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쿠로코의 농구

[쿠로바스/드림/아카시 세이쥬로] 친애하는 학생회장님에게

양철인간 2017. 5. 17. 00:55

*평일 드림 전력

*쿠로코의 농구 아카시 세이쥬로 드림

*주제: 친애하는 당신에게

*포카물...?

*처음 써보는 서간체





친애하는 학생회장님에게





친애하는 학생회장님께


안녕하세요, 회장님. 봄이 지나가는 5월 말입니다. 4월 처음으로 같은 1학년인 회장님이 학생회장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당황스러움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처음에는 1학년이 학생회장이라는 소식에 당황했었지만 지난 한 달 반 동안 회장님의 노고를 떠올려보면 기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구부 주장과 학생회장을 전부 맡고 계셔 바쁘신 회장님을 직접 대면하고 말씀드릴 시간이 도통 나지 않아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생회 서기를 사퇴하려고 하는데 승인을 부탁드립니다. 제 후임으로 1학년 E반의 마치다 군을 추천합니다. 성적도 저와 크게 차이나지 않고 제법 성실한 학생이니 자격조건은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슬슬 하복이 입고 싶어지는 5월의 어느 날,

서기 올림





서기에게


개인사정이란 어떤 거지?


회장으로부터





세심하신 학생회장님에게


집에 일찍 가고 싶어요.


서기 올림.





서기에게


기각.


회장으로부터





단호한 아카시 회장님께


왜죠.


이미 하복 입은

서기 올림





서기에게


하단에 첨부한 학생회 자격 요강을 참고 바람.


회장으로부터





친애하는 아카시 회장님께


요강은 읽어보았습니다만, 마치다 군은 저와 전체 석차가 1등, 평균이 1.3점 밖에 차이 나지 않아 실질적으로 성적 부문에 있어 자격 조건이 미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생활 태도에 있어서는 두 번의 무단 결과가 눈에 띕니다만 아직 사춘기 소년이니 싱숭생숭할 시기일 것이라 사료됩니다. 결과 두 번이면 싸게 먹힌 것 같습니다. 사퇴 승인 안 해주시면 저도 오늘부터 수업에 안 나가겠습니다.


요강 읽느라 눈 빠진

서기 올림.





서기에게


내 판단에 의거하여 사퇴는 기각.


회장으로부터


P.S. : 점심시간에 학생회실로 오도록 해.





훌륭하신 아카시 회장님께


점심으로 대접해주신 호화 도시락은 잘 먹었습니다만 이런 걸로 제 사퇴 의사를 번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회장님은 큰 실수를 안 하셨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다음 회의 때 뵙겠습니다.


그런 도시락 처음 먹어본

서기 올림.





서기에게


잘 먹었다니 다행이네.


회장으로부터





같이 점심 먹었던 아카시 회장님께


체해서 조퇴합니다.


열 손가락 전부 딴

서기 올림





서기에게


몸조리 잘 해.


회장으로부터





친애하는 아카시 회장님께


어제 하루 동안 앓으면서 생각해봤는데 제가 성급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도시락으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하는 건 안 되겠죠. 사퇴 승인해주세요.


이제 다 나은

서기 올림.





서기에게


도시락 영수증을 첨부했으니 확인바람.


회장으로부터





존경하는 아카시 회장님께


실언했습니다. 충성충성충성입니다.


충성스러운

서기 올림.





서기에게


저번 회의록 오늘까지 정리해서 농구부로 전달 요망.


회장으로부터





성격 급한 아카시 회장님께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시네요.


손가락 떨어질 것 같은

서기 올림.





서기에게


수고했어.


회장으로부터





농구부 아카시 회장님께


회장님 죄송하지만 저번에 농구부에 갔을 때 만났던 키 크고 근육질에 태닝하신 선배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저번에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아는 척을 하셨는데 성함을 모르겠어서 머슬 선배라고 불러버리고 말았습니다. 왠지 기뻐하셨지만…혹시 머슬 선배가 본명? 외국인 용병인가요?


낯을 가리는

서기 올림





서기에게


다음부턴 인사해도 무시하도록 해.

고교에 보통 외국인 용병은 없어. 있어도 유학생이라고 부르겠지.


회장으로부터





냉정한 아카시 회장님께


단어가 기억 안 났을 뿐입니다. 글자에서 묻어나는 경멸을 어떻게 해주시겠어요. 그보다 선배 성함은 뭔가요. 제 인간관계를 파탄내고 싶으신 건가요. 회장님의 계략이 무서우니 사퇴 승인해주세요.


아직도 선배 이름을 모르는

서기 올림





서기에게


포기한 줄 알았는데. 기각.


회장으로부터





친애하는 아카시 회장님께


사실 아직까지 말을 안 했지만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제가 챙겨야 합니다. 서기를 사퇴해야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효녀

서기 올림





서기에게


점심시간에 학생회실로 와.


회장으로부터





상냥한 아카시 회장님께


죄송해요. 사실 어머니의 병명은 무좀입니다. 약 바르면 나을 거예요. 도시락은 잘 먹었습니다.


사실 불효녀

서기 올림


P.S.: 영수증은 안 보여주셔도 됩니다.




마음 넓은 아카시 회장님께


회장님 화나셨나요


진짜로 미안한

서기 올림





멋있고 똑똑하고 농구도 잘하고 완벽하고 존경하는 아카시 회장님께


일부러 그런 건 정말 아니었어요.


