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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드림/아무로 토오루]아무로 토오루의 단골 손님 육성 교실

양철인간 2016. 9. 17. 23:52


*전력 드림 60분

*주제: 너를 만나러 갈게

*명탐정 코난 아무로 토오루 드림

*드림주 이름 및 세부 설정 있음~




아무로 토오루의 단골 손님 육성 교실




나에게는 단골 가게가 있다. TV에도 종종 나오곤 하는 명탐정 모리 코고로의 사무소 아래 층에 위치한 포와로라는 이름의 카페다. 거기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노트북을 펴고 어떻게든 마감일에 맞추기 위해 맹렬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사투를 벌이는 것이 요 몇 개월 동안 변하지 않은 나의 일상이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최근 시키는 메뉴에는 햄샌드위치가 추가된 정도일까. 원래는 평범한 샌드위치였는데 새로 들어온 잘생긴 알바생이 샌드위치를 담당하게 된 뒤로는 굉장한 맛이 되는 바람에 거의 주식이 되었다.


처음 베이카 쵸에 이사와서 단골로 삼았을 때는 윗층 사무소와 컨셉이 참 잘 맞는구나 하는 인상밖에 없었는데, 문제의 햄샌드위치 덕분에 어느새 모 구르메 잡지에도 등장하는 맛집이 되어 버려 감회가 새롭다.


"햄샌드위치 하나랑 아메리카노 한 잔 샷 추가…맞으시죠?"


그 햄샌드위치라는 녀석을 얼마나 열심히 먹어댔는지 이제는 내가 포와로에 가기만 하면 주문도 하기 전에 먼저 점원인 아즈사 씨가 메뉴를 읊어줄 정도다. 물 흐르는 것 같은 주문 뒤, 햄샌드위치와 커피는 금세 나왔다. 작업하던 노트북을 덮고 얼른 쟁반을 받아들었다.


"고맙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인사하자 최근 포와로 특수 시대의 일등공신인 잘생긴 알바생 겸 탐정은 싱긋 상큼한 얼굴로 웃고는 카운터 뒤쪽으로 사라졌다.


오늘도 역시 햄샌드위치는 맛있었다. 역시 내 단골집이 될 자격이 있어.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흡입하며 힐끔 아즈사 씨와 이야기 중인 새 알바생, 그러니까 아무로 토오루 씨의 얼굴을 훔쳐봤다.


역시 아무로 씨는 오늘도 잘생겼다. 단골집으로 삼은 보람이 있어.


이쯤에서 인정해야겠지만, 요즘 내가 포와로에 하루에 한 번씩 들러 끼니를 해결하고 가는 이유에 햄샌드위치가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굳이 수치화 하여 따지자면 아무로 씨의 얼굴이 내 취향이라는 점이 이유는 30% 정도는 차지할 것 같다.


마침 아무로 씨 얼굴이 지금 쓰고 있는 신작 남자의 주인공과 이미지가 비슷하기도 해서 영감을 주는 것 같고, 덕분에 여기에 와서 아무로 씨의얼굴을 구경하고 있으면 막히는 부분을 쉽게 이어나갈 수 있다. 마감 데드라인이 아슬아슬 할 때 이미 여러 번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뭐 글이 막힐 때가 아니더라도 잘생겼으니까 보고 있으며 기분도 좋아진다.


최근 여자 손님이 늘어난 경향을 생각하면 이런 이유로 포와로를 찾는 사람이 소수파는 아닐 것이다. 학부생 시절 학교 앞에 있던 카페에도 잘생긴 알바생이 있을 시간에만 가게가 북적거렸으니 추측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내 경우에는 보다 직접적인 덕통 계기가 있었지만.




그러니까 아마도…아무로 씨가 처음 햄샌드위치를 담당하게 된 날이었나. 그날도 나는 포와로에 출근도장을 찍고 커피를 세 잔 째 들이마시며 힘겹게 마감을 하고 있었다. 마침 예기치 못하게 마감 일정이 당겨지는 바람에 사흘 내내 거의 서너 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으므로, 새로 들어온 알바생이 잘생겼는지 어떤지 판단할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시키지 않은 햄 샌드위치 조각이 테이블 위로 올라온 건 내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최종장 작업을 하던 때였다.


"저 이거 주문 안 했는데요…."

"아, 그게 실은 내일부터 새로 나올 샌드위치라 드셔봐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아즈사 씨의 말씀으로는 단골이시라고 들었어요."

"네, 네에…."


