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원피스: 내가 빠순이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선장님이 나빠!

[원피스/드림/트라팔가 로우]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양철인간 2015. 1. 25. 23:00

*전력 드림 60분

*주제: 거짓말이야

*원피스 트라팔가 로우 드림

*캐붕 주의

*오리주 설정(이름 있음) 주의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안녕! 내 이름은 미샤, 탐정…이 아니라 하트 해적단의 막내죠! 심지어 막내에다 홍일점이라 완전 예쁨 받고 있지.


덕분에 나는 불침번을 서지 않는다. 막내 키 커야 한다고(안 큰다니까) 밤에는 자라고 다들 당번에서 빼줬기 때문이다. 섬에 상륙할 때도 섬에서 떠날 때도 짐 나르기 같은 걸 해본 적도 없다. 대개 옮겨야 할 짐이 나보다 무겁기 때문이다.


짐 나르기나 불침번 말고 갑판 청소나 설거지 당번 같은 건 나서서 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왠지 그마저도 조금 하다보면 아저씨들이 가서 놀라며 사탕과 함께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니까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저번에 갑판 청소하다가 계단에서 대차게 엎어져서 발목을 심하게 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1주 정도 깁스도 했었지. 그 이후로 나는 왠지 유리인간처럼 취급 당하고 있다.


마침 오늘은 또 감기에 걸린 참이기 때문에…. 아니 여름섬에서 바로 겨울섬으로 이동하는데 감기에 안 걸리고 배기냐고? 안 걸리면 사람이냐? 이 배에서 감기 걸린 건 나 뿐이니까 내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오늘도 담요에 돌돌 감겨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곧 깨질 듯한 신줏단지 취급 당하고 있다.


편하긴 한데 이래도 괜찮나?


물론 괜찮지!


그래서 오늘도 의자에 앉아 약 먹고 난 뒤 입가심으로 초콜릿과 사탕으로 주지육림 파티를 벌이며 발끝으로 덜 지워진 얼룩이나 체크하고 있습니다. 


"베포, 여기 얼룩 덜 지워졌다."

"아이아이아잇!"


참고로 베포는 곰이지만 소처럼 일하고 있다.


하하하, 해군 녀석들 멍청하긴! 이 배의 애완동물은 베포가 아니라 나인데! 나한테 현상금 500베리를 매겼어야지! 베포가 나보다 200배는 센데! 하하하 멍청이들!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되겠다. 초콜릿 먹는 고양이가 될 것이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을 인간의 몸으로 증명해내고 말 것이다.


베포가 깨끗하게 닦은 테이블 위에서 과자 포장지로 종이접기를 하고 있으려니 캡틴이 휴게실로 들어와 나를 불렀다.


"미샤."

"넴."

"약은 먹었나?"


캡틴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다가오더니 척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캡틴 손 짱 크다.


"웅. 아까요."

"열은 내렸고. 기침은?"

"줄긴 한 것 같은데…."


거의 코끝까지 가려버린 캡틴의 손에 손가락을 걸며 웅얼웅얼 대답하자 캡틴이 금세 이마에서 손을 치웠다.


"진료실로 와라."

"넴."


쫄래쫄래 캡틴의 뒤를 따라 진료실로 이동했다. 원래대로라면 소독약 냄새가 나야했을 방인데 감기 때문에 코가 막힌 탓에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질질 끌리는 담요를 수습하며 진료실 의자에 걸터앉자 캡틴이 체온계와 기타등등 이것저것 도구들을 꺼내왔다.


"체온은 정상입 벌려."

"아."

"목은 아직 좀 부었군."


몇 가지 검사를 거치고 난 뒤 코를 훌쩍거리며 앉아있으려니, 검사도구를 정리한 캡틴이 손을 뻗어 내 이마를 툭 건드렸다.


"간식은 적당히 먹으라고 했지. 목도 부었는데 잘도 먹는군."

"에에엥."


코막혀서 음식 맛도 못 느끼는데 초콜릿 정도는 허락해줘도 되잖아.


"남은 간식 전부 압수다."


헐. 너무해.


"캡틴 바보…미워."


의자 위로 무릎을 끌어올리면서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불안하게도 캡틴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왜죠. 이쯤이면 꿀밤 한 대쯤 날아올 때가 됐는데.


"…헉."


힐끔 시선을 들었다가 캡틴이랑 눈이 마주쳤다. 캡틴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계속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


뭐죠. 왜죠. 어째서죠. 왜 때리는 것보다 침묵이 더 무서운 거죠.


"…거짓말입니다…죄송합니다."


이리저리 눈을 굴렸지만 결국 할 수 있는 말은 한정되어 있었다.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웅얼거리니까 그제서야 피식 웃으면서 자세를 바꿨다. 


"알고 있어."


캡틴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왔다. 커다란 손이 한 번 머리를 꾹 눌렀다가 떨어졌다.


"약 지어줄 테니까 가지고 가서 세 시간 뒤에 먹도록."

"네엠."

"먹기 편하게 초콜릿맛 어린이용 물약으로 만들어주지."


헐.


놀라서 쳐다보자 캡틴이 씩 웃었다.


"거짓말이다."

"……."


뭐야, 기대했는데.


무릎에 얼굴을 박으면서 한숨을 내쉬자, 커다란 손이 다시 한 번 머리를 눌러왔다.


"빨리 나아라."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