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작업물

[헌터X헌터/드림/히소카] 유가님 커미션 작업물

양철인간 2017. 5. 11. 22:45

8448자



피에로는 언제나 웃지



파호라=리타에게 돌이키고 싶은 인생의 분기점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그녀는 망설임 없이 작년 유흥의 도시에서 카드 게임 대회에 참가해버리고 만 일을 고를 것이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신생 호텔이 연 특별 개장 이벤트였다. 우승상금 5백만 제니야 아무래도 좋았지만, 함께 상품으로 걸렸던 흑철곰의 발바닥 고기를 본 순간 파호라는 미식헌터로서의 본능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철곰이다. 구하기 힘든 식재료로 한 손에는 꼽히지는 않아도 손발가락을 합치면 그 안에는 들 정도인 희귀품 것이다. 그냥 지나치는 것은 미식헌터에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흑철곰 발바닥 고기 120g이면 썩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도 참가비를 겸한 숙박비 4만 제니쯤은 껌값에 불과했으므로 파호라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이틀 동안 비행선을 타고 날아가 흑철곰 서식지에서 헌터증을 들이대고 포획 허가를 받아내는 쪽이 파호라의 인생에 있어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파호라는 눈앞의 고기에 홀렸다. 카드대회에 참가했던 사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파호라=리타는 작년으로 돌아가는 특질계 넨 능력을 개발해 과거의 자신을 전력으로 후려치고 싶었다. 첫 수견식 때부터 어떤 조건을 끼어도 변하지 않는 강화계라서 도저히 그런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용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차라리 전 날 미뤄두었던 물풍선메기를 시식해볼 것을 그랬다. 그 독 때문에 며칠 끙끙 앓았다면 카드 대회 따위에 나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같은 조에 속해있던 상대가 프로 타짜라는 것을 눈치채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그리고….


…히소카 따위를 만나게 되는 일도 없었을 텐데.


히소카.


그 이름이 바로 그녀를 이토록 오랫동안 후회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파호라가 그 변태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바로 그 카드 대회 때문이었으므로.






맹세컨대, 히소카에 대한 파호라의 첫인상은 그렇게 엄청나게 나쁘지는 않았다.


흑철곰에 대한 꿈에 부풀어 기분이 좋았던 탓일지도 모른다. 혹은 호텔 근처 서커스장에서 피에로가 인사하며 행운을 빌어주었던 것이 인상 깊게 남았던 탓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피에로는 평범한 복장으로 하이힐도 신고 있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비슷한 카테고리였으니까.


아무튼, 확실히 파호라=리타는 같은 조에 배정된 이상한 피에로 차림의 남자를 보고도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었다.


피에로….


서커스 홍보차 참가한 사람인가?


파호라는 잠시 남자가 홍보 팜플렛을 건네주기를 기다렸지만 피에로는 아무것도 들고있지 않았다. 엄청나게 성황리에 진행되는 서커스인가. 하긴 이렇게 특징적인 피에로가 있다면 궁금해서라도 가볼 것 같다. 그다지 남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파호라로서는 뭐라고 온건하게 평가하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눈앞의 상대는 특징적이기는 했다. 마케팅 전략이라면 훌륭하다고 할 만 하다.


자비도 없이 눈에 띄는 차림새로 계속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치곤 카드 게임 실력은 그냥저냥 평범한 듯한 게 이상하다고 하면 이상했지만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파호라는 남자에게서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무난하게 게임을 진행하다가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남자가 수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피에로가 손을 움직였다.


파호라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파호라가 던진 카드에 맞아 빗나간 카드가 테이블 모서리를 자르며 타짜의 바로 옆 바닥에 박혔다.


"히익!!"


타짜는 대단히 정석적인 비명을 지르며 의자에서 떨어졌다. 파호라는 남자의 바지가 축축해지는 장면에서 애써 눈을 돌렸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

"뭘 봐."


대회장에 있던 참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가운데, 눈이 마주친 피에로에게 그렇게 묻는 순간 파호라는 뭔가 맹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스치고 간다. 파호라는 무심코 자리에서 두 발짝 물러섰다.


"어째서…"


남자가 입을 연 순간 파호라는 위화감의 원인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굉장히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피에로의 가운데 다리가.


"…?!"

"…막았지♥"


그 순간 파호라는 직감했다. 이건 상종해서 좋을 것 없는 변태다.


어쩐지 옷 이상하게 입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 편견에 가득찬 생각을 한 파호라는 두 발짝 더 뒤로 물러났다.


"여기서 죽이면 밥맛 떨어지잖아. 난 사람 고기 안 먹어. 언젠가 먹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뜬 지금은 흑철곰 고기를가지러 왔으니까."


