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작업물

[명탐정 코난/드림/아무로 토오루] 토로레님 커미션 작업물

양철인간 2016. 9. 22. 22:17

명탐정 코난

아무로 토오루 드림

3990자





내가 카페 포와로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다. 최근 손님이 늘어난 덕분에 급하게 얻은 자리인데도 위치며 시급, 근무환경까지 괜찮았으므로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의 아르바이트였다.

 

카페 일은 처음이라 좀 긴장했지만 고참 점원인 아즈사 씨와 나보다 조금 먼저 일을 시작한 본업 탐정 아무로 씨가 친절했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게 일에 적응할 수 있었다.

 

"카렌 씨, 미안한데 뒤쪽 창고에서 설탕 좀 가져다줄래요?"

 

, 대개 이런 잡일이지만. 아즈사 씨의 부탁에 따라 뒤쪽 창고의 서랍 위쪽에 있던 설탕을 집어 들었다. 생각보다 꽤 무거워서 살짝 중심을 잃었다. 비틀거리던 등에 무언가 닿는 것과 동시에 꽤 무거웠던 짐이 내 손 안에서 사라졌다.

 

"카렌 씨, 괜찮으세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름을 불렀다. 나는 간신히 제자리에 중심을 잡고 서서 나를 붙잡은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 . 괜찮아요. 고마워요, 아무로 씨."

 

나를 내려다보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미남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했다. 나에게는 꽤 무거웠던 설탕 포대가 아무로 씨에겐 한 손 거리였다.

 

"별말씀을요."

 

생색도 내지 않고 상쾌하게 웃는 아무로 씨의 얼굴은 뭇 소녀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떨리게 할 것이다. 지나가던 여고생들이 포와로의 잘생긴 알바생 이야기를 하는 걸 듣게 되거나 아무로 씨가 서빙을 맡은 날에 여성 손님들이 주문을 한 가지씩 더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 귀여운 맛까지 있는 잘생긴 얼굴에 다리도 길고 몸매도 훌륭하니까 그런 손님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조금도 설레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비밀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본의 아니게 아무로 씨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우연이 몇 번 겹친 결과였다.

 

포와로에서 일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나는 쇼핑몰에서 살인사건에 휘말렸다. 안 좋게 헤어졌던 구남친이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이다. 공교로웠던 타이밍과 과거의 관계 덕분에 나도 용의자 중 한 사람이 되었지만, 휴가 중인 FBI라는 금발 안경 미녀와 꼬마 탐정 코난 군의 활약으로 다행히 혐의를 벗었다. 덕분에 그 후에 바로 출근해 두 선배에게 내가 겪었던 사건에 대해 전부 설명할 수 있었다. 특히 FBI는 미드에서나 봤지 실물로 본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한참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했다.

 

"FBI?"

 

그때 아무로 씨의 반응은 조금 싸했다. FBI라는 말에 별로 좋은 감정이 있는 것 같지 않은 표정이었다. 대개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인 아무로 씨니까 그 표정 변화가 더 인상 깊게 느껴졌다.

 

"아무로 씨?"

 

조심스럽게 이름을 부르자 금세 평소처럼 웃는 얼굴이 되긴 했지만 이미 목격한 사실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았다.

 

", 미안해요.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내가 조금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는 것을 알았는지 아무로 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으면서 가볍게 한 마디를 이야기했다.

 

"가장싫은 기억을 선사해준 사람이 FBI 소속이었거든요."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힘든 일이 있었나 보구나, FBI도 알다니 발이 넓으시구나 하는 것 외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가 겹치자 조금 이야기가 달라졌다. 내가 검은색 니트 모자를 쓰고 가죽 재킷을 입은 채 출근했던 어느 날이었다. 일찍 가게에 나와 있던 아즈사 씨가 내 가죽 재킷이 아주 멋지다고 칭찬했기 때문에 꽤 기분이 좋았다.

 

"."

 

바로 직후에 가게로 들어온 아무로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잠깐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저 뭐 이상해요?"

", 아뇨. 아니에요."

 

아무로 씨는 손을 내저으며 부정했지만, 이미 그 표정을 보고 만 뒤라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그런 옷을 즐겨 입었던 사람에게 굉장히 안 좋은 기억이 있을 뿐이라서."

", 네에."

 

어라? 전에 이런 비슷한 이야기 한 적 있지 않나? 의문을 품었던 것도 잠시, 곧 일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아무로 씨의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그날 일이 전부 끝난 뒤였다.

