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MCU: 와칸다에서 아침을

[MCU/드림/블랙팬서] unfortunately [부사] 불행하게도, 유감스럽게도

양철인간 2016. 5. 23. 01:02

*MCU 블랙팬서 드림3

*1편 2편 에서 이어짐~

*드림주 이름 있음

*설정 날조 주의




unfortunately [부사] 불행하게도, 유감스럽게도




어제 저녁에는 결국 체했다. 역시 내 소화기관은 어제 같은 시련(혹은 혼자만의 실연)을 견디기에는 너무 연약했나보다. 미리 사뒀던 상비약을 먹기는 했지만 계속 고생하느라 제대로 자지 못해서 아침에 거울을 봤을 땐 안색이 거의 시체급이었다. 나도 내 얼굴에 깜짝 놀랐다. 그나마 울어도 눈이 잘 붓는 체질은 아닌 것만은 다행이었지만.


"조이, 안녕!"

"안녕, 에이미…."


어떻게든 꾸물꾸물 학교까지 기어갔을 때 제일 먼저 인사를 건넨 것은 먼저 강의실에 도착해 있던 에이미였다. 금발에 태닝 피부를 한 에이미는 늘 에너지 넘치고 밝고 건강하고 사교성 좋은 여자애였다. 어찌나 붙임성이 좋은지 영어가 한참 서툴던 시절의 나에게도 친근하게 굴어주며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던 친구라서 나에게는 거의 인생의 두번째 은인급 정도는 되었다.


"오, 혹시 컨디션 안 좋아?"

"약간…체했었어."

"약은 먹었어? 집에서 쉬지 왜 왔어."

"아니, 쉴 정도는 아니라서."

"하긴 너는 몸이 안 좋아도 늘 꼬박꼬박 수업 들으러 나오지. 너무 성실하다니까."


어쨌거나 한국에서 산 날이 더 길다보니 안색이 나쁜 정도로 학교를 쉰다는 발상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산 지 몇 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마찬가지라서 전염성이 있는 질병을 앓는 것이 아닌 이상은 꼭꼭 학교까지 기어나오는 편이다. 다들 아시안은 다 독하다고 했는데 뭐 한국 학생으로 치면 대단히 널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몸이 안 좋다니 아깝다. 오, 교수님 오셨어. 이따 얘기하자."

"응."


자리로 돌아가는 에이미에게 손을 흔들고 나도 내 교재를 폈다. 살짝 뻑뻑한 눈을 몇 번 비비고서 강의에 집중했다.


"밥 먹자! 이 다음 강의 없지?"

"응."


강의가 끝난 후 짐을 챙겨서 에이미와 식당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오늘 저녁에 나는 잘 모르는 아이리쉬 친구의 파티에 갈 때 입을 옷이나 요즘 마음에 들어서 대시하는 중인 남자애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복도의 모퉁이를 돌았다가,


"헉."


저쪽 끝에서 걸어오는 와칸다 왕자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재빨리 벽 뒤로 숨었다. 어리둥절한 에이미의 팔을 붙잡아 끌어당기자, 나보다 한참 큰 에이미도 순순히 따라와주었다.


"조이? 왜 그래?"

"쉿."


바로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얼굴을 볼 자신은 없었다. 어색하게 인사하는 것도 싫고, 외면당해버리면 더 타격이 커서 어제보다 찔끔 눈물이 나왔던 것보다 더 많이 울어버릴지도 모르고.


"?? 저거 네 생명의 은인인 왕자님이잖아?"


슬쩍 벽 너머를 내다보고는 의아한 듯 소리 죽여서 물어오는 바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나중에 설명해줄게. 저쪽 계단으로 가자."

"오."


착한 에이미는 파란 눈을 의아한 듯이 껌뻑이면서도 착실히 내 뒤를 따라왔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 중에 제일 돌아가는 계단이라는 걸 깨닫고 조금 후회한 건 꽤 시간이 지나 식당에 도착한 후였다.


