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엑스맨: 세상에서 제일 빠른

[엑스맨/드림/퀵실버] 세상에서 제일 빠른 피크닉

양철인간 2016. 6. 8. 00:44

*평일 드림 전력

*주제: 꿈 속에서

*엑스맨: 데이즈오브퓨처패스트 퀵실버(피터 막시모프) 드림

*엑스맨 및 70년대 미국 알못 주의 캐붕 주의

*노잼인데 길어...




세상에서 제일 빠른 피크닉




열 한 살의 어느 날, 나는 전에 없이 불길하고 선명한 꿈을 꾸고 말았다.


빨간 페라리에 치인 아버지가 꽃무늬 시트에 돌돌 말려진 채로 산 아래에 남몰래 묻혀 버리고 마는 꿈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나를 어머니는 안아서 달래주었고 아버지는 그런 꿈은 잊어버리라고 속삭이고는 금세 다시 잠들어 코를 골았다. 그래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 여섯 살 이후로는 들어가지 않았던 부부 침대의 가운데에서 간신히 안정을 찾고 잠들었던 다음 날, 아버지는 출근했다가 실종 되었고.


정확히 이 주일이 지난 후에야 내가 꿈에서 보았던 그 장소에서 다시 나타났다.


아버지의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내 다정했던 아버지가 빨간 페라리에 치여 꽃무늬 시트에 돌돌 말린 채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나를 대단히 혼란스러운 듯이 보던 어머니와 한 침대에서 잠들었던 그 날, 나는 꿈에서 옆집 낸시 할머니가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가 죽는 것을 보았다. 그 다음 주 수요일에는 낸시 할머니가 강아지의 죽음으로 지나치게 충격을 받는 바람에 구급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온 동네에 요란했다.


그 다음 달에는 같은 교회에 다니던 에이미가 오발 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실려가는 꿈을 꿨으며그 꿈을 꾼 사흘 뒤에는 검은 옷을 입고 에이미의 관에 백합을 바쳐야 했다.


그 모든 것이 열 한 살의 어느 날 내가 꾸게 된 꿈 탓이라고 생각해버렸던 것은 서른 네 살의 어머니에게도 자연스러운 사고의 결과였으므로,


열 한 살의 내가 어느 날인가 잠드는 것을 무서워하게 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알겠니? 꿈 얘기 같은 건 아무에게도 하면 안 돼. 할머니에게도."


어머니가 나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은 내가 열 다섯 번 째의 죽음을 꿈에서 보고 난 다음이었다.


어머니는 나와 내 꿈을 두려워했지만 그보다도 다른 사람들에게 내 꿈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는 것을 더 무서워했기 때문에, 열 네 살이 되던 해에 나는 살던 동네를 떠나 할머니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명목상 유학 목적으로 유럽에 가게 되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나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어머니도 나도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귀가 불편했으므로 깜빡 잠들었던 내가 끔찍한 악몽을 꾸고 깨어나 얼마든지 비명을 질러도 듣지 못할 것이었고, 실제로도 두어 번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비명을 지른 적이 있었지만 할머니는 한 번도 눈치 챈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거기까지 예상하고 나를 할머니에게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다만 어머니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면 할머니의 옆집에 막시모프 모자가 살고 있었다는 점과,


"-넌 왜 매일 어두운 얼굴 하고 까만 옷만 입고 있어?"


그 아들인 피터 막시모프가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 정도로 호기심 넘치는 아이였다는 점이었다.


그즈음의 나는 통 자지 못해 눈밑이 온통 어두운 얼굴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아버지의 상복―목까지 올라오는 옷깃에 긴 소매가 달린 롱 원피스―만을 입고 다니던 음침한 여자애였는데도 피터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당시의 나는 피터가 그날 밤 나의 꿈에 등장해 끔찍하게 죽지 않을까 걱정하며 도망쳤다. 아니, 정확히는 도망치려고 했다.


"맞아. 그저께 밤에 비명 질렀던 거 혹시 너야? 깜짝 놀라서 깼는데."


그리 달리기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있는 힘껏 달렸는데도, 피터는 잠깐 눈을 깜빡인 사이에 내 앞에 서있었다. 놀란 채로 조금 전까지 우리가 서있었던 공터를 뒤돌아보는 나를 보며 피터가 씩 웃었다.


"나 엄청 빠르지!"


그 웃음에 어쩐지 경계심을 잊었던 건 내가 허술했던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날 통성명을 한 이후로 피터는 종종 내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고루한 도덕관의 할머니는 내가 남자애와 어울리는 것도 영 못마땅한 듯한 얼굴이었지만, 이 동네에서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또래의 아이라곤 피터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피터를 막지는 않았다. 늘 고리타분한 성경 이야기나 하는 할머니 치고는 나름대로 나를 걱정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피터와 이야기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늘 불안감을 품고 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다음 번에 꿈을 꾸게 되면―피터가 차에 치이거나 눈 먼 총에 맞거나 …어떻게든 끔찍하기 짝이 없는 비극적인 예고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하고. 그것을 상상한 순간, 나는 전보다 더욱 잠에 들지 못하게 되었다.