 

"저기, 아무로 씨. 한 가지 여쭤봐도 돼요?"

"?"

"이런 옷을 즐겨 입었다는 분이 혹시 그안 좋은 기억이 있다는 FBI 분이에요?"

 

그렇게 물었을 때 아무로 씨는 잠깐 놀란 듯한 얼굴을 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

 

그렇게 대답하는 표정이 굉장히 쓸쓸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아마 그 안 좋은 기억이란 쓰디쓴 실연의 기억이 아닐까 추측했다.

 

"그렇군요그 여자분이 아무로 씨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는 모르겠지만힘내세요."

 

조심스럽게 응원을 건넸을 때 아무로 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제가 여자라고 말했었나요? 남자예요. 세상에서 가장증오하는 남자."

 

그 말을 듣고 나는 편견으로 가득했던 내 판단을 후회했다.

 

"그렇구나죄송해요."

 

괜찮은 남자는 유부남이거나 게이라더니, 아무로 씨는 개중 후자에 속해 있었나 보다.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한다고 말할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깊은 사랑이었던 걸까? 괜히 대신 마음이 아팠다.

 

나는 그날 그렇게 깨달은 아무로 씨의 비밀을 혼자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다짐했다.

 

 

 

오늘은 내 친구들이 찾아와서는 주문을 어렵게 커스텀하거나 아무로 씨를 구경하느라 메뉴를 늦게 정하면서 나를 괴롭혔다. 전부 아무로 씨가 잘생겼다는 소문이 퍼진 탓이었다. 미남과 일하는 건 힘든 일이다.

 

"카렌, 아무로 씨 여자친구는 있대?"

"……."

 

그야 아마 없긴 할 것이다. 남자친구면 몰라도.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마 없을걸?"

 

고민한 끝에 내놓은 대답에 친구의 안색이 확 폈다. 아니, 여자친구가 없다고 희망이 있다는 뜻은 아닌데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잠깐의 생각 끝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아마 눈이 엄청 높을 거야."

 

그러니까일단 염색체적으로.

 

"저번에 엄청 예쁜 사람이 번호 물어봤을 때도 거절했거든."

 

이건 사실이다. 일하면서도 계속 힐끔힐끔 구경하게 될 정도로 미인이었는데 단칼에 거절하는 바람에 좀 놀랐다가 납득했다. 역시 아무로 씨한테는 별로 의미 없었겠지.

 

실망하는 친구들을 버려두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커피를 내리던 아무로 씨가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좋은 친구들이네요. 아르바이트 하는 데에도 와주고."

"딱히 순수한 의도는 아니지만요."

"순수한 의도가 아니면요?"

"아무로 씨에 대한 흑심?"

 

힐끔 돌아본 테이블에서 날아오는 시선이 따갑다. 작업 걸지 말라고 돌려 말해뒀으니 그냥 눈요기를 하고 싶을 뿐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로 씨, 미남이시니까죄송해요. 그래도 눈이 엄청 높으시다고 말해줬으니까 귀찮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미남인가요?"

"? 그야 당연히."

"카렌 씨 눈에도요?"

 

재차 이어진 질문에 조금 당황했다. 뭘 이렇게 일일이 확인받고 싶어하는 거지. 아무로 씨가 자기애가 강한 타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좀 의외다. 하긴 나라도 저 얼굴이면 거울을 볼 때마다 자기애가 샘솟을 것 같긴 한데.

 

", 그렇죠."

"다행이네요."

"?"

"저 혹시 카렌 씨의 타입이 아닌 걸까 꽤 고민했었거든요."

 

살짝 눈을 내리깔고 웃으면서 하는 말에는 엄청난 파괴력이 있었다. 이게 게임이었다면 이 순간 플래그가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로 씨다. 나는 그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아무로 씨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

 

내 말에 아무로 씨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실에서는 본 적이 없는 모션이지만 어쨌든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별로 본 적이 없는 미남이 하니 나름대로 어울리기는 했다.

 

"무리요?"

"저 알고 있어요아무로 씨가 마음에 상처를 입힌 그 FBI 분을 아직 못 잊고 계신다는 거."

"……?"

 

당황하는 아무로 씨를 보며 나는 최대한 진지한 목소리로 그를 안심시켰다.


"꼭 비밀 지킬게요. 안심하세요."

"………."


과연 아무로 씨가 내 약속을 믿었을까? 유감스럽게도, 어쩐지 오묘한 표정이 된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