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에이/드림/코미나토 료스케] 소꿉친구 인 더 트랩 中
*배늘빛님 강제 커미션(..
*다이아몬드 에이스 코미나토 료스케 드림
*캐붕설붕 주의
소꿉친구 인 더 트랩 中
늘빛이 코미나토 료스케를 처음 만난 건 네 살 때의 일이었다. 만났다고 거창하게 말해도 고작 네 살인 꼬마들이 진취적으로 본인의 인간관계를 넓히기 위해 교류를 시작하게 된 건 아니었다. 그냥 갑자기 직장을 옮기게 된 아버지를 따라 이사한 카나가와에서 처음 만난 이웃이 코미나토 일가 사람들이었을 뿐이었다.
"어머, 귀여운 아가씨가 있네. 몇 살이니? 네 살? 료쨩이랑 동갑이네! 료쨩, 인사하렴. 친구야."
어릴 적부터 늘빛의 기억에는 늘 예뻤던 코미나토 아주머니가 처음으로 소개시켜줬던 것이 동갑이었던 료쨩, 그러니까 코미나토 료스케였다.
"안녕!"
"안녕."
코미나토 아주머니를 쏙 빼닮아서 작고 뽀얗고 핑크색이고 동글동글하고…아무튼 대단히 귀여웠던 동갑의 친구와 처음 인사했다. 늘빛은 첫눈에 '료쨩'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루쨩은 올해 두 살이야. 인사하렴, 하루쨩."
그리고 마찬가지로 작고 뽀얗고…(중략)한 동생 '하루쨩'에게도 첫눈에 반했다.
"잘 부탁해, 료쨩, 하루쨩!"
네 살 어린아이에게 본명이라든지 풀네임이라는 개념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아마 그날 들었어도 금방 잊어버렸을 것이다.
늘빛에게 있어서 아이들은 '료쨩'과 '하루쨩'이었다.
그리고 또 네 살의 늘빛에게 있어서 료쨩과 하루쨩은,
아주 귀여운…
―옆집 '자매'였다.
"료쨩, 하루쨩! 놀자!"
뭐 성별을 착각했건 아니건 세 사람은 아주 잘 어울려 놀았다. 탐험을 한다면서 쓸데없이 놀이터에 미끄럼틀 아래로 기어가거나 쌓여있는 모래 위로 굳이 기어 올라가거나, 공을 가지고 놀다가 넘어지고 잠자리를 잡고 담을 타넘는 모든 일들이 전부 함께였다. 정확히 말하면 두 살 아래의 하루이치는 거의 구경하는 역할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노는 시간에는 늘 함께라는 건 사실이었다.
그 사이에 성별이 끼어들 일은 그다지 없었다.
늘빛과 료스케가 나란히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기 전까지 '료쨩'은 늘빛의 가장 친한 동성 친구였다.
"코-미-나-토 료-스-케. 어? 료쨩, 이름 남자애 같다!"
유치원 원복과 함께 받은 이름표에 '코미나토 료스케'라고 또렷하게 적혀있는 것을 읽은 늘빛이 웃으면서 농담을 걸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보다 더 오래 그 지위를 유지했겠지만….
"지금 뭐라고 했어? 늘빛."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였을 때에도 코미나토 료스케는 코미나토 료스케였다.
"내 이름이 뭐라고?"
"료쨩…이 아니라 료스케…."
"내 성별은?"
"나, 남자…."
그 날 이후로 늘빛의 가장 친한 동성 친구 료쨩은 가장 친한 이성 친구 료스케가 되었다.
"…는 무슨. 가장 친하긴 개뿔이."
그리고 현재에 이르면, 가장 친한이라는 수식어는 소멸 상태에 이르렀다. 어릴 적의 친분은 그저 과거의 영광일 뿐이었는가. 늘빛은 이제 료스케를 자신의 친구라고 칭해줘도 괜찮을지조차 고민하고 있었다.
야구 유학 준비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료스케와 이야기조차 나누지 못한 날이 며칠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뭐 오사카까지 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 봐야 고쿠분지,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안에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코빼기도 안 비치고. 연습도 안 나가면서 매일매일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늘빛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 날 내 첫 키스도 훔쳐간 주제에. 코미나토 료스케 주제에. 나랑 키도 비슷한 주제에. 이럴 거면 그 날은 뭐였는데. 초꼬맹이 주제에. 어차피 자기도 첫 키스였을 거면서.'
"늘빛 누나, 그러다 빨대 찢어지겠어."
료스케가 들었더라면 마왕 웃음을 지었을 것 같은 생각을 하며 분노를 불태우는 늘빛을 보고 하루이치가 안절부절못하며 빨대를 빼앗아갔다.
