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 사전/드림/뉴트 스캐맨더] 미스터 후플푸프의 탐험 上
*신비한 동물 사전 뉴트 스캐맨더 드림
*드림주 이름 및 세부설정 있음
*시리즈물 5-1편
미스터 후플푸프의 탐험 上
니플러 때문에 어질러진 오두막 안을 정리한 뉴트는 다시 밖으로 나가 마저 동물들의 먹이를 챙기고서야 돌아왔다. 니플러에게 갈취 당했던 아멜리아의 12갈레온 7시클 4크넛과 립스틱, 머리핀을 손에 쥔 채였다.
"여기…전부 맞나요?"
개선장군인가? 아멜리아는 동전들을 건네어 받으며 저도 모르게 존경스러운 눈으로 뉴트를 올려다보았다.
"아, 네. 고맙습니다."
"아니요, 미안해요…니플러 때문에. 반짝거리는 것만 보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녀석이라."
"습성이잖아요. 어쩔 수 없죠, 뭐."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는 동물에게서 피를 보지 않고 물건만 몇 개 빼앗겼다가 돌려받은 일 정도는 행운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멜리아는 뜻밖의 행운에 안심하며 동전으로 다시 배불러진 지갑과 머리핀과 립스틱을 망토 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다. 어쨌든 앞으로는 니플러에게 이 물건들이 보이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뉴트가 그렇게 말하면서 짧게 미소지었다. 아멜리아는 그 얼굴이 육아에 시달려 피로해진 젊은 엄마처럼 보인다고 잠깐 생각했다.
그녀가 실례되는 생각을 털어버리는 사이 뉴트는 동물들의 식사 뒤로 밀린 사람 몫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식사 준비라고 해봤자 빵 한 덩이를 잘라 버터와 마멀레이드, 차를 곁들여 내놓는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사막 한 가운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식사치고는 제법 훌륭한 편이었다. 적어도 일부러 발효시킨 것인지 스스로 발효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낙타젖 같은 물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히.
"미아, 설탕은 몇 개 넣을까요?"
"한 개만요."
"우유는?"
"안 넣어요."
손을 씻고 돌아온 아멜리아가 자리에 앉자 뉴트가 아멜리아 몫의 홍차에 설탕을 하나 넣어주었다. 썩 좋은 찻잎은 아닌지 대단히 좋은 향이 나지는 않았지만 마시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원래부터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아멜리아는 작은 빵 한 조각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반면에 뉴트는 아멜리아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먹었다. 보기에는 말라서 잘 먹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데 꽤 의외였다. 하긴 동물들을 돌보는 것도 꽤 체력이 필요할 테니 영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은 아니다. 아까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이것저것 잔뜩 들고 움직였었고…의외로 그렇게 마른 것치고는 근육이 있는 편인 걸까?
"미아."
"어, 네?"
아멜리아는 찻잔에 남은 차를 홀짝거리면서 뉴트를 가만히 관찰하다가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조금 놀랐다. 뉴트는 다행히 아멜리아가 다소 당황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문 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혹시 사막 여행 해본 적 있나요?"
"…네?"
아. 여기 사막이었지.
마법으로 한껏 확장된 가방 속이라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아멜리아는 저도 모르게 오두막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저 밖으로 나가면 지평선까지 모래뿐인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제 걸어본 게 처음이긴 한데요…."
그 대답에 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방 안에 있어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사막을 돌아다니는 건 힘드니까…오늘은 어…어떤 동물을 찾으러 돌아다녀야 해서 많이 걸어야 하거든요."
"'어떤 동물'…이요?"
뉴트 스캐맨더가 이렇게 부정확한 단어를 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아멜리아가 의아한 듯이 눈을 깜빡이자 뉴트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주 커다랗고 황금색으로 반짝거리는 뱀이에요. 아직 확인을 못해서 이름을 붙이지 못했어요. 붙여진 이름도 없고요. 이 근방에서 목격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요."
"들으셨다고요?"
여전히 썩 정확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기본적으로 집요한 구석이 있는 미스 래번클로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아프리카 마법사들에게서?"
"아니…그게 사실은…근방의 오아시스 마을에 사는 머글들 사이에 내려오는 전설이라서."
뉴트가 어색하게 콧잔등을 긁으면서 대답했다.
"머글 전설이요?"
"네, 머글들의 전설에도 마법 생물들에 대한 목격담이나 정보가 꽤 있어서…부정확하긴 하지만 찾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요정이 머글들의 동화에 등장하기도 하고…물론 좀 지나치게 로맨틱한 존재로 나오긴 하지만요…그러니까 내 말은 꼭 머글들의 정보라고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아멜리아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되묻자, 뉴트는 아까보다 약간 빨라진 어조로 변명하듯이 정보 출처의 신뢰성에 대한 이야기를 몇 마디 덧붙였다. 아멜리아는 그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비마법사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무시하는 건 역시 연구자로서 올바른 태도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뉴트는 훌륭하시네요."
아멜리아의 긍정에 뉴트는 꽤 기쁜 얼굴이 되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그럼요. 저도 늘 스스로 비마법적 지식을 공부하는 걸요. 많이 도움이 돼요. 재미도 있고요."
그 뒤로도 뼛속까지 연구자인 남자와 공부벌레 여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팡이를 휘둘러 뒷정리를 마친 뉴트는 서랍에서 사막을 돌아다니기 위한 준비물을 꺼내며 아멜리아를 돌아보았다.
"그럼, 미아. 저는 나가볼 테니까 여기에 있어요. 저쪽에 있는 책을 읽어도 돼요. 이미 읽었을 것 같지만요."
그리고 챙이 넓은 모자를 머리에 뒤집어 쓴 채 밖으로 향하는 사다리를 오르다 말고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아니면, 좀 더 자는 것도 좋겠어요."
머뭇거리다가 한 마디를 남긴 뒤 가방을 열고 사라졌다.
…못 잔 게 그렇게 티가 났나?
뉴트가 사라진 오두막 천장을 올려다보던 아멜리아는 무심코 자신의 눈밑을 손끝으로 더듬어보았다. 물론 그걸로 다크서클이 얼마나 내려왔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
그래도 그렇게까지 말하니까…조금 자두는 게 나을까.
아멜리아는 얌전히 침대에 걸터앉아 뉴트가 나간 쪽을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자리에 몸을 뉘였다.
잠이 오는 것은 의외로 금방이었다.
몇 시간 뒤, 열심히 사막을 탐색하던 뉴트는 아멜리아의 비명을 듣고 급히 가방을 열었다.
"오, 멀린이시여."
그리고 문도 부서지고 난장판이 된 가방 속 오두막에서 머트랩을 피해 도망다니는 아멜리아를 보고 급히 안으로 몸을 던져야 했다.
하편은 아마 이번 주 안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