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에이/드림/쿠라모치 요이치] 손수건을 늘 가지고 다닙시다
*전력 드림 60분
*주제: 괜찮아
*다이아몬드 에이스 쿠라모치 요이치 드림
*오리주(이름 있음) 등장
*캐붕 주의 노잼 주의
손수건을 늘 가지고 다닙시다
"…어쩐다."
쿠라모치 요이치는 현재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해있었다. 1학년 시절 코미나토 료스케에게 가열찬 디스를 당했을 때에도 이사시키 준에게 후배 가르침을 빙자한 괴롭힘을 당했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당황한 적은 없었다. 아니, 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과거의 일은 미화 되는 법이므로 현재 진행형인 상황의 당황스러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정말 어쩐다.
쿠라모치는 애써 한숨을 삼키며 다시 한 번 슬쩍 나무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내다보았다.
인적이 드문 풍경이 몇 분 사이에 변할 리는 전혀 없었고, 그의 당황스러움의 원인인 여학생의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킁."
쿠라모치는 혼자 벤치에 쪼그리고 앉아서 훌쩍거리고 있는 여학생을 알고 있었다.
미즈키 안나. 1년을 유급해 올해 18살인 클래스 메이트. 편차치가 높은 편인 세이도에서는 보기 드문 밝은 머리색에 화려한 생김새인 데다 본인의 붙임성도 썩 좋지 않아 유급에 관해 이래저래 안 좋은 소문만 떠돌아 다닌다. 이 근방 레이디스의 실질적 리더라는 둥 바이크를 타고 치킨런 게임을 하다 전치 12개월을 받았다는 둥 등에 용문신을 새기느라 학교에 나오지 못했던 거라는 둥 다양한 소문 중 몇 가지는 친구가 없는 쿠라모치라도 지나가며 들어 알고 있을 정도였다.
새침하고 화려한 인상에 말수도 거의 없는 전직 양키 유급생. 두고두고 뒤에서 안주거리로 삼기엔 딱 좋은 조건들이 몇 개나 갖춰졌으니 아무도 소문을 통제하지 않았다. 불이 붙은 뒷담은 이제 도를 지나쳐 어제 길거리에서 아저씨와 러브호텔에 들어가는 걸 봤다느니 아저씨가 명품 가방을 사줬다느니 하는 악질 루머에까지 이르렀다. 조금 전에도 마침 화장실에서 그런 소문을 들은 참인데 마침 본인이 울고 있는 모습을 마주치고 보니 당황스러움이 하늘을 찔렀다.
"내가 뭐했다고……."
물기에 젖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귀를 아프게 찌른다. 쿠라모치는 이제 거의 가시방석 위에서 요가를 하는 기분이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미즈키가 울고 있는 것이 쿠라모치가 죄책감을 느낄 일은 아니다. 쿠라모치 요이치와 미즈키 안나 사이에는 이렇다 할 만한 친분관계도 전혀 없었고, 쿠라모치는 소문을 지나가며 들었을 뿐 그 소문을 재생산한 것도 아니다. 아니 애초에 그럴 만한 친구도 없다.
그러니까 미즈키 안나가 울건 말건 그런 건 신경 쓸 일도 아니다. 울고 있는 여자애를 달라는 법 따위는 모르고. 서툰 짓을 하느니 그냥 울고 있는 사이에 슬쩍 지나가면 된다.
…그냥 그러면 되는데.
'미즈키? 걔 원래 양키라며.'
'그런 애들이 원래 그렇지 뭐.'
그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라서.
"……하."
쿠라모치는 뒤통수를 거칠게 한 번 긁고는 한 발 밖으로 내딛었다. 부스럭 하고 무언가 밟히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나는 바람에 쿠라모치 본인도 조금 놀랐다.
"?!"
놀라서 고개를 든 미즈키와 눈이 마주쳤다.
'아.'
이게 아닌데.
잠깐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미즈키가 놀란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또르르 눈물 방울이 굴러떨어지는 것까지 똑똑히 보였다.
"너…."
몇 초 뒤에야 정신을 차린 쿠라모치는 미즈키의 입이 열리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박찼다. 등 뒤에서 미즈키가 당황한 것을 알았지만 굳이 뒤돌아보지 않았다.
'가버렸나?'
몇 분 뒤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쿠라모치는 이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소매로 눈을 비비고 있는 미즈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썩 부드럽지 않은 교복 소매로 거칠게 눈가를 비빈 탓에 빨개진 얼굴이 눈에 띄었다.
'얘는 손수건도 없나.'
하긴 자신도 손수건 같은 건 가지고 다니지 않는 처지에 할 생각은 아니긴 했다. 머쓱하게 한 번 뒤통수를 긁은 쿠라모치가 조심스럽게 미즈키에게 다가갔다.
"미즈키."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으니 입에서 나가는 호칭마저 머쓱했다.
"!"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미즈키에게 불쑥 손에 쥐고온 것을 건넸다.
"이거 써."
얼떨결에 손을 내민 미즈키의 손바닥 위에 대충 근처에 있는 화장실에서 아무렇게나 뜯어온 화장실 휴지 뭉치가 내려앉았다.
"간다."
쿠라모치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 휙 몸을 돌렸다.
"저, 저기…!"
뒤에서 미즈키가 소심하게 입을 달싹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번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돌아볼 수가 없었다.
오지랖이라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괜찮아.
스퀴즈 신호에 홈으로 달려들 때만큼이나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것도 힘든 일이다.
"고, 고, 고마워!"
등 뒤로 전해지는 작은 목소리에 괜히 귓가가 뜨거웠다.
ㅎ
캐붕 미안해 모치 오빠
그런 의미에서 벤츠 모치 오빠 나랑 겨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