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변하지 않는 것
*다이아몬드 에이스 사나다 슌페이 드림
*포!카!포!카!
*캐붕 주의 핵노잼 주의
연애의 에이스
다도부에는 썩 부원이 많지 않다. 언제나 문화부는 그닥 인기가 없기 마련이라 부활동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인원만 들어오면 감지덕지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었다.
"우리는 자유롭게 차를 마시기로 해요. 말차든 티백이든 녹차든 홍차든 좋아하는 걸로."
첫 날 부장 선배가 했던 말만으로도 다도부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의 다도부가 마음에 들었다. 자유롭고 가볍고,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니까.
워낙 차를 마시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그리고.
"안녕. 오늘도 한 잔 얻어마시러 왔는데."
종종 런닝을 땡땡이 치고 다도부에 차를 얻어 마시러 오곤 하는 남자애가 있었기 때문에.
"안녕, 사나다 군."
사나다가 오는 날은 대개 부실에 나밖에 없는 날이다. 호감형 얼굴로 씩 웃으면서 창문 밖에서 손을 흔드는 사나다에게 미리 준비해뒀던 찻잔을 건넸다. 뜨겁지도 않은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차를 홀짝거렸다.
"오늘도 런닝은 땡땡이?"
"오늘은 덥잖아."
"정말 야구 소년 답지 않네."
"뭐, 고교 야구는 즐기려고 하는 거고."
잠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면 몇 분 만에 찻잔을 깨끗이 비운 사나다가 잘 마셨습니다, 하고 다시 찻잔을 돌려주었다.
"그럼 가볼게. 오늘도 고마워."
"응. 연습 즐겁게 해."
'열심히'라는 단어는 종종 농땡이를 부리곤 하는 사나다와는 썩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 잘 쓰지 않게 됐다. 본인 입으로 즐겁게 하려고 하는 거라고 하니까 이 정도로 괜찮지 않을까.
"다음에 또 런닝 쉬고 싶은 날 올 테니까."
"응, 다음에 봐."
어차피 다음이라고 해도 며칠 안이겠지만. 씩 웃으면서 런닝 코스를 달려 사라지는 사나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날 이후 2주 동안 사나다는 부실에 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이 없었다.
적어도 사나흘에 한 번 정도는 나타나서 차 한 잔만 달라고 넉살 좋게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확인해보려고 해도 사나다가 몇 반인지도 모르니까 어쩔 도리가 없다.
"…………."
오늘도 안 오겠지.
앞으로도 안 올 생각인가.
애초에 다도부 부실 창문으로 찻잔을 주고 받는 게 전부인 사이니까 이런 식으로 만나지 못하게 되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써 그렇게 생각해도 조금 쓸쓸하긴 했다.
"휴."
미리 차를 2인분씩 준비해놓는 것도 오늘로 끝내자. 이제 안 올 것 같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티포트에 손을 뻗었을 때, 창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차 한 잔만 줘."
"어?"
창틀에 팔을 걸치고 서있는 것은 2주만에 보는 사나다였다.
"사나다 군!"
"안녕. 오랜만이다."
"웨, 웬일이야. 나는 이제 안 오는 줄 알고…."
"혹시 기다렸어?"
"아니, 그게…."
"미안. 미리 이제 못 온다고 말해줬어야 하는 건데."
아. 이제 못 오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더 쓸쓸해졌다. 딱히 사나다가 늘 오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니고 멋대로 기다리고 멋대로 실망하고 멋대로 쓸쓸해하고. 난리도 아니다.
"야구를 좀 열심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그러니까 런닝 땡땡이도 그만 두기로 했거든. 아, 오늘은 오프."
"그렇구나…."
부활동을 열심히 하기로 한 건 좋은 일이다.
런닝 땡땡이를 그만 두면 이제 사나다를 만날 일은 없겠지만. 뭐 특별히 대단한 사이도 아닌데 이런 걸로 서운해 하는 것도 좀 웃기지. 손 안에서 식은 찻잔을 괜히 돌려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메일 주소 알려줘."
"어?"
깜짝 놀라 올려다본 사나다가 씩 웃으면서 핸드폰을 내밀고 있었다.
"이제 다도부엔 안 올 거니까 이렇게 연락 하자."
"어, 응…."
건네 받은 핸드폰에 메일주소를 입력하고 돌려주었다. 손끝이 사나다의 손등을 살짝 스쳤다. 화끈거리는 손가락을 꾹 말아쥐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찾아오거나 찾아오지 않거나 하는 걸로 변하는 관계는 불공평하니까 말이야."
"……."
"다도부에 안 오더라도 연락할게. 메일 보낼 테니까 내 메일 저장해둬."
"응…."
나 혼자만 보지 못해서 쓸쓸했던 건 아닌가보다.
마음 안쪽이 조금 간질거린다.
"보냈다."
사나다가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새 메일
(제목없음)
나랑 사귈래?
어라?
"이왕 쉽게 변하지 않을 관계를 맺을 거면, 내 여자친구 해주라."
창가에 기대어 선 사나다가 씩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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