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블랙팬서 드림2

*지난 연성(새창)에서 이어짐

*드림주 이름 있음

*마블 알못의 설정 날조 주의




if [접속사] 1. (가정적 조건을 나타내어)(만약) …면




와칸다 왕자님의 뒤를 따라 차알못의 눈에도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스포츠카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느 레스토랑 앞이었다. 평소라면 니트에 반바지 쪼가리 옷차림으로는 들어가기도 전에 문앞에서 쫓겨날 것 같은 파인 다이닝이었지만 왕자님 파워는 굉장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안으로 안내 받았다. 역시 신분 대단해 돈 굉장해.


"……."


이런 곳은 처음 와본다. 신기하다. 촌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실내장식에 눈이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의자에 딱딱하게 굳어 앉은 채로 눈만 굴리는 나에게도 친절하게 메뉴판이 돌아왔다. 일단 펴봤지만 당연하게도 뭐가 무슨 메뉴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이건…어느 나라 말이지. 프랑스 말인가? 심지어 싼 게 있으면 그걸 시킬 텐데 가격도 안 쓰여 있어서 막막하다. 보통 맨 위에 있는 메뉴가 비싼가?


"뭐 먹고 싶은 메뉴 있어요?"

"네? 아. 음."


집이요.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서 먹다 남은 치즈 피자 먹게 해주세요.


"…그게, 제가 이런 델 처음 와봐서."

"오."


왕자님은 잠깐 허를 찔린 듯한 얼굴이 되었다가 이내 다시 우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저는 뭐든 괜찮으니까 전하가 좋으실 대로 시켜주세요."


이런 엄청난 곳에 처음 와보는 서민의 딸은 얌전히 왕자님의 판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소고기 괜찮아요?"

"네. 그럼요."


그리고 자비심 넘치는 왕자님은 파인 다이닝 무지랭이를 위해 메뉴를 하나하나 확인해주는 상냥함까지 발휘해주셨다. 눈물 날 뻔했다.


나는 알아듣기도 힘든 상세한 주문을 전달하고 잠시 기다리는 시간 왕자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어제 과제 얘기나 교수님 얘기. 캠퍼스에서 본 고양이 얘기. 와칸다에서는 전사를 숭상한다는 얘기. 기타 등등.


우리 둘 다 모어가 영어인 사람은 아니라서 중간중간 말이 안 통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설명했다. 역시 바디 랭귀지는 만국 공통어야. 주로 나 혼자 파닥거렸지만.


한참 파닥거리면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나서야 식사가 시작 됐다. 앞에 앉은 왕자님이 쓰는 식기를 따라 쓰다가 살짝 방향을 헷갈리긴 했지만 뭐 어떻게든 수습했다. 포크와 나이프에 대해서 중학교 가정 시간에 잠깐 배웠던 것 같은 기억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실제로는 처음 먹어보는 거니까 좀 틀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와인이 나온 건 내가 두 번째로 포크를 헷갈렸을 때 쯤이었다.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와인을 가져온 소믈리에가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를 줄줄 늘어놓더니 왕자님의 글라스에 와인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물. 음, 뭐 와인 맛은 모르니까 아무래도 좋지만. 아무래도 소믈리에 씨가 나를 미성년자로 착각한 것 같은데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겠지. 틴에이지 취급 받는 것도 미국에 오고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물을 홀짝거리고 있었더니 우아하게 와인을 한 모금 즐긴 왕자님이 말을 걸어왔다.


"조이는 와인을 마시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하죠? 6년? 7년?"

"네?"


무슨 뜻이지.


"와칸다에서라면 조금쯤은 마시게 해줄 텐데 미안해요."

"…………."


당당하게 본인 국가에서의 권력을 자랑하는데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잠깐만. 혹시.


불길한 예감이 머릿 속을 스쳤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왕자님인데 주변 사람 신변 조사도 안 하고 막 나이도 헷갈리고 그럴 리가…


"전, 트찰라. 어. 혹시 제가 몇 살로 보이세요…?"

"글쎄요. 아마…14살? 15살 정도 아닌가요?"

"………."


있구나.


있습니다.


있어요.


"…저 다음 주면 22살인데."


조심스럽게 얘기하자 동네 유학생 꼬마(착각)를 인자하게 보고 있던 왕자님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뭐라고요?"

"지금 21살이에요. 이제 곧 생일 지나면 22살이고요."

"…오."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어색한 침묵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미안해요, 조이."


거의 체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식사를 끝마칠 때까지도 거의 말이 없던 왕자님이 불쑥 사과의 말을 건네어 왔다.


"왜 사과하세요?"

"조이에 관해서…겉모습으로만 판단하고 멋대로 오해해버렸네요. 정말 미안해요."


조금 자세를 낮추어 나로서도 어렵지 않게 올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우아한 얼굴이 정말 미안한 듯이 찡그려졌다.


"만약에 조이에 대해서 제대로 알았더라면, 이런 식으로는…음. 조이와 이런 식의 관계를 맺게 되진 않았을 텐데."


뒤이어진 말에 조금 속이 쓰렸다. 평소답지 않게 말이 조금 꼬였던 것까지 마음에 담겼던 건 어쩌면 내가 상처받았다는 뜻일까.


"그러니까…전하의 말씀은 이렇게…어, 허물 없이 지내진 않으셨을 거라는 뜻이죠?"

"오…그래요."

"………."


이럴 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조금 슬펐다. 그동안의 호의라든가 다정한 태도라든가, 전부 동년배 아시아인 여자가 아니라 꼬마이기 때문에 베풀어졌던 배려에 가까웠다고 생각하면 쓸쓸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죠. 제가 어려보이게 생긴 탓이니까."

"조이."


뭐, 평범한 극동의 서민이 잠깐이나마 비브라늄 수저 왕자님과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지냈다는 걸로 만족해야지. 잠깐이지만 재밌었다. 다시는 없을 경험이었다.


"저, 이제 슬슬 들어가봐야 할 시간이라. 저녁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전하."


잠깐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왕자님에게 꾸벅 인사했다.


"차로 데려다 줄게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직 어둡지도 않고 조금만 가면 돼서."


역시 꿈은 빨리 깨는 게 좋겠지.


반쯤 해가 기울어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약간 시렸다.









좀 더 쓸 예정...

이걸로 대충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졸려서 여기까지만 씀.........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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