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쿠로코의 농구

[쿠로바스/드림/키세 료타] KISE MAKETH HOGU 中

양철인간 2015. 7. 27. 23:25

KISE MAKETH HOGU



*세련님 리퀘 버전2

*중

*상/중/하 예정입니다......아마도.....

*쿠로바스 키세 료타 드림

*타카오 드림 아냐

*킹스맨 AU

*사실 킹스맨 내용 잘 기억 안 남






히무로의 추천으로 '킹스맨'의 입사시험을 보기 위해 도착한 곳에는 이미 꽤 많은 수의 젊은 남녀들이 모여있었다. 서로 아는 사이들인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세련이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애초에 다들 귀족 도련님 아가씨들인 듯한데 알 리가 없지. 금수저 좋겠다. 세련은 속으로 툴툴거리면서도 얌전히 빈자리를 찾아 짐을 내려놓았다.


"오? 못 보던 얼굴이네. 안녕."

"? …안녕."


세련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였다.


"나는 타카오 카즈나리. 이번 후보생이야. 너는?"

"세련. 나도 후보생이야."


악수를 권해오는 손을 잡아 인사하고 있으려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하, 평민이라니 킹스맨도 수준이 떨어지네여."


돌아본 곳에 금발에 화려한 인상의 남자가 있었다. 대단히 기분 나쁜 것을 보는 듯 찡그린 얼굴이 잘생겼다.


"아~ 저쪽은 키세 료타야."

"뭘 멋대로 소개하는 검까!"


아니 이름 같은 건 아무래도 좋지만….


"저기여, 서민 당신 집에 가는 게 낫지 않아여?"


내내 시비를 거는 듯한 말투가 주먹을 울게 한다. 징징징. 그래도 세련은 교양을 갖춘 현대 시민이었으므로 이성으로 주먹의 오열을 억누를 수 있었다.


'수틀리면 평생 임플란트 하고 살게 해줄 거지만.'


물론 그랬다고 키세가 완전히 안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하 참. 아서도 너무 하네여. 이런 추천까지 받아주다니."


세련으로서는 잘은 모르는 일이지만 대충 키세는 히무로가 말했던 '정통' 킹스맨 후보 가문 출신자인 모양으로, 본인의 출생에 대단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모양이다. 뭐 자연산이라면 프라이드를 가질 법한 외모를 지니긴 했다.


"알고 보면 일진 출신 아님까? 어디서 엄석돼 냄새 안 남까?"


아냐 그거 아냐.


지적 수준은 그에 반비례하는 모양이지만.


'애초에 세계관이 틀려먹었잖아.'


세련은 굳이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가볍게 짠 눈으로 훑어본 후 한숨을 쉬었을 뿐이다.


"자, 자. 키세 좀 진정해. 세련도 누군가의 추천을 받고 들어온 사람이잖아? 그렇게 멋대로 무시하다가 점수 깎여도 난 모른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각을 세우는 대립 상태에 있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은 여전히 서글서글 웃고 있는 타카오였다.


"다 같이 힘내자구. 응? 스마일~"


제멋대로 키세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넉살 좋게 떠들어대는 모습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다. 세련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타카오의 스킨십에 질색하는 키세를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야."

"에?"

"강냉이 조심해라."

"?? 그게 무슨."


키세가 경고의 의미를 확인하기도 전에 숙소의 문이 열리고 안경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다들 모였냐는 것이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말투가 왜 저래.


"다들 각서에 사인하라는 것이다."

"각서요?"

"'이 시험에서 죽어도 타인에게 책임을 물지 않겠다'는 각서라는 것이다."


안경남의 말에 실내가 조용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세련은 가방에서 펜을 찾는 척하면서 힐끔 진지하게 가라앉은 키세의 얼굴을 곁눈질했다.


'오, 믿는다.'