그렇게 말하면서 친절하게 웃는 아무로 씨의 얼굴을 보고 처음으로 잘생겼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샌드위치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딱히 허기가 지지도 않았지만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날 먹은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었다. 샌드위치는 별로 관심 없던 내 식성에 셋쇼마루 석상을 하나 세울 정도로는 맛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포와로에 뺀질나게 드나들며 하루가 멀다하고 햄샌드위치를 작살내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맛있게 드셨어요?"

"정말 맛있었어요. 여태까지 먹어본 샌드위치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다행이네요."

"이것만 먹으러도 또 올 것 같아요. 다음부터 파시는 거죠?"

"내일부터 정식 메뉴가 될 거예요. 꼭 다시 와주세요."


꼭 다시 와달라고 말하면서 활짝 웃는 미남이 있는데 어떻게 이 가게에 영혼을 팔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심장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딱히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게 나는 내 신장은 오빠 재산이라고 외치는 아이돌팬의 심정으로 내 통장을 아이돌 악수회 대신 포와로에 바치게 되었다. 뭐 한 번에 10초 컷인 악수회보다야 이쪽이 이득…인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쨌든 덕질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일도 하니까 나름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집에서는 일이든 공부든 잘 안 되는 타입이니까 말이야. 아니 사실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모든 일이 잘 안 됐었지만 글쎄 포와로가 내 포켓몬 센터일 줄 누가 알았겠어. 어, 그러고 보니 아무로 씨 푸린 닮았다. 


"미타라이 씨, 커피 리필 해드릴까요?"

"아, 네. 고맙습니다."


마음 속으로 열심히 합리화하고 있는데 다가온 아무로 씨가 내 머그잔에 커피를 다시 채워주었다. 헉, 깜짝이야. 마침 남자주인공 외모 묘사를 아무로 씨 비슷하게 쓰고 있어서 두 배로 깜짝 놀랐다.


"조금 더 계실 거죠?"

"음, 네. 아직 일이 덜 끝나서…."


노트북 화면을 슬쩍 가리면서 어물쩡 대답했다. 다행히 아무로 씨는 별로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지만, 그냥 내가 버틸 수 있는 부끄러움 수치의 문제다.


"힘내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로 씨는 오늘도 상냥하게 웃어주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멈췄던 문장을 다시 이어나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오늘도 어떻게든 목표했던 분량의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이제 집에 가서 조금 다듬으면 이번 달 연재 마감은 어떻게든 맞출 수 있겠지. 노트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산해드릴게요."


아무로 씨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영수증에 사인하고서 펜을 돌려놓았을 때 예상치 못한 공격이 들어왔다.


"아, 저 미타라이 씨가 쓰신 책 읽었어요."

"…네?"

"제일 최근에 쓰신 거요. 재미있던데요. 서점 직원분이 요새 인기 있다고 하던데 이해가 가요."


손가락 사이에서 카드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타격에 입만 뻐끔거리고 있던 나를 대신해서 카드를 집어든 것은 아무로 씨였다. 아무로 씨가 떨어진 영수증과 카드를 곱게 접어 나에게 내밀며 2차로 폭탄을 투하했다.


"남자 주인공도 마음에 들고요."

"…………네?"


제일 최근에 썼던 남자 주인공이라고 하면…외모 묘사가 완전히 아무로 씨를 닮은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 밖에 없다. 그게 반응이 꽤 좋아서 속편을 쓰고 있는 중이니까.


아니, 분명히 말해서 그걸 거의 다 쓸 때까지만 해도 아무로 씨는 베이카 쵸에 없었으니까 아무로 씨를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다. 하지만 후반부 묘사에 상당히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일러스트레이터 분에게도 아무로 씨 느낌으로 설명을 드렸었고…그러니까….


"……………."


죽을까.


쇼크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리는 나를 보고 아무로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활짝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아 손바닥 위에 카드를 올려놓아주었다.


"다음에 또 와주세요."


살짝 귓가로 다가온 아무로 씨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신의 남자 주인공과 쏙 빼닮은 저를 만나러요."


그 자리에서 내가 실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상당히 선방했다고 본다.


어찌어찌 집으로 돌아가서도 내내 영혼을 빼놓고 죽을까 말까 생각하다가, 다음 날이 되자 결국은.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팬싸인회에서 계를 타버린 아이돌팬이 된 기분으로 다시 포와로에 통장을 바치러 가게 되었던 것이다.








아무로 닮은 남주 나오는 로맨스 소설 보고 싶음...인격적으로 빻은 애 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