인생 막바지에 인육에 빠지게 되는 것은 미식헌터들에게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하는 일이다. 파호라는 어쨌건 일단인육은 먹지 않기로 정해두었지만 원래 인생이란 어떻게 굴러갈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변태네♠"


거시기 세우고 있는 피에로에게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덤비면 바로 거시기를 잘라버리자. 대충 소시지를 자르는 감각이면 되겠지. 파호라는 남자의 특정 부위를 집중 마크하며 뒤로 슬쩍 더 물러났다.


"맛있어 보이긴 하는데…♥"

"흑철곰인데 당연히 맛있지."

"너무 식욕인간이라서 그런가…♠"

"시비 거냐?"

"뭐, 됐어◆"


피에로는 이상한 시비만 남기더니 뒤돌아섰다.


"아, 나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파호라의 말에 피에로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디 서커스야?"


잠재적 고객을 보고 거시기 세우면서 성희롱한 변태라고 클레임 걸어야지.


"…◆"


파호라의 예비 진상력을 느꼈는지 피에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혼자 남겨진 파호라는 피에로의 소속 서커스단에 대해 더 생각하는 대신 대회 주최측을 찾았다.


"우승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만 남았는데."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어찌어찌 상금을 포기하는 대신 흑철곰 고기를 강탈해온 뒤, 그녀는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비행선을 타고 다른 도시로 갔다.


두 번 다시 그 인생 최대의 변태를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착각이었다.






파호라가 두 번째로 히소카를 만난 것은 며칠 뒤 천공격투장 근처의 어느 음식점이었다. 박쥐날개돼지 고기를 맛있게 요리한다고 미식헌터 사이에 소문이 난 곳이었고 조금 분위기가 좋게 진행되던 남자와 약속하고 만났던 지라 부푼 마음을 안고 들어섰다가,


"여♥"


오타쿠 복학생처럼 인사하는 피에로를 발견하고 그대로 돌아나올 뻔했다.


마음처럼 할 수 없었던 것은 순진무구한 눈을 한 동행이 특이한 사람과 아는 사이냐고 쓸데 없는 질문을 붙였기 때문이었다.


눈치 정말 없네!


어차피 얼굴과 몸과 조신함 밖에 장점이 없는 남자인 것은 알았지만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두 시간 정도 기다리셔야 하는데 아는 사이시면 합석하시겠어요?"


짜증을 내려던 순간 말을 걸어온 종업원 덕에 타이밍을 놓치고, 어째서인지 정신을 차려보니 피에로와 합석하게 되어 있었던 것은 파호라에게 있어 일종의 재앙이었다. 천재지변이라고 해도 좋다.


파호라는 맞은편의 피에로와 메뉴판을 번갈아 노려보며 지금 당장 저 피에로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조작계가 아니라 강화계였으므로 그 바람은 어떤 넨능력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덮밥이 맛있어◆"

"……."


덮밥은 절대 시키지 않을 것이다. 파호라는 장고 끝에 덮밥을 피해 양념구이를 골랐다. 어차피 메인 메뉴는 두 가지였으니까 괜찮다.


"사실은 양념구이를 주문했는데♣"

"그럼 덮밥으로."

"너무하네♥"


너무한 건 네 존재 자체겠지.


이래서 밥은 넘어가겠냐.


물론 넘어가겠지만.


파호라는 변태 피에로가 이번에도 테이블 아래로 그것을 세우고 있을지 신경이 쓰이는 바람에 사이드 디시로는 소시지 대신 다른 음식을 주문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히소카◆"


이름도 꼭 지 같군. 파호라는 전세계의 히소카 씨를 전부 적으로 돌릴 것 같은 생각을 하며 속으로 툴툴댔다.


"서커스 일 하세요? 어느 서커스?"

"♠"

"와 그거 신기해요!"


여전히 눈치가 없는 동행은 계속해서 피에로에게 살갑게 말을 붙였다. 얘는 정말 다 좋은데 눈치가 없어. 얼굴과 눈치는 반비례하는 걸까. 파호라가 속으로 짜증을 삼키는 사이에도 동행은 열심히 히소카에게 이것저것 이야기해댔다. 왜 이렇게 쓸데없이 붙임성이 좋은 것인지 파호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꼬라지를 보고도 말을 걸 생각이 드나? 취존도 정도가 있다. 취존력을 취좆하고 싶다.


진지하게 지금 다시 나가서 다른 맛집에 들렀다가 돌아오면 영업 시간에 맞을까 계산하던 파호라를 현실로 불러들인 것은 히소카였다.