생각보다 순진한 놈이구만. 의외로 히무로처럼 어리지만 얼굴만 세 배 빠르게 나이를 먹은 걸지도 모른다. 빨간색은 아니지만.


'애초에 죽어도 타인에게 책임을 물지 않겠다는 각서 같은 게 효력이 있을 리가 없잖아.'


세련은 이 시험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일종의 담력 시험 같은 것이다. 이런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듣고서도 시험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지 일차적으로 확인하는 것. 어느 시험에서도 죽는 사람은 나오게 하지 않는 것이 킹스맨의 원칙이다. 물론 그녀 본인이 바로 파악한 것은 아니고, 히무로가 미리 넌지시 귀띔해준 사실이었다.


'중간에 연락이 오면 죽은 척하면 된댔나….'


세련에게는 네 번째 쯤의 시험에서 죽는 역할이 내정되어 있었다. 한 시험에서 죽는 사람은 두어 명쯤 나오는 게 전부랬던가. 첫 시험에서 누군가가 시체 역할을 맡고, 분위기가 느슨해질 때쯤 세련이 죽는 역할을 맡아 시험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일종의 군기 반장(다른 의미로) 같은 역할이었다.


돈도 많이 준댔으니 뭐.


세련은 가벼운 마음으로 각서에 가볍게 서명을 해넣었다. 본 적 없는 단위의 숫자로 두둑해질 통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질래야 무거워질 수가 없었다.


돈 들어오면 차 살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서명한 각서를 제출했다.




"…."


세련의 근처 침대에 자리 잡은 키세는 거의 춤추듯이 가벼운 손놀림으로 서명하는 세련을 한 번 힐끔 보았다. 망설임 따윈 없다는 듯 제일 처음으로 각서에 손을 뻗은 것이 그녀였다. 키세는 그 뒤를 따르듯이 자신의 각서에 서명하며, 웃음기마저 머금고 있는 하얀 뺨을 다시 곁눈질 했다.


'평범한…서민은 아니라는 건가.'


평민이라고는 해도 역시 킹스맨의 후보생. 우습게 볼 수 없는 여자였다. 감추고 있는 비장의 수도 있으리라. 마음을 놓아선 안 되겠다. 키세는 속으로 단단히 다짐했다.


현시점에서 키세의 엄청난 착각을 지적해줄 수 있는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아무도 없었다.






첫 번째 시험은 자고 있던 중에 난데없이 방에 물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미리 이 상황에 대해 언질을 받았던 세련은 무사히 숨이 붙어있는 채로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중간에 타카오와 키세가 사실 유리창이었던 거울을 깨 방에 가득 찬 물을 빼는 활약을 했지만, 세련의 시점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너희들에게 부족한 건 바로 팀워크라는 것이다."


이상한 말투의 안경남이 가리킨 곳에 '첫 번째' 사람이 물이 다 빠진 방에 죽은 척 누워있었다. 그녀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세련에게는 숨을 참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던 듯 다들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 사이에서 세련은 유감스럽게도 저 사람은 얼마를 받았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때 탄 어른이었다.


"콜록."


이 일이 왜 돈을 많이 주는지 알겠다. 이제 첫번째 시험이 끝났을 뿐인데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세련은 물에 폭삭 젖은 머리와 옷을 짜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아, 자고 싶다.'


애써 내적 하품을 참으며 머리의 물기를 짜내는 데에 집중하던 세련에게 타카오가 불쑥 자신의 수건 중 몇 개를 내밀었다.


"세련, 이거 써."

"어? 너는?"

"괜찮아. 나는 머리도 짧고~"


이런 팍팍하고 피곤한 시험장이라도 좋은 녀석은 있기 마련이구나. 세련은 타카오라는 사람의 인성에 대단히 감동했다.


"고마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자 타카오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이 여자, 사람이 죽은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리고 키세는 그런 세련을 보며 여전히 절찬 착각 중이었다.








착각계다!!!!

.......왜 길어지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