"휴우."


음식을 받아 자리에 앉자마자 에이미가 추궁을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그게 설명하기 좀…. 잠시만."

"너 혹시 왕자한테 뭐 잘못했어?"

"아니…왜?"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니지. 그쪽에서 잘못 안 거면 몰라도. 굳이 따지자면 내 액면가가 잘못인가.


"아까 오는 길에 돌아보니까 진짜 뚫어질 것처럼 쳐다보다가 지나가던걸."

"……."


…내 잘못은 정말 아닌데.


우울한 기분으로 접시 안의 토마토를 쿡쿡 찌르다가 천천히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별로 긴 얘기는 아니었다.


왕자님이 알고 보니 내 나이를 십대 중반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진짜 나이를 듣고 당황했다. 그리고 본래 나이를 알았더라면 그렇게 친근하게 굴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는 얘기까지.


"오."


이야기를 다 들은 에이미는 잠깐 놀랐다가,


"그 왕자 완전 제멋대로네!!"


하고 화를 냈다.


"뭐야 지 마음대로 착각해놓고 안 어리니까 친하게 안 지냈으면 좋았겠대! 뭐야 진짜 완전 제멋대로! 왕자라서 그래?! 토니 스타크도 그렇게 굴진 않겠다!"

"에이미, 목소리 너무 커…."

"와칸다 프린스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별로네. 최악."

"그러다 와칸다 정보부에 잡혀간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토마토를 씹으면서 말하자 에이미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뭐 어때 난 미국인이야."

"와, 부럽다."


천조국 국민의 패기란 대단해. 사우스 코리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이다.


"뭐 그쪽에서 15살이 아닌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데 굳이 그럴 거 없잖아, 조이."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왕자 말고 다른 핫가이 친구를 만들어버려."

"핫가이는 필요 없잖아."

"겸사겸사. 뭐 어쨌든. 왕자 따위 없어도 인생에 타격 없다는 걸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니까?"

"굳이 그럴 것까지야."


제멋대로 나를 잘생긴 남자들과 말로 엮어주던 에이미가 내가 왕자와 마주치지 않게 도와주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건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나 음식이 거의 식어버리고 난 뒤였다.






"정말 괜찮겠어?"


그래서 키 크고 눈 좋은 에이미의 도움으로 왕자를 잘 피해다닌 지 어언 사흘 째. 에이미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에이미의 친구들도 재밌겠다며 슬금슬금 협력해준 덕에 이제껏 나름대로 동선이 겹치는 같은 건물 안에서도 사흘 동안 왕자님의 머리털 하나 보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시간.


왕자님과 같은 강의를 듣는 날이 와버렸다.


"뭐 괜찮겠지."


사흘 동안 나름대로 각오라고나 할까, 좀 거창하긴 하지만 아무튼 이제 나름대로 정리를 했으니까 어떻게든 괜찮을 것이다. 그래봤자 강의만 듣고 나오면 되는 일이고, 딱히 왕자님도 내가 같은 강의실 안에 있는 것까지 불편해하진 않을 테니까. 음, 아마도.


"지지 마, 조이!"

"싸우러 가는 거 아니거든…."


자기도 수업 들어가야 하는 주제에 걱정하는 에이미와 헤어져 강의실에 도착했다. 잠깐 문 앞에 서서 창문 안 쪽을 들여다보니 다행히도 피해야 할 상대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 이대로 구석에 잘 처박혀서 숨어 있으면 오늘은 어떻게든…음, 하지만 오늘 얼굴 마주보고도 아무렇지 않으면 더 괜찮을 것 같은데.


"조이."


고민하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려던 순간 어깨 위에 손이 턱 얹혔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이름을 불렀다.


"힉."


깜짝 놀라 돌아본 곳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조금 전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이 서 있었다.











?

??

?????

편수...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