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하이큐

[하이큐/HL/히나야치]바이탈 사인 오렌지

양철인간 2016. 9. 1. 22:17

야치른 트윈지에 드렸던 민폐() 축전...지면에서 그렇게 길게 나올 줄은 몰랐지..................



바이탈 사인 오렌지




카라스노 고교 배구부 1학년 매니저 야치 히토카는 어쩐지 최근 들어 자신의 상태가 다소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종종 소화가 되다 만 듯하고 목구멍 안쪽이 종종 간지럽고, 재채기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느낌이 반복되는 것 같은 상태를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최근의 자신은 꽤 이상했다.


아마도 신체나 정신상의 건강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가서 제대로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라서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일단 느낌으로는 그랬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속단하는 것이 큰 병의 전조일지도 모르지만.


'헉, 어쩌면 정말 이대로 병이 아니라고 생각한 사이에 큰 병이 되어서 병원에서 발견하고 난 뒤에는 이미 치료도 할 수 없을 만큼 뒤늦은 상태가 될지도!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병실에서 창밖을 보면서 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죽을 거라고 되뇌게 되면 어떡하지.'


"히토카 쨩, 무슨 일 있어?"

"히익!"


새파랗게 질린 채 습관적으로 극단적인 미래 예상을 하고 있던 야치의 어깨를 건드린 것은 배구부의 3학년 매니저 시미즈 키요코였다.


"키, 키, 키요코 선배!"

"왜 그래? 새파랗게 질려서는. 어디 아프니?"


말주변은 없지만 상냥한 선배는 자리에서 반쯤 뛰어오르며 뒤를 돌아보는 자그마한 후배의 심상치 않은 안색을 들여다보며 걱정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야치는 키요코 선배에게 걱정을 끼치고 말았어! 암살당할지도! 하는 걱정을 하면서 재빠르게 손을 내저어 보였다.


"아, 아, 아니에요!"


어쨌든 지금은 그렇게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으므로 엄밀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말이지?"

"네! 그럼요! 보세요!"

"후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다지 튼튼하지는 않은 팔을 구부려 근육이라도 보여줄 것 같은 자세를 취하는 야치를 보고 시미즈가 짧게 웃었다. 키요코 선배가 웃고 있어! 나는 조금 전에 잠시 천국에 다녀왔다! 하는 2학년들의 목소리는 이제 익숙한 배경음이었다.


"앗, 그러고 보니! 정리 마저 할게요! 죄송합니다!"

"응. 난 저쪽을 맡을게."

"네, 넷."


미인 선배의 걱정과 미소에 에너지를 회복한 야치는 얼른 다시 하던 일로 복귀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각종 비품들도 야치의 손안에서 착착 순조롭게 정리되었다.


"야치 상, 뭔가 도와줄까?"

"히이익!!"


아니, 정확히는 그럴 예정이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야치의 손에 들려있던 바구니가 미끄러지지만 않았더라도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히, 히, 히나타."

"우왓, 떨어졌어! 미안!"


'아, 또.'


다시 시작됐다. 소화가 되다 만 듯하고 목구멍 안쪽이 종종 간지럽고, 재채기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느낌이 반복되는 것 같은 상태.


야치는 자신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구르는 물병을 집어 올리는 히나타의 주황색 머리를 내려다보며 한 손으로 꾹 가슴 가운데를 눌렀다.


역시 이상한 기분이다. 어디가 이상한가 하면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뭔가가 이상했다. 야치는 집에 가는 길에 소화제라도 사서 먹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여기!"

"고, 고마워…."


야치는 물건을 건네어 받기 위해 가슴께를 누르던 손을 얼른 뻗었다. 주운 것을 건네려던 히나타의 손끝이 야치의 손가락에 스쳤다.


"힉."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야치는 한동안 자신이 숨을 쉬는지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미, 미, 미안!"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뗀 히나타는 머리보다 색이 진해진 얼굴로 어째서인지 모를 사과를 하고는 저 멀리로 날듯이 달려가 버렸다. 야치는 히나타의 모습이 체육관 문밖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다가 한참 뒤에야 파아아 하고 간신히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어쩐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야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서야 자신이 객관적으로 대단히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 엄청난 심장의 고동은 분명히.


분명히.


"히토카 쨩?"


그 사이 자신이 맡았던 일을 정리하고 돌아온 시미즈가 체육관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채 심호흡을 반복하는 야치를 발견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이름을 부르며 조그만 등에 손을 얹자, 야치가 아직 새빨간 얼굴을 번쩍 들었다.


"키, 키요코 선배."

"히토카 쨩, 정말 어디 아픈 거 아니…"

"저, 저 히나타 때문에 갑자기 심장이 엄청나게 뛰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숨이 가쁜데."


말을 몇 번이나 더듬으면서도 빠르게 쏟아지는 고백에 시미즈가 안경 너머의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배구부 1호 커플의 징조인가. 시미즈는 귀여운 두 후배를 어떻게 응원해줘야 할까 고민하며 후배의 새빨간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건, 이건 그거죠?"


야치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비통한 어조로 외쳤다.


"부정맥?! 큰 병원, 대학 병원에 가서 그 MRI? 같은 걸 찍어봐야 할까요?"

"……어………."


시미즈는 잠시 할 말을 잊은 채 센다이시에 가면 될까? 엄마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하죠? 치료할 수 없는 병이라고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고 허둥거리는 후배의 동그란 얼굴을 내려다보며 할 말을 고르다가, 이내 얌전히 후배를 안심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큰 병은 아닐 거야."

"그, 그, 그런가요? 혹시 건강보험료로 감당할 수 없으면 어떡하죠. 엄마가 치료비 때문에 파산해서 길거리에 나앉게 되거나…."


잘도 극단적인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으면서 그런 쪽으로는 조금도 상상할 수 없는 걸까.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지만. 시미즈는 한숨인지 웃음인지 모를 것을 삼키며 야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괜찮아."

"으으."


평소에도 두 사람이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선배로서는 유감스럽게도, 배구부 1학년 커플의 탄생은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