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드림/퀵실버] 세상에서 제일 빠른 슬리핑 뷰티
*전력 드림 60분
*주제: 네가 필요해
*엑스맨 무비 퀵실버(피터 막시모프) 드림
*짧음
*시리즈물~
세상에서 제일 빠른 슬리핑 뷰티
2년 반 만에 보는 어머니는 여전히 예쁘고 젊었다. 아니, 나를 떠나기 직전보다 어쩌면 조금 더 젊어진 것도 같았다.
몇 주에 한 번씩은 꼭 누군가의 죽음을 꿈에서 보고 말던 불길하고 끔찍한 딸을 없는 셈 치고 살면 누구라도 생기에 넘치게 되는 걸까. 나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프랑스에서 앙리가, 그 사람은 특수한 의사인데, 그 사람이 어쩌면 널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여전히 예쁘고 전보다 조금 더 세련되어진 어머니는 나에 대해 완전히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닐지도 몰랐다.
"내 말은, 너의 그 끔찍한 꿈들이…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사의 소견을 들어서 어쩌면…."
어쩌면 나와는 달리 꿈에서 과거를 보면서 몇 번이나 몸에 끼친 소름을 달래는 날들을 보냈을 수도 있다.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앙리도 네 얘기를 듣고 굉장히 궁금해했단다…."
―테이블 너머에서 나를 열심히 설득하려고 하면서도, 꿈 속의 어머니는 한 번도 나에게 닿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2년 반 만에 꿈에서 어머니를 본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한 일은 피터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딱히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홀린 듯이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정원을 지나 발끝을 적시는 밤이슬을 밟고 옆집 문앞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미 서로 여분의 열쇠를 교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아직 아침보다는 새벽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시각에도 막시모프 가의 다른 사람들을 깨우지 않은 상태로 어렵지 않게 피터의 지하실을 찾아갈 수 있었다.
"………."
예상대로 피터는 소파에 길게 누워서 쿨쿨 잘도 자고 있었다. 그 얼굴을 덮은 십자말풀이가 있는 신문―어제 내가 풀다 만 몇 문제가 전부 풀려 있었다―을 잘 접어 근처 테이블에 던져두었다. 하얀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긴 속눈썹과 흐트러진 은색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피터."
작게 이름을 불렀지만 피터는 잠시 뒤척거릴 뿐 일어날 기미는 없었다. 역시 이 시간은 너무 일렀지. 나도 참 정신 없이 뭐하는 짓인지. 한숨을 내쉬면서 마른 세수를 하고 근처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담요를 피터에게 덮어주었다.
깨어 있으면 시끄럽고 천방지축에 말썽꾸러기인 피터도 잠들어 있을 때만은 아기 같다. 소파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정신 없이 잠든 피터의 얼굴 위로 흐트러진 은색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넘겼다. 긴 코 끝을 살짝 손가락으로 눌러도 조금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잘 자네."
이걸 안심해야 할지 섭섭해야 할지. 진짜 업어가도 모를 것처럼 잔다. 아니, 우선은 새삼스럽게 꿈 좀 꿨다고 이 새벽에 여기까지 기어들어온 내가 제일 문제겠지만.
세상 모르고 자는 피터의 옆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고작 이 정도 꿈을 꾼 걸로 여기까지 달려와버린 내가 바보 같이 느껴졌다. 어머니와 데이트 하는 프랑스인 정신과 의사와 몇 마디 상담하는 것 정도로 없어지는 현상이 아니라는 건 이미 옛날부터 알고 있었는데.
아니,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피터가 여기에 있으니까, 전부 괜찮을 텐데.
짧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을 때, 뻗어온 긴 손가락이 뒤통수를 감아 당겼다. 품에 반쯤 파묻혔다가 다시 고개를 들자 반쯤 감긴 피터의 졸린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앗…피터? 언제 일어났어?"
"잠들어 있으면 키스로 깨워줄 줄 알았더니…."
피터는 아직도 잠기운이 가득한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품을 하며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은 피터가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나는 조용히 그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또 꿈 꿨어?"
"응."
긴 손가락이 느릿하게―피터의 기준으로― 내 손을 감쌌다.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도 걱정스러운 듯이 들여다보는 바람에 왠지 간지러워졌다.
"…괜찮아?"
"응, 피터."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나는 그렇게 입밖에 내는 대신에 피터의 어깨에 고개를 떨어트렸다.
내용 없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