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드림 전력
*MCU 블랙 팬서(트찰라) 드림
*주제: 비어있는 왼손 약지
*개인지 '가십 퀸 인 와칸다' 외전
*퐄카퐄카 달달물()
주정뱅이 블루스
내가 왼손 약지에 지나치게 혈액순환이 잘 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은 숙취로 깨질 듯한 머리를 붙잡은 채 오전 시간을 침대에 누워 다 보내고 나서였다.
그러니까 다시 사건 중심 시간으로 정리해서 표현하자면, 내가 평소에 끼고 다니는 결혼 반지를 잃어버린 지 적어도 8시간이 지난 후였다는 뜻이다.
"…어!?"
그걸 깨달은 순간 간담이 서늘해져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눈앞이 잠시 핑 도는 것을 채 기다려 가라앉히지도 못하고 온 침대를 쑤석거렸지만 내 멋진 결혼 반지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내 결혼 반지로 말할 것 같으면, 90캐럿 블랙 다이아몬드 프로포즈 링보다 경제적 역사적 가치는 못하지만 아무튼 화려하고 값비싼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로 장식 된 대단한 물건이었다. 어느 정도로 대단한가하면 와칸다의 보석 장인들이 가져온 디자인들을 거의 50번 쯤 퇴짜놓고 난 다음에 선택했을 정도로 엄청한 물건이다. 이것도 가십지에 실리긴 했었는데 뭐 어쨌든 결과물이 예뻐서 한참 이슈가 되었으니 별로 불만은 없다.
"내 반지!!!"
하지만 현 상황에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니 불만이라기보다는 불안이라고 해야 옳은가. 남다른 때깔과 호사스러움을 자랑하며 가십지에 각도별로 찍혀 실렸던 지상 최고의 결혼반지를 잃어버리다니 실수도 이런 실수가 없다. 왕궁 안에서 잃어버렸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밖에서 잃어버렸다면…아 이거 또 여기저기 대서특필 되겠는데. 술만 마시고 좀 얌전히 살려고 했더니 또 월드와이드 가십퀸이 되어버리는 것인가. 이의 있다고 외치고 싶지만 빼도 박도 못하게 내 잘못이라 할 말이 없다.
"미치겠네."
워낙 덜렁대는 편이라 쥬얼리를 잃어버리는 게 이번이 처음인 건 아니었다. 트찰라가 골라준 시계며 목걸이, 귀걸이 기타 등등 종류별로 잘도 흘리고 다닌 통에 주로 데이트 했던 별장의 고용인들이 찾아주는 일이 일상 다반사였으니까. 일전에는 이천만원짜리 시계를 행사장 파우더룸에 놓고 간 일로 뉴스에 실린 적도 있고.
하지만 역시 경우가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반지다. 소시민 출신으로서 이렇게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아무튼 내 엄청난 결혼반지에 비하면 이천만원 짜리 시계 정도는 큰 문제도 아니었다. 아니 물론 그 시계가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아닌데…그래도 결혼반지잖아.
결국 복도 근처의 화병까지 뒤집어 안에 있던 것을 죄다 털어내고도 반지의 행방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다시 침대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아, 눈물 날 것 같아. 그런데 지금 울면 토할 것 같아. 총체적 난국이다. 약간 죽고 싶다. 아마 트찰라는 상냥하고 관대하니까 그정도로 죽지 말라고는 해줄 것 같지만…그래도 죽고 싶다…. 이대로 베개에 코 박고 있으면 숨 막혀서 죽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다시 잠들었다.
나는 진짜로 죽는 게 좋겠다.
죽음과 맞바꾼 꿀잠 끝에 퉁퉁 부은 눈을 다시 떴을 때는 트찰라가 방에 돌아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잘 잤어요? 왜 이렇게 불편한 자세로 자고 있었어요."
"…트찰라?"
"네, 나예요. 속은 괜찮아요? 물 마셔요."
트찰라가 건네준 물컵을 바닥까지 비우고 몇 번 눈을 끔뻑거리고 나서야 제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다. 무릎을 꿇어야지.
"트찰라…."
반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배고프지 않냐고 묻던 트찰라가 표정을 바꾸며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일 있어요?"
"………."
나는 대답 대신 왼손을 펴서 트찰라의 앞으로 내밀었다. 비어있는 약지가 휑했다. 트찰라도 그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아, 반지."
"잃어버렸…."
"여기."
눈을 딱 감고 내 과실을 고백하려던 찰나, 트찰라가 자신의 왼손을 펴서 내 앞에 내밀었다. 마디가 굵고 단단하게 단련된 전사의 손이다. 그 새끼손가락의 첫째마디 끄트머리에 익숙한 반지가 반쯤 억지로 걸려 있었다. 내 결혼반지였다.
"어?!"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입을 뻐끔거리고 있으려니 트찰라가 웃으면서 손가락에 어거지로 걸려 있는 반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명령하신 대로 잘 맡아두고 있었어요."
"…?"
"기억 안 나요? 어제."
"……?"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 나를 보며 트찰라가 한숨처럼 웃었다.
"나한테 맡아달라고 했어요."
"내가요?"
"네. 끼고 있기 무겁다면서. 역시 좀 더 작게 만드는 게 나았을 걸 그랬나?"
"그래서 트찰라한테 줬어요? 내가?"
"정확히는, 힘드니까 대신 끼고 있어 달라고 했죠."
어렴풋이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드문드문 잘린 장면이지만…내가 침대에 엎어져서는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트찰라의 새끼손가락에 억지로 끼워줬던 것 같은….
…미친 진상 아니야?
"이제 반납할게요."
트찰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어 내 왼손 약지에 다시 끼워주었다. 링의 안쪽에는 트찰라의 체온이 남아있었다. 힐끔 내려다본 트찰라의 새끼손가락 첫마디에는 반지 자국이 선명했다.
"…오늘 이거 계속 하고 있었어요?"
"한 번도 안 뺐어요."
"안 불편했어요?"
"그야 불편했지만…."
트찰라가 내 손을 들어올려 결혼반지를 낀 손가락 위에 짧게 입술을 눌렀다.
"쭉 당신이 옆에 있는 것 같아서 뺄 수가 없었어요."
결혼반지 관련 에피는 본편에 넣을까 말까 하다가 결국 안 넣었던...
그때 구상했던 거랑 내용은 다르지만 결국 썼네요
아무튼 술은 적당히 마시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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