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드림/아카시 세이쥬로] 언제나 승리하는 너는 유감천만
*평일 드림 전력
*주제: 어떻게 말해
*쿠로코의 농구 아카시 세이쥬로 드림
*이전 전력과 같은 드림주
*길어요..
언제나 승리하는 너는 유감천만
하늘에는 조금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었다. 비는 오지 않으면서 엄청나게 덥지도 않으니 꽤 좋은 날씨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위에 매우 약한 데다 운동도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특히 더 좋은 날이다. 특히나 오늘 같은 날이면 날짜를 잘 잡은 날씨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오늘은 라쿠잔 고교에서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체육대회란 무엇인가. 학교에서 사육되고 있는 학생들을 난데없이 운동장이며 체육관에 풀어놓고는 너희들끼리 점수를 놓고 싸우라며 경쟁하도록 판을 벌려놓는 비인간적인 이벤트 데이이다. 만화며 라이트노벨 같은 데에서는 새콤달콤 끈적끈적 러브코미디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스페셜한 날이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봐도 좋다.
그 중에서도 강제성이 없는 한 아무 종목에도 참가하지 않는 나 같은 아웃사이더, 세미 히키코모리, 내향성 오타쿠에게는 특히나 연이 없는 이벤트다. 그냥 땀이나 많이 안 나길 기도하는 게 전부인 날이라는 뜻이다. 비록 그것이 고교 시절 마지막 체육대회라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었다.
올해는 지나치게 열혈인 초짜 담임이 걸린 덕에 두 종목 정도에 이름을 올려놓게 되기는 했지만, 제비 뽑기로 걸린 여자 농구는 빵빵한 주전들 뒤의 후보 선수에 이름을 올려놓았을 뿐이고 물건 찾기 경주의 버리는 멤버2 정도의 위치를 받았을 뿐이니 특별히 대단할 것도 없었다.
물건 찾기 경주는 순정만화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하지만 보통 체육대회 실행위원이라는 녀석들은 대부분 솔로의 고통에 시달리며 커플에게 의미 없는 분노를 느끼는 한창 때의 멍청한 남자애들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 따위를 찾아오는 부끄러운 쪽지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은 한없이 낮은 법이다. 적어도 내가 이제껏 11번의 체육대회를 거치는 동안은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때문에 나는 체육대회 당일인 오늘까지도 꽤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체육대회 하루 쯤이야 조금 응원하는 척이나 하면서 얌전히 있으면 금방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방심하고 있으면 언제든 뒤통수를 치는 것이 인생이라는 녀석이다.
여자 농구 결승, 시합 종료가 몇 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주전이었던 여자 농구부의 히라타가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부상을 입어 빠지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다음 순서는 후보로 이름만 올리고 있던 나에게 돌아왔다.
"음, 농구는 어느 정도 알아?"
"슬램덩크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해!
"?!"
"괜찮아! 왼손은 거들면 되니까!"
2개월 만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같은 반의 여자 농구부 선수들은 다들 좋은 애들이었다.
"너무 겁먹지 마. 내가 어떻게든 할게. 몇 분만 힘내자!"
너무 든든해서 반할 뻔했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체육복 위에 생전 처음 입어보는 조끼를 덧입은 채 농구 코트에 서게 된 것이었다.
"이기자! 오!"
일단 엉거주춤 원진에 끼었다가 같이 나가긴 했지만, 이거 정말 큰일이네. 음…공을 들고 몇 발자국 걸으면 안 되는 거였지? 발로 공 차면 안 되겠지? 농구공으로 사람 쳐도 안 되겠지?
슬램덩크에선 어떻게 했더라. 그러니까 분명히…미츠이 히사시가 농구부 쳐부수겠다며 체육관에…앞니가 없어서 임플란트를…아니 정말 도움이 안 되네 이 만화!! 아닌가, 내가 좀 더 자세히 볼 걸 그랬나?!
내가 만화를 얼마나 건성으로 봤는지 고민에 빠져있건 말건 시합 재개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농구부 에이스가 공을 던졌다.
앗, 이거 본 적 있어! 그렇지, 난 인터하이 예선도 보러 갔던 사람이다. 좀 더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그때 분명히 라쿠잔 농구부가…아카시가 이렇게 했는데.