일주일 내도록 한숨도 자지 못해 시커매진 안색을 한 나를 보고 깜짝 놀랐던 피터는 내 꿈 이야기를 듣고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보다는 내가 꿈에서 미래를 본다는 말에 "죽인다!" 하고 소리쳤던 걸 보면 정말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나 총도 피할 수 있는데."

"하지만."


병에 걸린다거나. 우물우물 부정적인 미래를 늘어놓는 나를 보며 피터는 눈썹을 들어올렸다가 내 목 뒤에 손을 받쳤다.


"피터?"

"이렇게 안 하면 목 다쳐."

"피ㅌ, …?!"


그 감각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할머니의 집 2층에 있는 내 방에 도착해 있었고, 다음 순간 울렁거리는 속에 헛구역질을 하며 침대에 엎어져야 했다.


"우웩."

"처음엔 원래 그래. 미안."


피터는 평소처럼 빠르고 전혀 미안하지 않은 것 같은 목소리로 얘기하며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다가, 좀 진정이 되었다 싶을 때 멋대로 내 몸 위로 이불을 덮어씌웠다.


"자, 얼른 한숨 자."

"피터."

"나쁜 꿈을 꿀 것 같으면 깨워줄 테니까. 음, 왕자의 키스로?"

"…여기 왕자가 어디 있어."


피터는 괜히 신경 써주는 것 같다며 입을 삐죽거리다가 침대맡에 털썩 주저 앉고는 내 눈 위로 손을 얹었다.


"어쨌든 나는 안 죽으니까 꿈 같은 건 걱정 안 해도 될걸. 아무 꿈도 못 꿀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뭐, 정 꿈을 꾸고 싶으면 같이 피크닉 가는 거라도 꿔 봐."


눈꺼풀 위에 얹힌 손바닥에서 짧은 웃음의 진동이 전해졌다. 나는 어두운 시야에도 어렵지 않게 피터의 웃는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일어나면 같이 샌드위치 훔쳐서 피크닉 가자."

"훔치지 마."

"물론, 싫으면 만들어줘도 괜찮은데."


일주일의 불면은 너무 길었는지 피터와 몇 마디를 더 재잘거리다가 어느 순간인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던 것 같다.


꿈 속에서 나는, 정말로 피터와 샌드위치―아마도 훔치지 않은 것―를 들고 피크닉을 나와 있었다. 어째서인지 우리 동네 근처가 아니라 한참 먼 곳이었다.


"봐, 괜찮지?"

"응."

"나는 건강하고 빠르고 절대 안 죽으니까."


피터가 고글을 들어올리면서 씩 웃었다.


그 언젠가의 미래에 나는 웃었을지 울었을지, 그것만은 꿈에서 깰 때까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오랜만에 푹 자서 팅팅 부은 눈을 하고 막시모프 하우스의 지하를 찾아간 나를 보고 피터는 한참 웃었다.


"잘 잤나보네, 슬리핑 뷰티!"

"누구 덕분에."


잠깐 피터를 눈으로 흘기고는 피터의 옆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피터. 혹시 빠르게 달리는 것 말고도 뭐 다른 거 할 수 있었어?"

"아니. 왜?"

"어제 정말로 피터랑 피크닉 가는 꿈 꿨거든. 아마도 훔치지 않은 샌드위치랑 같이."

"네 예지몽 진짜 죽이는데."


별 다른 예고도 없이 뻗어온 피터의 손이 내 목을 받쳤다.


이번에도 눈 깜짤할 사이였다.


"우우욱."

"곧 익숙해질 거야."


웃기지 마.


말 했다간 입 밖으로 나오지 말아야 할 것들이 같이 나와버릴 것 같아서 간신히 반박을 삼켰다.


"이제 좀 괜찮아?"

"말 걸지 마…."

"오, 차갑긴."


피터의 팔에 매달린 채로 한참 헛구역질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내가 꿈에서 본 것과 똑같은 공원에 와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 여기 꿈에서 봤어."

"장소까지 예지한단 말이야? 진짜 끝내주네."


피터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더니 어느새인가 한 손에 들고 있었던 바구니에서 피크닉 매트를 꺼냈다. 직접 만든 모양인 샌드위치도 함께.


"짜잔! 이것도 꿈에서 봤어?"

"…응."

"그럼, 꿈에서 나 죽었어?"

"………아니."


이 다음에 나올 말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봐, 그럼 괜찮지?"

"…응."

"나는 건강하고 빠르고 절대 안 죽으니까."


피터가 고글을 들어올리면서 씩 웃었다.


피터의 손이 조금씩 덜덜 떨리기 시작한 내 손을 꽉 감싸쥐었다. 나는 피터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봐, 네 꿈은 적중율 100%잖아."

"…응."



확실히, 어제의 내 꿈이 알려주지 못했던 건,


지금 내가 울면서 웃고 있다는 사실 한 가지 뿐이었다.











7키바..

전력 주제에 내용도 없고 노잼인데 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