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그 외

[이영싫/드림/사사] 키 작은 사람이 벽치기 하는 단문

양철인간 2013. 8. 28. 21:37



쿵. 등이 벽에 부딪쳤다. 날개가 눌리는 감각은 그다지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지만, 지금 사사에게는 그보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다.

"누, 누이?"

사사가 조심스레 후배의 이름을 부른다. 그의 눈높이에서 한 뼘은 더 아래에 있는 여자의 동그란 머리는 그 부름에도 위를 보지 않았다.

'화…난 게 아니었나?'

무서운 표정을 한 채 무서운 기세로 자신을 끌고 왔던 것이 거짓말 같다. 영락없이 화를 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걸까. 안아달라고 하고 싶었나? 하지만 아까 그 표정은…사사는 자신을 사이에 둔 채로 옆의 벽을 짚은 루이의 작은 손을 내려다보며 우물쭈물했다.

"더기머하는 거야?"

"화내는 거예요."

가라앉은 목소리는 분명히 화를 내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화나면 안기고 시퍼뎌?"

"벽으로 밀어 붙인 거예요!!"

여전히 화난 목소리였지만, 그보다 30센티는 작은 여자가 벽치기를 한다고 해서 사사가 딱히 겁먹을 리는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더기기여운데 안아버려도 대?"


진심을 담은 물음에 루이는 정말로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녀는 불똥이라도 튈 것 같이 활활 불타는 눈으로 한껏 사사를 위로 노려보더니,

"선배멍충이!!"

하고 그대로 머리로 사사의 배를 들이박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