'머리가 높다.'
음?
'비켜. 내 명령은 절대적이야.'
…음? 어쩐지 굉장히 도움이 안 되는 듯한 기분이….
'―얼른 넘어오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아니아니아니 이건 더 도움이 안 되네!! 아카시 너 도대체 뭐야!!! 뭐하는 놈인데 만화보다 더 도움이 안 돼!!! 오드아이면 다냐!
"앗, 거기 공!"
속으로 아카시를 욕하다가 내 쪽으로 날아온 공을 얼떨결에 잡았다. 헉. 어떡하지.
"슛!"
우왕좌왕 하고 있던 나에게 농구부 에이스 언니(동급생이지만)가 외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공을 들어올렸다. 왼손은 거들 뿐…이지만 왠지 안 될 것 같으니까 두 손 다 써버리자!
"!!"
그리고 중력의 뜻에 맡긴 채 던진 놀랍게도 공은 제대로 골대에 들어갔다! 리바운드를 하러 왔던 여자 농구부원이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아니 나에게 이런 의외의 농구 재능이?! 갑작스러운 농구뽕에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서 나는 나도 모르게 어느 농구부 주장의 결정대사를 파쿠리 해버렸다.
"하하, 머리가 높군!"
그리고 저쪽에서 우리 경기를 구경하고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신칸센을 타고 가며 스쳐봐도 헷갈릴 리 없는 빨간 머리에 빨강과 노랑의 오드아이. 파쿠리해버리고 만 대사의 주인이 내 비밀스러운 파쿠리 본능을 목도해버린 것이었다.
이건 다 아드레날린의 잘못이다.
"……."
아카시가 이쪽을 빤히 보면서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슬쩍 시선을 피해버리고 말았다.
아무튼 내가 필사적으로 아카시 쪽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하는 사이 여자 농구는 결국 이겼다. 나는 2점짜리 슛 말고는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됐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뿌듯한 승리였다.
아카시네 1학년 A반하고는 어쨌든 같은 백군이니까 이겨서 승점 추가한 걸로 어떻게든 안 되려나? 물론 안 되겠지.
결국 나는 아카시를 슬슬 피해다니기로 했다. 아카시는 1학년인 주제에 학생회장, 거기에 여러 경기에 출전한 듯 계속 바쁘고 어딜 가든 눈에 띄었으므로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건 찾기 경주에 참가할 선수들은 즉시 본부석으로 집합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늘진 곳에서 혼자 스마트폰용 오셀로 게임 따위를 즐기고 있던 나의 평화를 깨트린 것은 안내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나 물건 찾기 경주도 참가해야 되는 거였지. 아까 농구할 때 한 군데 정도 다쳐둘 걸 그랬나.
마음 속의 양심과 잠깐 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털레털레 집합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고교 마지막 체육대회라는 사실이 양심의 발목을 잡다니. 내가 이렇게 청춘형 인간인 줄은 처음 알았다.
나는 매우 늦게 도착해서 같은 반의 실행위원에게 한 소리를 듣고, 룰을 확인 받고 나서야 출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물건 찾기 경주란 대충 사람 혹은 물건을 가지고 본부석으로 가서 사회자에게 확인을 받으면 되는 적당한 경기다. 적당히 넌센스를 발휘해도 재미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으면 인정해준다고 하고, 별로 빡빡한 기준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말해도 나는 넌센스 류의 센스는 완전히 제로지만.
원체 달리기가 빠른 편도 아니고, 등수는 아무래도 좋으니 얼른 끝내고 쉬고 싶다. 한숨을 내쉬면서 운동장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다가,
"…억."
맨 앞줄로 나오는 빨간 머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바쁜 거 아니었나. 하긴 이거 다음 계주랑 기마전이면 마지막 경기니까 딱히 달리 참가할 건 없을지도…생각하며 잠깐 시선을 주었다가 눈이 마주쳤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위치에서 아카시가 입술만 움직여 말을 건네 왔다.
'이겨.'
나름대로 응원이라고 하는 건가. 보통은 힘내라고 하겠지만 쟤는 중2병이니까…그래 뭐. 일단은 고마운 걸로 치자.