진짜 진짜 미안한

서기 올림





서기에게


이번 회의록 오늘 안에 정리해서 농구부로.


회장으로부터.





사람 막 굴리는 아카시 회장님께


죽을 뻔했어요.


강 건너에서 아빠 보고온

서기 올림





서기 취향을 잘 아는 아카시 회장님께


아이스크림 잘 먹었어요. 고맙습니다.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서기 올림





서기에게


수고했어.


회장으로부터





농구를 잘하는 아카시 회장님께


초대해주신 김에 농구 경기는 잘 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농구를 잘 몰라서 어려웠지만 우리 학교 농구부가 굉장한 건 잘 알겠어요. 머슬 선배가 사실 네부야 선배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네부야 선배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머슬 선배라고 할 때 너무 기뻐하셔서 고민이 됩니다. 왠지 경기 중에도 계속 머슬을 찾으셨고…. 그리고 제가 농구를 잘 몰라서 궁금한데 농구라는 건 원래 일일이 기술의 이름을 외치면서 하는 경기인가요? 이름 붙이기도 보통 일이 아니겠네요. 회장님의 머리가 높다도 굉장한 존재감이었습니다. 놀랐어요. 혹시나 해서 여쭙지만 학생회에서도 회의할 때 머리가 높지 않도록 조심하거나 기술 이름을 붙여야 하나요? 그런 거라면 저는 어려우니 사퇴하겠습니다.


농구 경기 처음 본

서기 올림


P.S.: 지역 예선 우승 축하드려요





서기에게


그런 룰은 없어. 사퇴는 기각이야.


회장으로부터.


P.S.: 인터하이도 우승했어.





전국 우승하신 아카시 회장님께


그런 룰은 없나요? 그건 신기하네요…. 우승 축하드려요. 전국 넘버원이시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참,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카시 회장님은 중학교 때부터 농구계에서는 유명하셨다고 하더라구요. 농구에는 의외로 키는 별로 안 중요한 모양이네요. 놀랐습니다.


회장님이 나온 농구 잡지를 보는 중인

서기 올림





서기에게


방학도 끝났으니 오늘 회의록 정리해서 농구부로.


회장으로부터





병주고 약주는 아카시 회장님께


다음 주까지 해도 된다더니 갑자기 말씀을 바꾸시는 바람에 당황했습니다. 학교에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있어본 건 또 처음이네요. 남자사람학생이 집까지 바래다주신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연달아 새로운 경험을 한 김에 사퇴 경험도 하고 싶은데 어떨까요? 


배신 당한

서기 올림





서기에게


처음이었구나. 사퇴는 물론 기각이야.


회장으로부터





여전히 단호한 아카시 회장님께


언제까지 기각인가요?


서기를 그만 두고 싶은

서기 올림





서기에게


다음 회의 때 얘기하도록 하자.


회장으로부터




뒤통수 치는 아카시 회장님께


?????? 저는 서기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지 부회장을 하고 싶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부회장 출마는 전력으로 사양하는

서기 올림





서기에게


지금 부회장이 은퇴하면 부회장이네. 축하해.


회장으로부터





안 친애하는 아카시 회장님께


친애 안 함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서기(부회장 사퇴 예정) 올림





부회장에게


부회장 이상은 사퇴 못해. 다음 회의에서 보자.


회장으로부터





쓸데없이 머리 좋은 아카시 회장에게


노렸냐????????


소름 끼친

부회장 씀





부회장에게


모든 일에는 포석이 있지.


회장으로부터





재수 없는 아카시 회장에게


진짜 재수 없다


진짜 진짜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회장 씀

P.S.: 존댓말 이제 안 쓴다





부회장에게


자주 들어.


회장으로부터

P.S.: 별로 신경 안 써





농구부 주장 아카시 회장에게


윈터컵 진출 축하해. 부디 전국 우승 하길.


부회장 씀





부회장에게


당연한 결과를 기원처럼 말하는 건 그만둬주길 바라.


회장으로부터





친애하는 아카시 회장에게


준우승 축하해요.


부회장 씀





친애하는 부회장에게


응원해준 덕분이야. 결승을 응원하러 도쿄까지 와줄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기뻤어. 고마워. 

내 억지에도 묵묵히 학생회 일을 맡아준 것에도 감사하고 있어.


아카시로부터





갑자기 이상해진 아카시 회장에게


회장 캐릭터 좀 너무 변하지 않았어요?


부회장 씀





친애하는 부회장에게


딱히 별로 변하지 않았어.

늘 생각하고 있던 걸 말했을 뿐이야.

친애하고 있다는 것도 정말이야.


아카시로부터





귀신 들린 게 틀림 없는 아카시 회장에게


회장이 이렇게 솔직하게 굴 리 없는데 대체 누구세요??


부회장 씀





친애하는 부회장에게


아직까지 완벽히 솔직하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나는 좀 더 솔직해지고 싶어.

내일 시간이 된다면 농구부 은퇴식 후에 볼 수 있을까?


아카시로부터





친애하는 당신에게


갑자기 뛰어가버려서 데려다주지 못했네.

집에는 잘 들어갔어?


아카시로부터





친애하는 당신에게


학교는 나왔으면서 학생회실에 안 올 생각이야?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어.


아카시로부터




친애하는 당신에게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장난은 아니었어.

쭉 생각했던 진심이야.


좋아해.


당신의

아카시 세이쥬로로부터













어라 용두사미스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