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드림/키세 료타] KISE MAKETH HOGU 下
KISE MAKETH HOGU
*세련님 리퀘 버전2
*하
*쿠로바스 키세 료타 드림
*킹스맨 AU
*사실 킹스맨 내용 잘 기억 안 남
소동이 일단락 되고 새로운 숙소를 배정 받은 세련은 긴장감 없이 제일 먼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 맞은 편 자리의 키세 료타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 눈으로 천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잠결에 방에 가득이 닥친 물에 빠져 죽은 후보생. 이름이 마사코였나.
'너희들에게 부족한 건 팀워크라는 것이다.'
안경 너머의 냉철한 눈빛.
"……."
얼굴도 키도 인기도 운동 신경도 아마 공부도 전부 OK인 삶을 살아온 키세 료타에게는 이런 무력감을 느껴본 경험도, 시체를 실제로 본 것도, 이렇게 충격 받은 것도 전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도무지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왜…."
한숨을 섞어 얼굴을 쓸어내리던 키세는 맞은편 자리에서 도롱도롱 잘도 잠들어있는 세련의 모습을 응시했다.
왜.
당신은 그렇게 태연한 거지.
어쩐지 뒤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서민에게….'
절대 지지 않을 거야.
키세는 웅얼웅얼 스가오빠…하고 잠꼬대하는 세련에게서 애써 시선을 떼어내며 다시 눈을 감았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서(세련은 다시 한 번 높은 급여의 의미를 생각했다) 다시 모인 곳에는 다양한 크기의 철창들이 놓여 있었다.
"개?"
"개네."
"개구만."
그 안에 있는 것은 종류는 다양하지만 다들 태어난 지 두세달이나 되었을까 싶은 강아지들이었다.
"각자 파트너를 고르라는 것이다. 훈련이 끝날 때까지 본인이 식사며 용변 털관리 건강까지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허어."
스파이 뽑는다며 애견 미용 테스트라도 할 거냐. 킹스맨 알고 보면 애견호텔 운영하나.
세련은 마음 속에 잔뜩 물음표를 띄우면서도 천천히 철창으로 다가가 다양한 강아지들을 살펴보았다. 활발해보이는 골든 리트리버나 온화한 할아버지 같이 생긴 올드 잉글리시 쉽독, 간지 폭풍이 휘몰아치는 시베리안 허스키, 비싸 보이는 스탠다드 푸들, 영리해보이는 저펀 셰퍼드…기타 등등 위풍당당한 대형견종의 새끼들 사이에 작은 몸을 웅크리고 있는 하얀 강아지가 있었다.
'말티즈?'
딱히 붙임성이 있거나 썩 멋있는 개는 아니었지만.
'…돌보기 제일 편해보이는데.'
합리주의자 세련 더 리즈너블은 망설임 없이 개 중에 제일 작은 말티즈를 골라 자신의 파트너로 삼았다.
"서민답게 볼품 없는 개를 골랐네여."
키세는 어쩐지 그와 꼭 닮은 골든 리트리버를,
"귀엽네. 세련이랑 어울리는데?"
타카오는 어울리는 건지 어울리지 않는 건지 잘 구분이 안 되는 도베르만을 파트너로 선택한 모양이었다.
"개 이름 뭐라고 지을 거야?"
"생각 중이야. 세련은?"
"나도 생각 중."
"저기여 무시하는 검까?!"
세련은 가볍게 키세를 무시하고 타카오에게 다가가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뭔가 옆에서 시끄러웠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하얀 애니까…쌀밥이라거나."
"흥. 서민다운 작명 센스네여!"
엄청나게 관심이 고픈 모양이다.
"넌 뭐라고 지을 건데."
"카이저 소제여!"
뭐라는 거야.
"걔 발 절룩거리니?"
"? 웬 발?"
유주얼 서스펙스 세대는 아닌 모양이다.
"왜 그건데?"
"멋있지 않아여? 카이저 소제!"
"…음, 그래."
머리도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나도 정했어. 이름."
"오. 뭔데?"
"챠리어카."
"……음."
둘 다 작명센스는 내핵을 돌파하는구만. 세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서 개를 데리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라고 말하는 미도리마의 뒤를 따랐다.
"가자, 마늘아."
이름은 마늘. 성은 통. 풀네임 통마늘.
이름을 지어주고 뿌듯해하는 세련은 본인도 썩 평범한 네이밍 센스를 가지진 않았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마늘이와 함께하는 세련의 훈련기는 제법 꿀이었다. 뭐 아침부터 운동을 하거나 쓸데없이 구보를 한다거나 필기시험을 본다거나 하는 자잘하게 힘든 일들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비교급으로는 좋았다.
"아, 아 좀 가만히 있으라고!"