준비, 출발! 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달려갔다. 몇 미터를 달린 끝에 책상 위에 쌓여있는 종이 쪽지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쉬운 거 걸렸으면 좋겠다! 운동장 모래라든가!
기원을 잔뜩 담아 열어본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약간 유감스러운 미남(실물)'
…?
뭐냐 이게. 만화 캐릭터를 데려오라는 거야? 종이에서 현실로 꺼내올 수 있으면 내가 납치 감금 강제결혼했지 뭐하러 물건 찾기 경주 같은 거에 데려오는데.
아니, 아니지. 이건 학교 체육대회니까 어쩌면 학교에 그런 비슷한 캐릭터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 같은 아웃사이더는 잘 모르는…유명인 같은 게….
…그렇지! 그 녀석이 있었군!
코주부 안경이며 망사 스타킹 따위를 찾아 헤매는 학생들 사이에서 금세 정신을 차렸다. 중2병을 찾는 녀석이 있어 경쟁심이 들었다. 안 돼, 뺏길 수 없지! 쪽지를 얼른 체육복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운동장 가에 서있는 아카시에게로 달려갔다.
"아카시! …군!"
내 부름에 아카시는 별 다른 의문을 표시하지 않고 따라와 순순히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얘가 웬 일로 착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머리가 높다면서 날 넘어트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카시의 손목을 살짝 잡고 본부석을 향해 뛰려고 하던 순간, 아카시가 손바닥을 돌려 내 손을 꽉 마주 잡았다.
"나를 부른 이상 결과는 1등 뿐이야."
?!
그렇게 말한 아카시는 나보다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반쯤 끌려가는 모양새로 아카시의 손을 붙잡은 채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 했다. 이 미친 놈이 물건 찾기 경주 같은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농구나 하지 좀!
"헉, 헉."
죽을 뻔했네.
본부석에 도착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중에도 아카시는 내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좀 놔줬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몇 번 흔들었지만 전혀 안 전해진 것 같다.
"아카시 회장을 데려온 3학년 선수가 1등이네요! 그럼 쪽지를 확인하겠습니다! 보여주세요!"
사회자(3학년 실행위원)의 말에 아카시에게 잡히지 않은 쪽 손으로 체육복의 주머니를 뒤져 쪽지를 꺼냈다. 그 동안에도 내내 혼자 헉헉 거리고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카시는 너무 평온해서 나 혼자 뛴 줄 알았다. 재수 없어.
"어디~ 딱 한 장 들어있었던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주식 투자를 해보면서!"
아니야.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쪽지는…'약간 유감스러운 미남'이었습니다! …왜죠?"
사회자가 신난 목소리로 쪽지를 읽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왜냐니 그야 아카시는 얼굴이랑 집안이랑 성적만은 괜찮지만 성격이…중2병이…어떻게 해도 커버가 안 되는 놈이잖아.
"얼굴 집안 성적 운동실력 뭐 하나 빠지는 일이 없는 아카시 회장의 어느 부분이 유감스러운 거죠?!"
"그야 성…겨…"
자신 있게 대답하려다가 멈칫했다. 앗, 그렇지. 이 녀석 학교 생활 중엔 일코하지. 성격 이상한 걸 아는 건 농구부원들이랑 나밖에 없는 것 같은…느낌이…뭐지 영광스럽지만 영광스럽지 않은 이 기분.
"……."
"그냥 미남이라서 데리고 온 건가요? 유감스러운 부분을 말해주지 않으면 다음 순서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 플러팅 솜씨…? 이것도 나밖에 모르잖아. 대봤자 인정 안 해줄 텐데.
"셋을 셀 동안 대답해주세요!"
"………."
아니 생각해보니 하나 더 있지만…이런 데에서 어떻게 말해. 미안한데.
"3, 2,…."
답을 머뭇거리는 사이 내 손을 쥔 아카시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 고양이 같은 눈매에 불만이 가득 차있었다. …그렇군. 1등을 뺏길 수 없다 그건가. 알겠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결국 눈을 딱 감고 외쳤다.
"…키!"