"파호라는 말이 없네♥"


아니, 정확히는 그가 부른 자신의 이름이었다.


"당신, 내 이름 어떻게 알아?"


경계하는 기색을 드러내는 파호라를 보고 히소카는 대답 없이 싱글싱글 재수없게 웃었다. 동행은 불쾌한 듯 얼굴을 구기는 파호라와 히소카를 번갈아보며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아는 사이…아니었어요?"

"아니야."


파호라의 단호한 대답에 동행은 한층 더 어벙하고 눈치 없는 얼굴이 되었다.


"매정하긴◆"


히소카는 여우눈을 하며 웃고는,


"같이 정열적인 밤을 보낸 걸 잊은 거야?♣"


폭탄을 투하했다.


"?!"


이 미친 놈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던 파호라는 옆자리에서 들리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에 당황해 굳었다.


"파, 파호라 씨…!"


눈치 없고 얼굴은 좋은 동행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

"미안해요! 나는…파호라 씨에게 이런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고…그만…들떠서…!"


뭐가 미안해. 뭐가 있어. 뭘 몰랐는데.


맹세컨대 이 피에로를 처음 만난 날 뜨거웠던 것은 변태의 가운데 다리 밖에 없었다.


동행은 파호라에게 삼종 태클 세트를 펼쳐놓을 틈조차 주지 않았다. 직후 바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도망쳐버렸던 것이다.


"이게 뭐……."


황망함에 문장조차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쟤랑 연애 한 번 해보려고 내가 며칠을 공들였는데. 아는 맛집이란 맛집은 다 데려가고, 물론 식도락 여행도 겸해서였지만…아무튼 그래도 열심히 작업했는데…!


반쯤 선 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파호라를 보고 피에로가 싱글벙글 웃었다.


"오해해버렸네♣"

"뭘 타의에 의해 그렇게 된 척 말하는 건데, 이 미친 변태새끼야!!!"


파호라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엎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파호라는 마음가짐부터 훌륭한 미식헌터였으므로.


"어이쿠♠"


그리고 당연히도 두 사람은 음식점에서 쫓겨났다.


주제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쫓겨나주는 피에로가 가증스러웠다. 파호라는 쒸익쒸익 가쁜 콧김을 내뿜으며 피에로를 노려보았다.


"내 연애사업 어쩔 거야 미친 놈아!!! 쟤랑 한 번 자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몸이 목적이었어?♥"

"당연한 소리를 하네!!!"

"변태♣"

"거울 보고 말하냐!!!"


파호라는 정말 화가 났다. 오늘이야말로 예약해둔 스카이라운지 바에 데려가 야경이 아름답지만…너에 비하면 빛을 잃어…따위의 세기말 플래그 대사를 날려준 뒤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는데.


"촌스럽긴♠"

"닥쳐. 입 다물어. 숨 쉬지마."


촌스러운 파호라는 마구 짜증을 내며 도망친 작업대상의 홈코드로 전화를 걸었지만 당연하게도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동안 들인 노력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가성비가 내리길 바라진 않았지만 이렇게 아무 소득 없이 끝나길 바라지도 않았다.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역시 그 날 이 변태를 죽여두는 쪽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파호라의 인생에도.


"너 그냥 죽…"

"책임질까◆"

"뭘 책임져."

"몸으로♥"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소름이 끼쳤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미친놈은 상종하지 않는 것이 답이라는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선현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기로 했다.


파호라는 인간의 이해 영역을 벗어난 천재지변 같은 발언에 화내는 대신 신속한 탈출을 선택했다.


선택만 했다.


그녀가 1초만 일찍 탈출했거나 청력이 조금만 더 나빴더라면 성공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고, 히소카의 말은 귀에 들어와버린 후였다.


"근처에 이 지역 사람만 아는 숨겨진 맛집이 있는데♣"


파호라는 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다. 주로 식욕을 담당하는 파호라가 이성을 담당하는 파호라를 이겼다.


정신을 차려보니 히소카와 함께 작은 음식점에 도착해 있었던 것은 그 탓이었다.


"!!! 어느새! 이 간악한 변태피에로놈이 나를 조종하다니!!"

"…의욕에 가득 차서 길도 모르면서 먼저 앞장선 건 기억 안 나나봐◆"


파호라는 늘 자기 자신에게 이긴다. 수치심을 담당하는 파호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파호라를 늘 이겼다. 그러므로 그런 말은 듣지 않은 척 했다.


익숙하게 가게에 입장한 히소카는 주인장의 공손한 환대를 받으며 '천공불닭국수'(이름은 3점) 두 개를 주문했다.


