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다이아몬드 에이스

[다이에이/드림/나루미야 메이] 폭넓은 교우관계의 필요성에 대한 고찰

양철인간 2015. 8. 16. 23:10

*전력 드림 60분

*주제: 믿고 있어

*다이아몬드 에이스 나루미야 메이 드림

*캐붕설붕 주의

*의미불명..노잼...




폭넓은 교우관계의 필요성에 대한 고찰




요즘 들어 내 소꿉친구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야구 경기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 대한 태도 이야기다.


아니, 정정해야지. 원래부터 자존심만 더럽게 세고 지 맘대로에 남을 배려한다는 생각 같은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상한 놈이었지만 최근 들어서 더 이상한 것 같다고나 할까….


"야! 집에 가!"


평소처럼 얌전히 할 일 하고 연습 구경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세모꼴 눈을 하고 집에 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아 너 때문에 집중이 안 되잖아!"


괜히 감독한테 혼나고 와선 나한테 또 화풀이를 하고.


"너 야구부 매니저 그만 두면 안 되냐?"


그러더니 난데없이 퇴부를 종용한다. 1학년 입부 초도 아니고 2학년 다 되어서 갑자기 부활동 관두라는 건 대체 무슨 말인지. 애초에 최강팀을 만들 거니까 넌 최강 매니저! 라고 뮤가 뮤츠 되는 소리나 하면서 제멋대로 나를 이나시로까지 끌고 오지나 않았으면 말이나 안 하지.


물론 그럴 때마다 양쪽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서 대응해주긴 하지만 날마다 짜증을 내고 있으니 가운데 손가락만 근력운동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러다가 나 가운데 손가락으로 150 km 직구 던질 수 있는 거 아니냐. 거의 코시엔 데뷔각?


"야 수건 줘!"

"네이, 네이."


아니 나루미야 메이 몸종각.


뭐 예전부터 거의 셋째 누나 느낌으로 저 정신 연령 어린 막내 놈을 챙기는 데에는 도가 텄으니까 이제와서 힘들 일도 아니긴 한데 요즘 들어서 왠지 짜증이 는 것 같아서 귀찮다고나 할까 성질머리 더러워진다고나 할까….


"메이 녀석 때문에 고생 많다."

"하하, 뭘요…."


그래도 덕분에 하라다 선배가 말 걸어주니까 봐준다. 아니었으면 머리 다 쥐어 뜯겼어. 메이 너 임마 평생 모자를 벗을 수 없는 몸이 될 뻔했다고. 하라다 선배한테 평생 감사하면서 살아라.


"아, 선배님도 수건…."

"고맙다."


누구와는 달리 하라다 선배는 인사까지 하면서 수건을 받아갔다. 커다랗고 딱딱한 손가락 끝의 감촉이 손바닥을 살짝 스쳐갔다.


"아."


지금 얼굴 빨개지지 않았나? 더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살짝 손부채질을 해봤지만 별로 얼굴의 열이 가라앉은 것 같지는 않다. 그야 심장이 튀어나갈 것 같은데 이런 걸로 가라앉지는 않겠지…끙. 티내고 싶지 않은데. 심장 소리 들리면 어떡하지.


"마사 상! 나 공 받아줘!"


하라다 선배를 곁눈질하며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불펜으로 들어선 메이가 소리 높여 하라다 선배를 불렀다. 휴식 시간인데 안 쉬나 저건.


"수고해라."

"아, 넷!"


역시 누구와는 달리 인사를 남긴 하라다 선배는 제멋대로 에이스놈의 제멋대로 연습에 장단을 맞춰주러 갔다.


'야.'


듬직한 하라다 선배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괜히 힐끔 메이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눈이 마주쳤다. 메이가 입모양으로 말을 걸어왔다.


'나한테 집중해.'


뭐라시는 건지.


원래 어릴 적부터 내 관심의 중심에 본인이 있지 않으면 있는대로 성질머리를 부렸던 건 기억하고 있지만 고등학생 씩이나 되어서 유치하게 이래야 하나. 언제나 마운드에 있으면 관중들 관심도 죄다 독차지 하고 있는 주제에.


아니 잠깐만.


관심?


…설마.


설마 메이 저놈 저거 지금 나한테 시위하는 건가?


불현듯 며칠 전에 메이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메이, 너 내 친구지."

"? 갑자기 뭐야."

"내 비밀 지켜줄 수 있지? 믿는다?"


이제 와서 고백하는 거지만 나한테는 메이 이외의 친구는 그다지 없다. 언제나 정신 없이 끌려다니기 바빴기 때문에 그 외의 친구를 만들 시간은 거의 없었다.


"니가 나한테 비밀도 있었냐?"

"그럼 없겠냐."


그러니까 메이한테 그런 이야기를 한 건 단순히 나에게 여자인 친구가 없었기 때문일 뿐이었다.


"뭔데. 말해봐."

"그 있잖아…아. 으아아. 나 왜 이런 얘기 할 사람이 너 같이 섬세함 세포 멸종된 놈밖에 없지? 미치겠네."


그러면 안 됐는데. 진짜로. 좀 더 폭넓은 교우관계를 쌓고 상담은 다른 사람한테 했어야 했는데.


"으으으…나 있잖아, 하라다 선배 좋아해. 진짜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라. 믿는다? 믿어. 진짜 믿고 있어."


―이런 얘기를 상담이랍시고 걔한테 해버렸으니까.




"야!! 어디 보는데!!!!"


지금 저 관심중독자 막내 왕자님이 히스테리 부리는 거 아니냐고. 소꿉친구 관심 뺏기기 싫어서. …아닌가? 걱정 되는 건 하라다 선배 쪽인가?


아무리 친구가 없어도 쟤한테 얘기하는 게 아니었는데. 도라에몽 과거의 나를 죽여. 빨리 죽여 일백번 고쳐 죽여.


"하아아…."


딱히 하라다 선배한테 고백할 생각도 없고 선배랑 사…귄다거나 그런 건 상상도 안 하고 있긴 하지만….


"확 비밀 말해버린다!!"

"너 진짜 죽는다?!"


저 놈이 있는 한 내 연애 전선은 내내 먹구름일 전망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