"하루쨩…."
"응?"
"너네 형은 살아있긴 하니?"
형을 쏙 빼닮은 하루이치를 보고 있으려니 공연히 또 마음이 부글부글 끓는다. 창밖에 일부러 시선을 떨어트리면서 평온한 어조를 꾸며내자 어린 동생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응. 집에 있는데 왜?"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아직 보호받아야 할(?) 하루이치에게 첫 키스를 빼앗긴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두 살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늘빛에게 하루이치는 늘 어린 하루쨩이었다.
첫 키스 도둑의 동생에게 뭐라고 말하는 대신 잔에 남은 얼음을 와그작 와그작 씹어 넘기며 할 말과 끓어오르는 속을 함께 삼켰다.
코미나토 료스케 바보 멍청이 도둑놈.
"가자, 하루쨩. 오늘 같이 나와줘서 고마워."
"어, 누나. 우리 집에 갈래? 형 집에 있어."
"………."
첫 키스고 나발이고 그냥 사고였던 셈 치고 잊어버려야겠다. 고등학교에 가서 키 크고 구릿빛 피부에 몸 좋고 착하고 근사한 남친을 사귀어서 로맨틱한 진짜 첫 키스를 해야지.
"……아니 됐어."
늘빛은 그렇게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미나토 료스케 따윈 이제 나랑 완전히 모르는 사이다!!!
그렇게 생각은 했었지만,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변수가 하나 있었다. 료스케가 도쿄로 떠나는 날은 좋든 싫든 역까지 배웅을 나가게 될 거라는 사실이었다.
"료스케 군 오늘 도쿄로 가서 겨울까지 돌아오지 않을 거라던데 배웅은 해야지!"
"그래, 요즘 바빠서 얼굴도 못 봤는데 가서 인사는 하고 와."
그렇게 부모님에게 등을 떠밀려 료스케의 친구들과 하루이치와 함께 역까지 배웅을 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다른 곳으로 샐까 했지만 대문에서 하루이치와 마주치는 바람에 같이 역까지 가게 되었다.
"료스케, 잘 가!"
"코시엔 나가는 거지?"
"당연하지."
플랫폼에서 늘빛은 버릇대로 하루이치의 팔짱을 끼고 서서 친구들과 인사하는 료스케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친구들과 인사하느라 여념이 없어서 자신은 본체만체다. 역시 배웅 같은 거 나오지 말 걸 그랬나. 그래도 조금쯤은 기대했던 걸까. 아무 말도 없는 료스케가 서운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눈가가 뜨거워져서 입술을 꼭 깨물었다. 늘빛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자신의 팔 사이에 낀 하루이치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하루쨩, 나 먼저 집에…."
늘빛이 말을 마치는 것보다 불쑥 끼어들어 온 손이 늘빛의 품 안에서 하루이치의 팔을 빼내는 것이 더 빨랐다.
"뭐,"
"형!"
"…료스케?"
"늘빛."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뭔가가 심기에 거슬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료스케였다.
"배웅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나왔네."
료스케는 아무렇지 않게 하루이치에게서 갈라놓은 늘빛 손을 한 번 쥐었다가 놓았다. 그리고 바로 어제에도 봤다는 듯이 평범한 어조로 말을 건네어 왔다.
"………나오지 말 걸 그랬지?"
그 말투에 늘빛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불퉁하게 입을 내밀었다.
"응."
아무리 그래도 대번에 긍정할 줄은 몰랐지만.
대답이 너무해서 나오려던 눈물까지 싹 들어가버렸다. 늘빛이 황당하다는 듯이 입을 떡 벌리자 료스케가 손을 뻗어 늘빛의 뺨을 감쌌다. 뺨에 닿은 손끝이 차가웠다.
"그런 얼굴 하고 있으면 아무리 나라도 조금 마음이 약해지잖아."
"뭐가, 이 나쁜 놈아! 소꿉친구라고 있어 봤자 진짜 소용이 없―"
이것으로 두 번째였다.
하려던 말이 상대의 호흡 안으로 삼켜지는 경험은.
"…!!!"
입술이 닿았던 시간은 전과 비슷했을까. 살짝 아랫입술을 물고 떨어진 것까지 합한다면 아마도 그보다 조금 길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정신도 없지만 입술이 타는 듯이 뜨거워지는 것도 두번째.
"…3년 동안 내 생각 조금만 하고 있어. 금방 데리러 올게."
그리고―
자기 할 말만 남기고 돌아서서 휙 기차에 올라버리는 뒷모습을 보는 것도, 꼭 두 번째였다.
료스케 막 입술도장 쾅쾅 찍고 다님 쾅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