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희망고문

*다이아몬드 에이스 쿠라모치 요이치 드림

*주제 엇나감 주의..




인생은 A와 B 사이의 AxB




세이도 야구부 2학년 쿠라모치 요이치는 최근 들어 시시 때때로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는 일이 잦았다.


수업 중

쉬는 시간

교실을 이동하고 있을 때

점심시간

체육 시간

방과 후

연습 중


언제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누군가가 자신을 집요하게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의식 과잉일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쿠라모치 요이치는 상당히 눈치가 빨랐고, 어떤 일을 객관적으로 평하는 데에 익숙했다. 그건 자기 자신의 일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선은 본인이 눈치채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마다 무게를 더해갔다. 쿠라모치는 같은 반의 어딘가에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


그리고 범인을 확인할 기회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에 시선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본 순간, 자신을 보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사람을 발견했던 것이다.


범인은 쿠라모치의 대각선 뒤쪽 자리에 앉는 여자애였다.


'…여자애?'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도 안절부절못하는 옆모습은 틀림 없는 여자애였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뽀얀 피부에 얌전한 인상을 하고 있는 게 도무지 지금까지 그렇게 진득한 시선을 보내왔던 사람이라곤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


뭐지.


이제껏 자신을 뚫어져라 봤던 것이 여자애라고 생각하니 왠지 목부근이 뜨끈해졌다.


"!"


괜히 목덜미를 손으로 쓸면서 여자애 쪽을 쳐다봤다가, 힐끔 이쪽을 훔쳐보는 동그란 눈과 마주쳤다. 화들짝 놀라서는 다시 고개를 팩 돌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뭐라고 해야 할까. 왠지 좀 부끄러운….


"큼."


쿠라모치는 공연히 헛기침을 했다. 도무지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저기, 쿠라모치 군."


방과 후, 예상 외로 여자아이는 먼저 자진납세를 하러 온 모양이었다.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얌전히 손을 모으고 서서 조심스럽게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다시 목덜미가 뜨거워졌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어, 아. 응. 잠깐이라면 뭐."


말은 왜 더듬냐. 쿠라모치는 자신의 입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아이는 잠깐이면 된다고 거듭 강조하고서 쿠라모치를 좁고 어두운 교실로 데려갔다. 어딘가의 부실로 쓰이는 공간일까. 학교에 야구부 외에 무슨 부활동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공간이 부족해 협소한 교실을 부실 대신 쓰는 동아리들도 몇 개 있다고 들은 적은 있었다.


"어, 저기. 쿠라모치 군.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뭔데?"


쿠라모치는 뭔데, 하고 되묻는 자신의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생각보다 긴장한 모양이었다.


"키 170cm 맞지?"

"아ㄴ,"


여자친구는 없…다고 생각하던 뇌가 뜻밖의 질문에 잠시 활동을 멈췄다. 제멋대로 튀어나가려던 대답을 멈추다가 혀를 깨물 뻔했다.


"170 아니야?"

"…아, 아니. 맞는데."

"아, 역시! 긴가민가 했거든!"


키가 무슨 상관이지? 쿠라모치는 뛸듯이 기뻐하는 여자아이를 내려다보면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파악하려고 애썼지만, 그보다는 여자아이가 뜻밖의 말을 입밖으로 내는 쪽이 빨랐다.


"쿠라모치 군, 내 포즈 모델 좀 해줄 수 없을까? 쿠라모치 군 스펙이 내 최애캐랑 똑같은 것 같거든!!"

"…하?"

"사례는 충분히 할게! 포즈 몇 개만 사진으로 찍게 해줘!"

"…하?"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눈을 빛내는 여자아이(오타쿠 추정)의 모습에 이번에야 말로 할 말을 잃었다.


"안될까? 얼굴은 안 나오게 할게. 당장 오늘은 아니어도 괜찮고…."


뭔가 횡설수설 이야기 하는 여자애를 앞에 두고, 쿠라모치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쪽팔려….'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해서 다행이다.


약간 진심으로 생각했다.


"쿠라모치 군?"

"아니, 상관은 없는데…."


최애캐가 뭐냐? 그렇게 물어보려던 게임만 잘하는 비덕 소년의 질문은 덥썩 손을 붙잡아오는 여자아이의 행동에 의해 뚝 끊겼다.


"고마워!!"

"어, 어어. 어…그래."


손바닥…부드럽다.


쿠라모치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했다가 재차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어졌다.








여자애는 그림 존잘로 드림 회지를 그렸다고 합니다



Posted by 양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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