기운 넘치는 카이저 소제를 씻기느라 매일매일 사투를 벌이는 키세와 비교하면 특히. 마늘이는 가끔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헷갈릴 만큼 조용히 자거나 누워있거나 자거나 자고 있는 반면, 키세의 카이저는 아주 지랄꾸러기 같은 게 지랑 꼭 닮았다. 키세에겐 굳이 너랑 똑같은 아들 낳으라는 저주를 걸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하. 카이저랑 키세는 사이가 좋네."
"좋은 건가."
아무리 봐도 키세가 괴롭힘 당하는 건데.
뭐 아무래도 좋지!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세련에게도 있었습니다.
"이번 서바이벌에서는 세련과 키세가 C팀이라는 것이다."
아니 이런 미친???
<SYSTEM> 세련은 위기에 처했다!! 빠밤!
오늘의 시험은 서바이벌이었다. 15분 동안 두 명씩 세 조가 페인트건으로 서로를 사냥하는 게임이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큰 문제가 하나 있다면.
"파트너와 파트너견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 서바이벌이 개와 함께 하는 시험이라는 점이었다. 죽은 듯이 자고 일어나서 배가 고파도 짖지 않는 묵언수행견 마늘이와 함께한다면 별로 어렵지 않겠지만, 키세의 카이저라면 사정이 좀 다르다.
"카이저. 오늘은 짖으면 안 됨다. 딱 15분만. 응?"
저 개새끼 핵시끄럽다고!!!
카이저는 덩치도 큰 게 목청도 커서 아주 동네 시끄럽게 짖어대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개였다. 서바이벌 중에 짖기라도 한다면 아주 여기 숨어 있으니 날 잡아가십쇼 하고 몸을 바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야."
페인트탄이라도 맞으면 아프니까 싫다. 그리고 세련은 승부욕이 강했다. 이왕 하게 된 거 볼품 없이 한 방에 지고 싶지 않았다.
"니 개 간수 잘해라. 귀족 개라면서 목소리 제일 커."
"……."
세련은 오늘도 조용한 마늘이와 조금 풀이 죽은 키세를 데리고 숲 속으로 이동했다.
서바이벌은 생각보다 무난한 흐름을 탔다. 어쩐지 오늘따라 조용한 카이저가 잠복해 있는 키세의 옆에 아주 납작 배를 깔고 엎드려서 얌전히 코만 킁킁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A팀 정찰 발견. 사격할게여."
키세는 정찰을 하고 있는 세련의 무전기에 통신을 넣으며 스코프에 눈을 댔다. 오늘은 초고교급의 저격수! 키세 료타! 록온 스트라토스를 퍼펙트 카피한다! 숨을 들이쉬며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삐익! 상대의 방탄조끼에서 탈락을 알리는 부저가 울렸다.
"성공."
멈춰선 목표에 페인트탄을 명중시키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아까 세련이 탈락시킨 두 명을 제외하면 이제 한 명 남았다. 서바이벌의 승리가 멀지 않게 느껴졌다. 세련이 두 명을 잡긴 했지만 여기에서 키세가 한 명만 더 잡으면 동률이 된다.
'지지 않을 거니까여!'
"휴."
그렇게 다짐한 키세가 살짝 숨을 내쉰 순간,
"월!! 월월!!"
이제까지 조용했던 카이저가 거짓말처럼 짖어댔다. 적막에 감싸였던 나무 사이로 카이저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
큰 일이다!
키세는 적이 소리를 듣고 당도하기 전에 얼른 이동하기 위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지만, 그보다 적이 키세를 발견하는 쪽이 빨랐다.
"잘 가라!"
키세가 채 자세를 가다듬기 전에 상대가 페인트건을 들어올려 키세에게 조준했다.
"…제길!"
키세는 저도 모르게 눈을 꽉 감았다. 삐익 하고 탈락을 알리는 부저가 한 번 울렸다. 이어 연결된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C팀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전원 베이스로 복귀하라는 것이다."
'어라?'
키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야, 이겼다."
눈앞에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얼굴로 웃고 있는 세련이 있었다. 그 등 뒤에 분한 얼굴의 B팀 후보생이 주황색으로 물든 옆구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
"니 개가 일 칠 것 같아서 주변에 있길 잘했지. 참나. 내가 개 관리 잘하랬지?"
"………어………."
뭐지. 이 서민 여자 뭔데 멋있지.
"뭐 어쨌든 이겼으니까. 가자."
세련이 키세를 재촉하며 가볍게 그의 등을 툭 쳤다.
"!!!"
키세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은 감각을 맛봤다.
"저, 저기!"
"응?"
"세련치라고 불러도 돼여?"
"???? 머리 아프냐? 머리에 뭐 밤송이라도 맞았어?"
"아니여!!"
"그럼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와."
키세는 한 손으로 심장께를 부여잡고서 앞서 나가는 세련의 뒤를 졸졸 따랐다.
"같이 가여, 세련치!"
그것이 바로 키세 료타가 처음으로 세련이라는 여자에게 두근거림을 느낀 순간이었다.
마무리가 왜 이러지...
암튼 그렇읍니다
이걸로 끝입니다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