'키가 조금 유감스러운 미남 아카시 회장'을 데려와 물건 찾기 경주 1등을 차지한 나는 오늘 백군 승리와 웃음의 MVP 같은 것이었다. 체육대회 종료 후 마지막 단계로 행해지는 불꽃놀이에서 VIP석인 옥상 맨 윗자리를 넘겨 받은 것도 대충 그 포상 쯤 됐다. 딱히 불꽃놀이 같은 거 흥미 없으니까 집에 보내주면 좋을 텐데.
"아카시 님도 같이 보면 좋을 텐데."
"오늘 걸작이었어."
옥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다들 한 마디 씩 건네어 오는 것도 좀 고역이었다. 내버려둬. 너희들이 말을 걸 때마다 HP가 깎인단 말이야. 안 그래도 피곤한데.
한참 지친 채로 VIP석에 자리를 잡은 사이 곧 첫번째 불꽃이 올라왔다. 아, 눕고 싶다. 멍하니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옆으로 불쑥 다가왔다.
"…아카시 군."
졸지에 키가 아쉬운 남자가 된 김에 함께 VIP석을 양도 받은 아카시였다. 물건 찾기 경주가 끝난 뒤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서 마침 신경 쓰이던 참이었는데.
"……."
아카시는 묘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으로 와 앉았다. 아카시에게서는 평소와 다르게 약간의 땀과 모래먼지의 냄새가 났다. 두번째 불꽃이 터졌다. 나는 아카시를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아까는,"
"아까는."
아카시의 목소리와 내 목소리가 겹쳤다. 내가 잠깐 말을 끊은 사이 아카시는 달리 양해를 구하지 않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넌 그럴 줄 알았다.
"…일전의 얘기에 대한 답인 줄 알았는데."
일전의 얘기? 잠깐 생각하는 사이에 세번째와 네번째의 불꽃이 동시에 올라왔다. 불꽃을 한참 보고 나서야 아카시가 말한 것이 떠올랐다.
"그…넘어오랬던가 뭔가 그랬던 거?"
"그것 밖에 없잖아."
아니 나는 내가 대사 파쿠리한 거 얘기인가 헷갈렸지.
"……."
애초에 체육대회에서 그런 달콤새콤러브코미디 전개가 나올 리 없잖아. 순정만화냐. 내가 속으로 투덜대는 사이 아카시가 옆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더니 불쑥 내 눈앞으로 종이조각을 들이밀었다.
"이게 뭐…."
물건 찾기 경주에서 썼던 것과 같은 종류의 쪽지였다. 안에 쓰여 있는 내용은 조금 달랐지만.
'좋아하는 사람'
…순정만화냐?
"한 장 넣어놨었어. 네 습성 상 맨 뒤에 있는 걸 집을 줄 알았는데. 매점에서도 늘 그런 걸 집잖아."
?!
스릴러였어?
"계산이 빗나간 건 오랜만이라 신기한 기분이야."
"그야 보통 당연히 빗나가겠지?!"
태클을 걸었지만 아카시는 요만큼도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대신 종이쪽지를 든 내 손을 통째로 구깃구깃 접듯이 멋대로 주먹을 쥔 모양으로 만들고는 그 위를 손바닥으로 덮었다.
"갖고 있어."
체육 대회도 끝났는데 갖고 있어서 뭐하는데.
"쓸 일이 있을 거야."
"난 이게 마지막 체육대회거든…?"
"상관 없어. 체육 대회가 아니라 다른 때에 돌려받을 테니까."
그 동안 몇 번째가 지나갔는지 모를 불꽃이 펑펑하고 한참 동안 요란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언제.
소리 내어 묻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묻고 싶은 표정을 알았는지 대답이 돌아왔다.
"본인 입으로는 나에게 말할 수 없을 때."
아주 제멋대로인 대답이었다.
"너라면, 어차피 나를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테니까."
두 살이나 연상인 나를 멋대로 '너'라고 부르고, 멋대로 자기를 좋아하게 된다고 말하고, 멋대로 내 성격에 동인설정을 씌우고…아무튼 제멋대로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말이었다.
"……."
그런데도 어쩐지, 순간적으로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사실 넌 키보다 성격이 제일 유감스러워…취향도 이상하고…."
그렇게 툴툴거린 것이 내가 할 수 있었던 반항의 전부였다.
공백포함 7300자 넘음..ㅎㅎ 전력인데..ㅎㅎ......
읽느라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