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다이아몬드 에이스

[다이에이/드림/나루미야 메이] 구남친을 위한 나라는 없다

양철인간 2015. 9. 27. 22:49

*드림 글 전력

*주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다이아몬드 에이스 나루미야 메이 드림

*캐붕 주의 노잼 주의

*퐄카퐄카ㅇㅅㅇ




구남친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개초딩

[자니..?  오전 2:00]

[오늘 달 떳길레..니 생각이 낫어..  오전 2:01]

[너..보름달 조와햇ㅅ엇잔아...  오전 2:01]


이것이 말로만 듣던 구남친 문자인가. 새벽 두 시의 마성이란 이런 것인가.


귀찮아서 연락처 삭제 안 하고 차단도 안 했던 것은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려던 미래의 나의 안배였는가. 쓸데없다.


제 점수는요.


불합격 드립니다.


구남친 망했으면.


내일 아침 이불이 멀쩡하길 빌며 얌전히 읽씹했다. 하다못해 너네 집에 내가 두고 온 칫솔 얘기였더라면 조금쯤 흥미가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보름달이 뭐 대수라고. 늑대인간이세요? 난 늑대고 넌 미녀?


하긴 그런 걸 잴 줄 아는 녀석이었으면 애초에 구남친으로 만들지도 않았겠지.


"에휴."


잠이나 자자.


핸드폰 화면을 끄고 대충 구석에 던져놓았다. 메신저는 죄다 알람 OFF로 돌려놨으니까 뭐가 더 와도 상관 없겠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


구남친 강냉이 한 개…강냉이 두 개…목숨 세 개….


-빠빠빠 굿모닝 빠빠빠


슬며시 잠이 들 뻔하다가, 새벽 두 시에 전화질하는 미친 놈 때문에 잠 깼다.


어떤 또라이야? 엄마아빠한테 전화 예절 못 배웠냐?


[개초딩]


"…."


어떤 의미에선 또라이가 맞긴 한데.


잠깐 고민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야 왜 답장 안 하는데!!!"


아오 미친 놈 새벽에 목청도 좋아.


"무슨 답장."

"달 떴다고 달!"

"달 떴는데 뭐 어쩌라고 전화질이야. 술 마셨냐?"

"안 취했거든."

"아 예에 그러십니까."


전화 너머로 술냄새 난다. 이 자식 이거 술 깨고 잠 깨면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이불 살 돈이야 차고 넘치겠지만 적당히 해라.


"내일 일어나서 이불 나노입자로 분해하지 말고 지금 자라."

"안 잘거거든."


어휴 개초딩 자식 이거 하여간 말은 더럽게 안 들어요.


"오늘 달 떠서 너한테 전화오면."

"내가 너한테 전화를 왜 해."

"전화 오면. 전화 올 줄 알았는데."

"술주정 적당히 해라."

"…너한테 전화 오면…너랑 다시 사귀어주려고 했거든?"


사귀어주긴 뭘 사귀어주냐. 뭐 대단한 일 하시는 것처럼 얘기하시네요.


"근데 전화 안 와서…메세지 보냈는데 답도 안 오고…."


술기운이 가득한 채 가라앉은 나루미야의 목소리가 귓전을 긁었다. 귓구멍이 간질간질해서 귓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반대쪽으로 옮겼다.


"…."


벽에 등을 댄 채로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각에도 하늘 끄트머리에 걸린 달이 희미하게 빛났다.


"나루미야."


얘는 헤어진 지 두 달 째에 사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 그것도 술 취해서 하는 말로. 핸드폰을 들지 않은 쪽 손으로 머리를 긁다가 푹 한숨을 쉬었다.


"자라."


어차피 술 깨면 무슨 짓 했냐고 지랄 발광할 거 미리 좀 재워야지. 취중진담인지 술 김에 하는 헛소린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나중에 제정신일 때 확인하고.


"잘거야."

"어, 자라. 얼른 자. 주정뱅이 상대하기 힘드니까 얼른 자."


안 자고 뭐라고 더 말하면 전화 끊어버려야지.


"야."

"왜. 자라고."

"너 전화 안 했으니까 너랑 안 사귀어주는 거야. 내가 찬 거다."


이 미친 놈이 존나 뭐라시는 거세요???????


"야!!!"

"잔다."


뭘 자. 남의 속 다 뒤집어놓고 뭘 지맘대로 처잔다 만다 하시는 건데요. 술 처먹었다고 술값으로 양심까지 팔아먹었냐?


"야이 개초딩,"

"그러니까."

"새끼…"

"다음엔 전화해."


네?


정신을 차렸을 땐 뚜뚜 통화 종료음이 울리고 있었다.


"…허…."


새벽 두 시에 이게 웬 봉변이야. 달 떴다고 전화질에 메신저에….


다음엔 전화하라니 퍽도 하겠다.


불꺼진 핸드폰 화면을 노려보다가 휙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약정도 끝났는데 망가지면 바꾸지 뭐. 번호까지 바꿔버려야지. 나루미야한텐 안 알려주고. 그래야 이딴 식으로 술처먹고 전화 안 하지.


전화.


'다음엔 전화해.'


술냄새 나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느낌이라 귀를 꼭 막았다. 이불 속에 기어들어서 애써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었다.










구남친 잘 어울리는 캐릭터 1위 나루미야...(개인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