"이 국수를 먹기 위해 천공격투장의 투사가 되는 녀석도 많아♥ 이 가게 주인이 격투 매니아라 유명한 천공격투장 투사에겐 공짜로 주거든♠"

"그거 기대되는데."


파호라는 별점을 매길 준비 만만으로 국수를 기다렸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소박한 가게 안을 둘러보던 중 천장에 매달린 텔레비전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벌써 130층에 도달한 곤 선수! 오늘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데요!"


천공격투장의 시합을 중계해주는 프로그램일까. 어쩌면 비디오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파호라는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검은 삐죽머리의 어린 아이를 보다가 혀를 찼다. 저 어린 나이에 벌써 투사라니. 대체 사회 안전망은 어떻게 기동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시작과 동시에 곤 선수 클린 히트!!"

"오."


야생동물처럼 재빠른 소년이다. 파호라는 무심코 화면 속 소년의 움직임에 감탄했다가…


"…음?"


마주 앉은 변태에게서 또 다시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다.


"…♠"


언젠가 본 적이 있는 표정이다.


설마.


파호라는 극혐하는 감정을 충분히 담아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어린애 보고도 흥분해?"

"♣"


대답은 없었지만 유리 테이블 아래로 슬쩍 보이는 실루엣만 봐도 짐작이 갔다. 이 자식은 진성 변태다. 성범죄자 알림 전뇌에 등록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산소 낭비하지 말고 뒤져…."


많아봐야 열두살 쯤이나 될까말까한 남자아이. 파호라의 입장에서 보자면 거의 조카뻘이다. 모르긴 몰라도 히소카의 입장에서도 그 정도 나이차이는 될 것이었다. 액면가만 그렇고 사실 열 다섯살이라면 슬픈 일이 되겠지만.


"어른이든 아이든 맛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평범한 명대사가 범죄로 변했잖아. 경찰 아저씨 여기요.


그 자리에서 변태아동도착증피에로를 죽이고 정의구현을 하지 못했던 건 다음 순간 등장한 천공격투장의 명물 음식이 지나치게 맛있었던 탓이었다.







파호라가 천공격투장 근처에 조금 더 머무르기로 결정한 원인에는 확실히 인생 최악의 변태가 소개해준 숨겨진 맛집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뜻밖의 실연에 상처 받고 터덜터덜 혼자 예약해둔 트윈룸으로 향하던 중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지갑을 떨어트렸던, 몸과 얼굴이 훌륭한 조신남이었다. 파호라는 주워준 지갑을 건네어 받으며 얼굴을 붉히는 남자를 보고 새로운 사랑의 예감을 느꼈으므로 예약해둔 비행선도 캔슬하고 있던 호텔에 남았다. 그리고 이 시대의 참사냥꾼 파호라=리타의 감을 보증하듯이 바로 오늘 보답하고 싶다며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바야흐로 뜻밖의 외부 사정에 의해 취소되었던 일정이 부활하려는 때였다.


"파호라 씨, 오늘 입으신 옷 굉장히 잘 어울리시네요…."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신남이 부끄러운 듯이 칭찬을 건네는 바람에 잠깐 이성을 잃을 뻔하긴 했지만 어쨌든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데이트였다. 파호라의 기준으로 5점 만점에 3.8점 정도인 레스토랑에서 괜찮은 식사를 했고, 식사를 마친 후 잠시 함께 산책을 하는 동안에도 분위기는 좋았다.


이대로라면 대업을 이루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설레는 가슴으로 오늘 안에 뽀뽀 정도는 해치울까 생각하던 파호라의 앞에, 나타났다.


변태가.


"♣"


변태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은 한층 더 강렬하게 가슴을 판 피에로 의상이었다. 피에로가 조신남과 파호라를 번갈아보더니 씩 여우눈으로 웃었다.


아 잠깐만.


"너무해 파호라♥"


진짜 잠깐만.


"내 뱃속의 아이는 어쩌고◆"


역시 저 변태를 진작에 죽여놨어야 했다.


"뭐라는 거야 미친 놈아!!!!!!"


절규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번에도 조신남은 울며 파호라의 곁을 떠나갔다.


"죽어!!!!!!!"


진심으로 바랐지만 파호라는 여전히 강화계 능력자였다. 말만으로 상대를 죽이는 넨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나한테 무슨 원한 있냐?!"


원한은 무슨 이쪽이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


"음♣ 역시 어른이건 아이건 맛있으면 다 아닐까♠"

"내가 언제 니 성벽 물어봤냐!"


파호라가 바닥을 걷어차서 갈라지게 만들건 말건, 피에로는 여전히 싱글싱글 재수없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