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 사전/드림/뉴트 스캐맨더] 미스터 후플푸프의 당황
*전력 드림 60분
*주제: 첫인상
*신비한 동물 사전 뉴트 스캐맨더 드림
*드림주 이름 및 세부설정 있음
*시리즈물
미스터 후플푸프의 당황
그 날 뉴트는 꽤 정신이 없었다. 그의 주머니에서 굴러나온 몇 개의 동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사고뭉치 니플러 탓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뉴트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문카프를 돌보는 데에 정신이 팔렸던 사이에 니플러가 그의 주머니에서 동전을 긁어갔다. 한참 뒤에야 그것을 알아차린 그는 니플러를 쫓아 가방 안을 구석구석 돌아다녔고, 그 결과 지금은 사투 끝에 동전을 회수한 뒤 수가 맞는지 세어보고 있었다.
정확히 얼마가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던 것은 뉴트 스캐맨더가 금화보다는 자신이 돌보는 동물들의 안위에 훨씬 더 관심을 가지는 종류의 인간이었던 탓이었다.
사막을 탐색하기 위해 필요한 식량들을 구입하고 얼마가 남았었더라. 뉴트는 통 생각나지 않는 잔액에 골머리를 썩였다.
똑똑.
무언가가 가방을 건드리는 소리가 난 것은 그때였다.
그가 가방을 두고 온 곳은 오아시스에서도 멀리 떨어진 깊은 사막의 한가운데였으므로, 아마 뉴트는 지나가던 동물이 처음 보는 가방에 흥미를 느끼고 건드려보는 것이리라 짐작했다. 어떤 동물일까. 뉴트는 약간의 기대감을 안은 채로 가방을 열고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
가방에서 나왔을 때 처음 마주쳤던 것은 어렴풋이 기대했던 동물이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
금색 모래의 바다를 배경으로 코발트블루 색 망토를 입은 젊은 여성이 곤란한 듯이 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법사인 뉴트가 생각하기에도 어딘가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안녕하세요. 저, 실례지만 여기가 어딘가요?"
상대가 먼저 말을 꺼내고서야 뉴트는 자신이 여성을 너무 빤히 쳐다봤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
익숙하고 그리운 영국식 억양이 정중했다. 몸에 꼭 맞는 망토 차림으로 보자면 아마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마녀인 것 같았다. 총명해 보이는 파란 눈에, 어쩌면 나이는 아직 스무 살이 될까 말까 한 정도일까. 호그와트 출신일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 어떤 불행한 사고로 호그와트에서 나오게 된 뉴트로서는 모르는 얼굴인 것이 당연한 정도의 연배였다.
이런저런 추측을 하면서도 뉴트는 그녀의 질문이 퍽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순간 이동으로 밖에는 다다를 수 없고 다른 장소와 헷갈릴 리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여기가 어디냐'니. 플루 가루 네트워크를 처음 이용할 때 실수하는 어린 마법사 같은 말이 아닌가.
그녀도 곧 그것을 깨달았는지 금세 말을 덧붙였다.
"머글 문화유산 오용 관리과 소속의 아멜리아 그린입니다. 사고를 일으키는 마법 물품을 조사하러 갔다가 왠지 폭발에 휘말려서…이상한 곳으로 순간 이동해버린 것 같아요."
아멜리아. 뉴트는 무심코 그 이름을 속으로 따라 불러보았다.
"그러니까…."
아멜리아는 뉴트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색으로 말끝을 흐렸다. 뉴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가방에서 완전히 몸을 빼냈다. 아멜리아는 생각보다 키가 큰 뉴트의 모습에 조금 당황하면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뉴트, 뉴트 스캐맨더예요. 여기는 북부 사하라…."
빠른 어조로 설명을 잇던 그의 말을 끊은 것은 놀란 듯한 아멜리아의 목소리였다.
"…뉴트…스캐맨더?"
"네? 아, 네."
"그…부모님이 <신비한 동물 사전>을 굉장히 좋아하시나 봐요?"
"…네?"
이번에는 뉴트가 놀랄 차례였다.
신비한 동물 사전이라니. 8년 전 옵스큐러스 북스의 의뢰로 집필하기 시작한 책 제목은, 내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아직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라니요? 신비한 동물 사전의 저자가 뉴턴 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인 걸 모르는 마법사가 어디 있다고. N.E.W.T. 과정에서도 거의 필수잖아요."
"………."
이번에 나온 것은 동명이인일 수도 없는 자신의 풀네임이었다.
뉴트는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뻐끔거리다가, 그런 자신을 불안한 듯이 올려다보는 아멜리아를 보고 간신히 입을 다물었다.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실례지만, 아멜리아."
"네?"
"그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책의 제목인데요."
"…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멜리아는 당황하며 뉴트에게 올해가 몇 년도인지 마법부 장관이 누구이며 마법 사회에서 그린델왈드가 어떤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어댔다. 아무리 열심히 대답해도 내내 그의 말을 의심하는 것 같았던 아멜리아의 태도는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1926년도 날짜의 머글 신문(사막에서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생물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앞에 무너져내렸다.
새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몇 번이나 신문의 날짜를 확인한 아멜리아는 몇 분이 지나고서야 다시 이성적인 태도를 가장할 수 있었다.
"음, 그. 스캐맨더 씨. 저는 70년 뒤의 미래에서 튕겨 나와버린 모양이에요. 아마 그…제가 회수하려다가 실패한 이상한 마법 물품 탓이겠죠."
"오…."
다시 정중해진 아멜리아의 말은 그가 어렴풋이 떠올렸던 가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제 지팡이가 이런 상태라서…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혹시 바쁘시다면 마법부와 연락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멜리아의 주머니에서 나온 지팡이는 완벽하게 두 동강이 나 있었다. 침착함을 가장한 하얀 얼굴에는 핏기가 없다. 뉴트는 지팡이를 꺼내 든 아멜리아의 손이 떨리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아멜리아 본인은 자신이 떨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놀란 상태인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뉴트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찾던 동물이 있어서…며칠은 더 여기 머물러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도와드릴게요, 아멜리아."
고맙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는 아멜리아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1926년 8월의 어느 날, 뉴턴 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미래의 마녀와 만났다.
총명하고 이성적이지만 아직 어린, 안쓰러운 마녀.
그것이 70년 뒤의 미래에서 온 아멜리아 그린에 대한 뉴트의 첫인상이었다.
와 정말 아무 내용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