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다이아몬드 에이스

[다이에이/드림/사와무라 에이준] 만우절 크라이시스

양철인간 2016. 4. 1. 23:17

*만우절 기념 연성

*다이아몬드 에이스 사와무라 에이준 드림

*오리주(이름 있음) 등장

*이게 뭐냐




만우절 크라이시스




코시엔을 노리는 명문 야구부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든 쉴 틈이 없다. 신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봄방학의 끝물인 4월의 첫날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원들은 새로운 봄의 연습이며 춘계대회의 준비에 열을 올리고, 그것을 서포트하는 매니저들도 바쁘게 일한다.


"아야네 선배!"


그리고 연습이 끝난 후라면 매니저들에게는 연습이 한창일 때보다 할 일이 많았다. 한참 바쁘게 움직이던 야구부의 3학년 매니저, 쿠라모치 아야네는 한 살 아래의 남자친구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서야 자리에 멈췄다.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예상대로 사와무라 에이준이 서있었다.


"에이준?"


다만 어딘가 까칠해보이는 얼굴은 예상 외의 것이었다. 멀리서 연습하는 걸 봤을 때도 조금 신경 쓰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안색이 나빴다. 잠이라도 설친 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갔지만 에이준은 뻐끔거리던 입을 딱 다물었을 뿐이었다.


"………."

"왜 그래?"


씩씩하고 긍정적인 것이 장점인 연하의 남자친구는 한동안 복잡한 얼굴로 말이 없었다. 아야네는 더욱 깊어진 걱정을 담아 어딘가 기운이 없는 에이준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


"에이준, 왜 그래? 어디 아파?"


감기라도 걸린 걸까.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가차 없는 생각을 해버렸다가 이내 고개를 붕붕 저었다. 손을 뻗어 이마를 짚어보았지만 딱히 열이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야네 선배…."


에이준이 드물게 기운 없는 목소리로 아야네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이마에 닿아있던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아야네는 그 손을 마주 잡으면서 전에 없이 기운 없는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일일까. 이렇게까지 풀이 죽은 모습은 지난 여름 이후로 처음이다. 그럴만한 일은 없었을 텐데. 한껏 걱정을 담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자 에이준은 푹 고개를 떨궜다.


"에이준. 혹시 아파? 열은 없는데…."

"아픈 건 아님다…."


시무룩하게 대답하던 얼굴에 반짝 물기가 고였다. 그 얼굴을 가장 가까이에서 유심히 관찰하던 아야네는 거의 바로 그것을 알아차렸다.


"에, 에이준? 우니? 왜 울어. 무슨 일이야? 쿠라모치 군이 괴롭혔어?"


한껏 당황한 손짓으로 서툴게 눈물을 닦아내주는 연상의 여자친구를 보며 에이준이 웅얼웅얼 서러운 듯이 속에 있던 말을 토했다.


"저…어제 밤에 쿠라모치 선배한테 들었슴다…."

"뭐를?"


역시 쿠라모치였구나. 나중에 한 대 때려야지.


속으로 다짐하던 아야네는,


"아야네 선배…쿠라모치 선배랑 배다른 남매라면서요!"

"…………에?"


에이준이 펑펑 울면서 외친 말에 완전히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쿠라모치 선배가 그랬슴다! 복잡한 어른의 사정 때문에 배다른 남매지만 남남처럼 살았다고! 그래서 성이 같은 거라고…저…저 어제 처음 들어서…."

"………………."


그 얘긴 저도 처음 듣는데요.


쿠라모치 아야네와 쿠라모치 요이치는 분명히 성은 같지만 혈연의 ㅎ자 만큼도 연관이 없는 관계다. 아야네가 알기로는 그랬다. 처음 입학해서 야구부에 들어왔을 때도 종종 성이 같네? 하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때마다 남남이라고 늘 해명해왔다. 애초에 그다지 희귀한 성도 아니었다.


쿠라모치 요이치가 대체 뭐라고 입을 털어서 애를 펑펑 울려놨는지는 모르겠지만 걸리면 내 손에 죽는다.


할 말을 잃고 황망히 섰던 아야네와 근처를 지나가던 쿠라모치의 눈이 마주쳤다.


'무슨 미친 소릴 지껄여놓은 거야.'


아야네가 눈짓으로 항의하자 쿠라모치가 입을 뻐끔거렸다.


'만-우-절'


아.


그러고 보니 4월 1일이었지.


마음 속으로 날짜를 확인하자 김이 빠졌다. 순진한 남자친구는 만우절 기념으로 쿠라모치가 그럴듯하게 지어낸 거짓말에 홀랑 속아버린 모양이었다. 이건 뭐 거짓말 했다고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이유를 알고 나니 우는 에이준이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라 귀엽다. 궁극의 콩깍지였다.


"에이준, 그만 울어. 괜찮아."


뭐가 괜찮은지는 말하는 아야네도 몰랐다.


아야네는 아버님도 안 계신다고…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하고 대단히 금시초문인 이야기를 혼자 내뱉으며 엉엉 우는 착하고 귀여운 남자친구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조금 전까지 만우절인지도 몰랐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놀려주고 싶다는 짓궂은 생각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버지가 안 계셔서 아버지에게 애정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정말 괜찮아. 에이준이 옆에 있어줘서 다행이야. 이제 쓸쓸하지 않아."


물론 뻥이었다. 아니, 편모가정인 건 정말이었지만 딱히 아버지가 없어서 쓸쓸했던 적은 없다. 개중에 진심인 건 에이준이 옆에 있어줘서 다행이라는 부분 뿐이다.


"아야네 선배…!"


그 말에 에이준이 감동 받은 얼굴을 했다. 귀여워. 아야네는 폭소하지 않기 위해 입 안쪽을 깨물었다. 빵 터져버릴 것 같은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인 아야네의 모습을 보며 에이준이 뭔가를 결심한 듯 손등으로 슥슥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아야네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선배!"

"응?"


간신히 웃음을 추스른 아야네가 고개를 들었을 때, 에이준의 눈은 진심을 가득 담은 채로 빛나고 있었다.


"앞으로는 절대 쓸쓸하지 않게 될 검다!!!"

"………."


"이 사와무라 에이준, 아버님 몫까지 반드시 선배를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요!!"


웃음으로 터져버릴 것 같았던 뺨에 확 불이 일어난 건 절대 거짓말도 장난도 아니었다.


그거 되게…프러포즈 같다.


아야네는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입 안으로 삼키며 화끈 거리는 얼굴을 손등으로 눌렀다.












쥬니야...엄마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