떠올렸다.


…말해도 되나?


"말해."

"…무릎베개 해주면 안 돼요?"


일단 질러보자 싶어서 얘기를 꺼내자, 잠깐 인상을 찡그렸던 캡틴이 다가와서 털썩 침대 옆에 주저 앉았다.


헐.

헐헐.


"됐나?"

"…."


아픈 거 개이득.


캡틴의 딱딱한 허벅지는 솔직히 베기는 좀 불편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래! 최애캐 오야스미 시트를 진짜 편하게 깔고 자려고 사는 사람이 어딨어!


다음에 또 아파도 괜찮겠는데?!


"또 아픈 건 없어."


쳇. 들켰다.


"미샤. 아프지 마라."

"응…."

"소화불량일 바엔 차라리 심장병에 걸려."

"…."

"그러면 수술로 낫게 해줄 테니까. 소화불량은 수술할 수 없어."


….


야. 캡틴이고 뭐고 내 감동 돌려내라.


뒤통수로 한 번 캡틴의 허벅지를 쿵 내리찍었다.


"아야."


내 머리가 아팠다.


젠장. 나도 악마의 열매 먹을 거야. 돌머리 돌머리 열매 같은 걸로.


"허튼 생각 하지 말고 얌전히 잠이나 마저 자."


눈 위를 덮은 캡틴의 커다란 손이 따뜻했다. 좋아, 이번엔 베포 말고 캡틴 꿈 꿔야지.


나 잠들면 가서 자요. 내 꿈 꿔요, 캡틴.


"캡틴 허벅지…진짜 벨 맛 안 난다…베포 베고 잘 걸…."


음, 생각이랑 말을 반대로 한 것 같은데.


실수를 교정할 겨를도 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이 꼬맹이…."


잠결에 캡틴이 이 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착각이겠지.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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