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에이/드림/코미나토 료스케] 세이도 고교 생일 잔혹사
*생일 기념
*다이아몬드 에이스 코미나토 료스케 드림
*매우 짧음
세이도 고교 생일 잔혹사
오늘은 료스케의 생일이다.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어제 료스케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나 내일 생일이니까 선물 준비해둬."
하고 나한테 생일 선물을 맡겨둔 것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보다 조금 전에 이런저런 이유로 야구부원들을 떠보다가 알았다. 료스케에게는 비밀이다. 일주일 전부터 선물에 대해 고민했다는 건 더 비밀이고.
고민해봤자 고등학생의 예산 범위 안에서 줄 수 있는 선물이란 한정되어 있으니 고른 것도 고만고만한 B급 호러영화 DVD에 불과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료스케가 안 봤을 것 같은 걸로 고르느라 꽤 오래 DVD 탭에서 방황하긴 했다.
"으음."
나름대로 포장도 열심히 해놓고, 그래도 빈약해보여서 카드도 한 장 썼다.
생일 축하해.
한 줄 뿐이라 이것도 뭔가 빈약했지만 딱히 더 할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할 말은 있지만 카드에 쓸 자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뭐, 어쨌든 쓰지 못하는 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휑한 카드를 한참 노려보다가 <너의 절친한 친구로부터> 하고 한 줄 덧붙였다. 카드도 꽤 큰 걸 사버리는 바람에 여백이 꽤 남아서 신경이 쓰였지만 정말 더 할 말도 없다. 대신 폭죽 비슷한 것을 그려넣었다.
아니 뭐 선물은 원래 진심이 담겨 있으면 되는 거니까 말이야.
"여기, 선물."
"이게 다야?"
…코미나토 료스케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만. 카드를 열어본 료스케가 싱글싱글 무서운 얼굴로 웃는 바람에 약간 겁 먹…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예에, 일단은."
허 참나 사람이 기껏 골라온 선물은 뜯어보지도 않고 참나. 부피 작다고 무시하냐. 코미나토 료스케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스시남이시네요.
"흐응."
"선물은 진심이 담겨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미 없는 반항을 해봤다. 료스케는 원래도 성격 나빠 보이는 웃는 얼굴에 한층 더 그늘을 더했다. 얘는 본인이 호러영화보다 무서운데 호러 영화는 왜 보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따지자면 진심이 없는데?"
"내가 선물 얼마나 열심히 골랐는지 알아?"
"그쪽 말고."
료스케가 그때까지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아니 뭐 카드도 나름 한참 생각해서 쓴 건데요.
"너의 절친한 친구로부터…진심이 하나도 없잖아."
……….
"별로 친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주제에."
잠깐 동안, 아마 몇 초 정도 숨을 쉬었는지 안 쉬었는지 잊어버렸던 것 같다.
료스케는 그런 나를 보면서 뾰족하게 웃었다. 펜을 들더니 카드에 찍찍 선을 긋고 멋대로 글씨를 써넣었다.
"자, 첨삭."
잠시 후 눈앞으로 돌아온 카드에 몇 글자가 보태어져 있었다.
<생일 축하해.
너의 절친한 여자 친구로부터.>
"…………."
잠깐만. 잘못 읽었나?
"모처럼 생일까지 기다려줬더니 거짓말이나 하고."
"어………."
입을 뻐끔거리는 내가 얼마나 멍청해보였을까. 료스케가 비죽 웃으면서 펜 뚜껑을 닫고 턱을 괴었다.
"지금 얼른 진심으로 고백해. 받아줄 테니까."
…잠깐만, 그거 이미 받아준 거 아닙니까?
살짝 츳코미를 걸고 싶었지만, 싱글싱글 웃는 얼굴 탓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는 다른 소리가 튀어나왔다.
"…조, 좋아해."
"알고 있어."
대체 언제부터 알았지. 내가 삽질하는 것도 다 알았다는 얘기 아니야. 야구밖에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뒤죽박죽 엉켰던 머릿속의 생각들을 한 방에 날려보낸 건 뒤이어 들려온 료스케의 목소리였다.
"나도 그러니까."
………내가 생일이었나? 생일 선물 내가 받은 것 같은데.
얼떨떨한 기분으로 돌려받은 카드의 첨삭 받은 '여자 친구' 글씨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질러봤다. 글씨가 조금 번져 보이는 것이 펜의 잉크가 덜 마른 탓인지 내 시야가 번진 탓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 이거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